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중] 스필버그도 주목… ‘위키드’ 제친 ‘어쩌면 해피엔딩’ 뒷이야기

MBC라디오 2025. 6. 2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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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작가>
- 스필버그의 관심… 살면서 가장 신기한 순간이었다
- 브로드웨이서 버틴 건 손해 감수한 제작자의 의지 덕분
- ‘위키드’ 제치고 브로드웨이 관객 평점 2위…인기 실감
- 화분도, 서울도… 내 삶에서 시작된 이야기
- 서울 배경 바꾸자는 제작자 선택하지 않았다
- 쌍둥이처럼 통하는 동료 윌 애런슨… 서로 취향과 가치관 존중
- 지역에서도 창작뮤지컬 키워야 공연 생태계 살아난다
- 창작자 지원도 필요, 관객 부담 덜 문화지원금도 있었으면

■ 방송 : MBC 라디오 표준FM 95.9MHz <김종배의 시선집중>(07:05~08:30)
■ 진행 : 김종배 시사평론가
■ 대담 : 박천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작가

☏ 진행자 > 한국의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올해 토니상 시상식에서 6관왕을 차지했습니다. 브로드웨이에서 한국 배경을 그대로 올리고 오리지널 창작극이었는데도 이런 아주 이례적인 성과를 낸 건데요. 그 주인공 박천휴 작가 전화로 만나보겠습니다. 나와 계시죠?

☏ 박천휴 > 안녕하세요. 박천휴입니다.

☏ 진행자 > 축하드립니다.

☏ 박천휴 > 감사합니다.

☏ 진행자 > 수상소감에서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이런 말씀을 하셨던데 상상도 못했던 일을 실제로 겪으면 그때는 어떤 느낌일까요? 어떠셨어요?

☏ 박천휴 > 기뻤고요. 일단은 너무 기뻤고. 그런데 사실 어워즈 시즌, 시상식 시즌이라고 불리거든요. 거의 2월 달에 시작을 해서 5월 달 6월 초까지 그게 이어진 건데 굉장히 피곤했어요. 그래서 그 몇 달 동안이 되게 마라톤 같았고, 저는 원래는 집에만 있는 사람인데 막 몇 천 명이 모이는 행사에 가야 되니까 너무 힘들었고 기쁨과 피곤함이 동시에 이렇게 몰려오더라고요.

☏ 진행자 > 그래요? 스필버그 감독도 직접 연락해왔다면서요?

☏ 박천휴 > 네. 사실은 몇 달 전에 저희 공연을 보시고 한 번 만나자고 연락이 왔었는데 그때 신작을 뉴욕에서 촬영 중이셨어요. 저희하고 스케줄이 안 맞았다가 결국 LA로 다시 돌아가셨고 그러고 나서 얼마 전에 며칠 전에 화상통화로 대화를 했고요. 그 전에는 편지 같은 거로 주고받았고요.

☏ 진행자 > 그럼 계속 아주 지대한 관심을 보여 왔던 거네요, 스필버그 감독이.

☏ 박천휴 > 네, 지난 몇 달 동안 굉장히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고 주변에서 들어서 저희한테는 사실 살면서 가장 신기한 순간들 중에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 진행자 > 그렇군요. 그런데 이 브로드웨이가 이미 검증된 원작이 없으면 진입하기가 되게 어렵다고 하던데 오리지널 스토리로 브로드웨이에 오른다, 이게 왜 이렇게 어려운 거예요?

☏ 박천휴 > 브로드웨이는 제작비가 지금 역사상 최대치로 높아져 있고요. 그래서 사실 개막을 하자마자 매주 손익분기를 넘지 못하면 바로바로 몇 억 대의 손해가 날 수 있는 그런 시장이거든요. 매주 발생하는 몇 억 혹은 몇 십억의 손해를 버텨 가면서 관객이 찰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제작자들이 그렇게 많지가 않아요. 그래서 개막과 동시에 흥행이 되려면 이미 잘 알려진 원작이 있는 것들을 뮤지컬화 하기 시작하더라고요.

☏ 진행자 > 흥행 보증이 딱 되는 것만 올린다?

☏ 박천휴 > 그렇죠.

