1인 미디어 출입기자 받겠다는 대통령실, 기준은?
"1인미디어 출입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
유튜브 기반 매체들 기자 채용해 취재활동도
대통령실, 학자·출입기자 참여하는 기획단 준비 중
"저널리즘 평가하는 시스템 마련해야"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대통령실이 출입매체를 늘린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1인미디어 가운데 책임성 있는 언론에는 당연히 같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고 취임 이후 이를 추진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유튜버의 대통령실 출입 허용'에 대한 질문에 대해 “취재는 유튜버가 아니라 언론이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현실에서 유튜버와 언론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다. 대다수 유튜브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취재보다는 평론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이미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삼프로TV' 등 유튜브 채널에선 기자를 영입해 취재 활동을 하고 있다.
보통 출입처에선 매체 출입과 퇴출을 기자단에서 정하고 있는데, 최근 유튜브 기반 매체에 대한 거부감이 표출되고 있다. 장윤선 기자가 운영하는 '취재편의점' 측에서 비법조기자단에 가입 신청을 했는데 거절됐다. 법조기자단 폐쇄성에 반발해 만든 비법조기자단이지만 유튜브 기반 뉴미디어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낸 것이다. 실제 취재편의점은 문체부 정기간행물에 등록된 정식 인터넷언론사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기자단도 1인미디어의 출입 요구가 이어지자 최근 신설 규정으로 장벽을 세우는 중이다.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의 사례가 많이 거론되고 있다. 백악관은 유튜버·인플루언서 등의 출입을 허용했는데 이들이 극우 성향을 보이며 대통령 지지세력을 넘어 '비선실세'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향후 정권이 바뀌면 한국 대통령실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에 대통령실이 출입 시스템을 탄탄하게 만들어가야 하는 이유다.
언론 범위 확대, 거스를 수 없는 흐름
대통령실 취재 경험이 있는 한 방송사 소속 A기자는 미디어오늘에 “당위의 문제를 떠나 1인미디어, 유튜브 기반 매체들의 출입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말했다. 자신도 기성 언론 소속으로서 출입매체 확대가 달갑진 않지만 기성 언론의 한계가 있고 이를 보완하는 소규모 대안매체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장인수 전 기자가 MBC 시절 제보받은 내용을 퇴사 이후 서울의소리를 통해 보도한 사례를 언급했다. 서울의소리는 최재영 목사가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백을 주는 영상을 2023년 11월27일 보도했는데 다음날 이 사건을 보도한 방송사는 JTBC 정도였다. A기자는 “거의 모든 언론이 당시 뇌물 의혹 영상이 나왔는데도 보도하지 않았다. 사실 서울의소리라서 외면했던 것이고 한편으로는 비겁했던 것”이라며 여러 매체가 경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청와대 출입기자를 대폭 늘린 건 참여정부 때였다.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출입 기자는 100명이 되지 않았지만 참여정부 출입기자는 300명 수준으로 증가했다. 김대중 정부 청와대는 집권 초부터 기자실 개방을 추진했지만 기자단 반발로 결국 실패했다. 참여정부 이전에는 인터넷 매체도 출입하지 못했고, 외신기자들은 정례브리핑이라도 참석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었다. 현 시점에서 보면 청와대의 문턱을 낮추는 일이 당연하듯 다양한 뉴미디어의 출입도 당연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 대통령의 경우 성남시장 시절부터 밝혔듯 언론 지형이 민주진영 정치인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여러 대안매체의 출입 확대가 정치인 이재명에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관건은 출입 매체 확대 기준이다. 전문가들은 '1인미디어 출입 등록을 위한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만드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당장 유튜브 구독자나 매체 후원자 수, 취재인력 수 등 계량화된 수치로 매체를 선별할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기준으로 출입기자는 국회 출입 2년, 정부부처·공공기관 출입 5년 경력이 필요하다. 지역언론사는 경력 10년, 외신기자는 경력 3년 등 기자 경력도 요구했다. 문턱을 좀 낮추더라도 일정 수준의 취재경력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저널리즘 활동 이력 평가 필요...취재윤리에 따른 징계·퇴출 규정 정비도
출입매체나 기자의 과거 저널리즘 활동을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수찬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미디어오늘에 “1인 미디어든 프리랜서 기자든 해당 매체가 지금까지 어떤 보도를 해왔는지 귀납적·경험적으로 평가하고 검증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실 이러한 평가는 기존 출입매체들을 상대로 진행할 필요도 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도 미디어오늘에 “유럽에서는 언론 정책에서 보호대상으로서 언론인의 범위를 정할 때 1인미디어나 블로거 등 매체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특정 기준으로 언론의 범위를 정하기보다는 저널리즘 행위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검증기준으로 삼는다”며 “서구엔 프리랜서 기자들이 많은데 이들의 기사 목록, 다른 매체와 협업 내역 등 아카이빙에 대해 집단적으로 검토한다”고 했다.
안수찬 교수에 따르면 서구에서는 정부 당국, 의회 등 취재원 측에서 출입매체를 직접 심사하지만 한국에선 독재를 경험했기에 정부기관이 결정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지난 정부에서도 대통령실이 사실상 자의적으로 출입매체를 정하고 기자들을 징계했다.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한국에선 기자단이 기자들 출입과 징계를 결정하지만 국민의 알권리보다 기자단의 편의와 이익을 기반으로 결정해왔다는 비판도 있다.
안 교수는 “허위조작정보를 보도하거나 취득한 정보를 사적인 이익을 위해 활용하는 등의 문제를 규율할 수 있어야 하는데 기자들이 자기 규율을 한 적이 많지 않다”며 “국가기관과 기자 그룹이 사회적·공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공유할 수 있는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사주간지 소속 정치부 B기자도 “기자협회에서 만든 윤리규정을 기준으로 출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간 문제 등으로 기자실 상주 시간을 줄이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요즘은 특정 공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숫자 때문에 (출입을) 제한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고 곧 청와대 춘추관으로 이전하면 현 대통령실보다 기자들 공간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에 더해 일부 매체의 경우 대통령실의 출입매체 확대 방안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인력 문제로 기자실 의무 상주시간이 길면 출입 등록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고민도 있다. 다만 취재 활동을 소홀히하는 매체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검증체계도 있어야 한다.
종합하면 대통령실과 출입기자들이 참여하고 사회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검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일례로 국회 언론환경개선자문위원회는 국회 내 취재질서 유지, 출입기자 취재편의 향상 등 출입기자 관련 제도를 논의하는데 한국방송학회·한국언론학회, 한국기자협회(2명)·한국인터넷신문협회·한국인터넷기자협회, 언론인권센터, 국회출입기자(3명), 국회 파견판사, 국회 공무원(3명) 등 14명의 위원이 참여하고 있다.
[관련기사 : 새 정부의 대통령실 기자 출입시스템, 바람직한 방향은?]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실은 다양한 관련자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준비 중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23일 “교수와 단체, 출입기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획단을 꾸리겠다”며 “지난 정부에서 기준이 없었는데 출입매체 확대 의제를 우리 정부가 먼저 꺼냈으니 능동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대통령실은 기관의 비밀이나 이익을 지키며 비판 언론을 탄압하지 않고 출입기자들은 편의와 이익을 악용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새로운 제도와 관행을 문화로 만들어야 하고 시행착오가 불가피한데 생길 때마다 수정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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