☏ 진행자 > 그러면 '어쩌면 해피엔딩' 같은 경우 브로드웨이 개막 초에 손익분기점 돌파가 안 됐다고 하던데 어떻게 버티셨어요?

☏ 박천휴 > 다행스럽게도 조금 미리 마음의 대비를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저희 제작자분들이. '이거는 유명한 원작이 있지 않고 한국을 배경으로 했고 무명의 한국 작가가 썼으니 처음에 손해가 날 것을 감수하고 그만큼의 손해까지도 우리가 미리 예산에 넣어 두자'라는 게 있었어요. 손해를 감수할 수 있는 예산을 좀 길게 뒀고 그리고 예술적으로는 그분들이 '나는 이 작품을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몇 달 동안은 최소한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싶다'는 의지 같은 게 감사하게도 있었고요.

☏ 진행자 > 그러셨구나. 그럼 미국 관객들 반응 중에서 가장 기억나는 게 좀 있어요?

☏ 박천휴 > 사실 작가로서는 제가 쓴 농담에 이렇게 타이밍 좋게 관객분들이 웃으신다거나 그런 게 가장 기억이 나고요.

☏ 진행자 > 농담 코드 맞추기가 되게 어려운 건데 사실은.

☏ 박천휴 > 네. 그리고 저는 제가 웃긴 사람은 못 된다고 항상 그렇게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인데, 브로드웨이 관객분들도 평점을 매기는 사이트가 있어요. 쉽게 얘기하면 영화로 치면 '로튼토마토' 이런 사이트 같은 거거든요. 거기에 10년째 부동의 1위 작품이 '해밀턴'이라는 유명한 작품이에요. 그리고 2위가 '위키드'라는 작품이었는데 저희가 개막을 하고 3위가 되더니 어느 순간 2위로 올라선 거예요. '위키드'를 누르고. 그거를 봤을 때 이게 정말 공감이 되고 있구나, 너무 신기해하면서 그 평점들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 진행자 > 그래요. 이 극중에 등장하는 화분, 이 화분이 뉴욕 관객들에게 그렇게 인기라고 하던데 이거 뭐 영어로 번역 안 하고 그냥 '화분' 한글 그대로 쓰셨다고 하더라고요. 이 대목 잠깐 들어보고 얘기 좀 이어갈게요.

[Have you said your goodbyes yet Hwaboon? (작별 인사했니, 화분?)]

☏ 진행자 > 이 '화분'이 왜 이렇게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을까요? 어떻게 분석을 하세요?

☏ 박천휴 > 주인공이 로봇인데요. 방 안에 혼자 10년 넘게 갇혀서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살아가는 로봇의 유일한 친구 같은 존재였는데요. 말하자면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윌슨 배구공이었나요? 그런 존재예요. 그런데 저 역시 실제로 오랫동안 유학 생활을 하면서 반려견을 키울 형편조차 못 되니까 화분에 되게 애착을 가지게 되었었거든요. 그런데 뉴욕 같은 대도시에 사는 분들에게는 굉장히 공감이 가는 존재인 것 같더라고요.

☏ 진행자 > 그래요. 또 하나, 이 작품의 배경이 서울이잖아요. 그런데 브로드웨이에 올리면서도 서울을 고수하셨어요. 왜 그러셨던 거예요?

☏ 박천휴 > 일단 제가 윌이라는 미국 작가와 함께 썼지만 제가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처음 구상한 이미지조차도 서울에 제가 어렸을 때 자란 아주 큰 낡은 아파트들의 지하주차장에 내려가서 사람들을 피해서 혼자 밤에 트럼본을 연습하는 로봇의 이미지였어요. 저한테는 그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했기 때문에 이걸 미국으로 바꾸고 다른 설정으로 바꾸고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고요.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이걸 제작하고 싶다는 제작자분들이 여러 명이 계셨는데 뉴욕에서 그분들 중에는 '배경을 바꾸는 게 어떻냐'라고 넌지시 얘기하신 분도 계세요. 그래서 저는 그런 제작자분들은 택하지 않았고 원래의 비전을 고수하는 걸 허락해 주신 제작자분을 택했거든요.

☏ 진행자 > 아, 그러셨어요?

☏ 박천휴 > 네.

☏ 진행자 > 오, 그러셨구나. 또 한 명, 윌 애런슨 작곡가. 그래서 우리 작가님과 함께 '윌휴 콤비' 이렇게 불린다고 하던데요. 두 분의 인연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 박천휴 > 제가 뉴욕으로 유학을 갔을 때 NYU(뉴욕대)를 다니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요. 윌이 그때 때마침 NYU(뉴욕대)의 뮤지컬 창작과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창작 뮤지컬을 한 편 작곡을 하고 다시 뉴욕으로 돌아온 상태였어요. 그리고 저는 한국에서 문예창작과를 다니면서 가요 작사가로 활동을 하다가 미술을 공부하려고 뉴욕에 유학을 간 상태였고요. 그러니 주변의 한국 학생들이 '이 친구는 한국에서 작곡가다. 너는 한국에서 작사한 작사가니 둘이 만나서 친해지면 재밌을 것 같다'라고 추천을 해줬어요. 그래서 만나서 같이 노래를 만들게 됐는데 윌이 두 번째로 한국 제작자분에게 새로운 창작 뮤지컬을 쓸 '번지점프를 하다'였거든요. 영화를 원작으로 한. 그거를 작곡해보지 않겠냐라는 제안을 윌이 받았고 그러면 '내가 요즘에 같이 작사를 하는, 뉴욕에서 지금 유학 중인 한국인 작사가가 있는데 둘이 하면 좋겠다'라고 저를 추천하면서 함께 뮤지컬을 쓰게 됐습니다.

☏ 진행자 > 뭐가 제일 잘 통하세요?

☏ 박천휴 > 저희는 사실 이제는 거의 그냥 쌍둥이 같은 존재거든요.

☏ 진행자 > 그냥 눈빛만 봐도 다 아는 그런 사이?

☏ 박천휴 > 그렇게 얘기하자면 조금 괜히 닭살 돋지만 '이렇게까지는 얘기하면 안 되겠다. 얘는 이렇게 반응하겠다.' 이런 거를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다 서로가 어떻게 할지를 알기 때문에. 그리고 그렇게 되기까지는 인간적으로 그리고 한 명의 창작자로서 되게 서로를 존중했어요. 서로의 취향이라든지 서로의 문학적인 혹은 예술적인 가치관 그리고 심지어 정치 색깔 같은 것도 좀 비슷한 부분들이 있었고요. 처음에는. 그런 모든 것들이 서로를 믿게 만드는 요소들이 되더라고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친하게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 진행자 > 존중이라는 단어가 키워드인 것 같네요, 지금 말씀을 듣다 보니까.

☏ 박천휴 > 그럼요. 함께 동업자끼리 서로 존중을 많이 해야지만 오래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 진행자 > 그러니까요, 맞는 말씀이신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공연 예술 전반이 많이 어렵다고 하는데 창작 뮤지컬이 계속 살아남으려면 뭐가 가장 시급하다고 보세요?

☏ 박천휴 > 작품의 숫자는 너무 많고요. 극장은 부족하거든요. 극장을 대관하는 게 너무 힘든 게 되어버렸고 그리고 미국 같은 나라와 비교했을 때는 디벨롭 기간을, 개발 기간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너무 빨리 공연이 올라가는 그런 극들도 저는 있는 것 같고요. 그리고 미국을 예를 들었을 때 미국은 각 지역마다 좋은 극장들이 있잖아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거든요. 부산, 대구 그런 극장들에서 새로운 창작 뮤지컬을 디벨롭하는 것을 정책적으로 활성화를 해서 굳이 서울에서만 모든 것을 싸움을 할 게 아니라 지역에서도 각각 뮤지컬들이 개발이 되도록 이거는 조금 큰 단위의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 거긴 한데요. 그렇게 서울 바깥에서도 그런 활동들이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 진행자 > 창작 지원 제도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 박천휴 > 일단 창작자들한테 굉장한 혜택이고요. 사실 몇 년씩 작품을 쓰다 보면 거기에서 수입이 안 생기거든요. 공연이 올라가기 전까지는. 그리고 이제 아르바이트라든지 이런 다른 일을 해야 돼요. 저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어쩌면 해피엔딩'을 썼고요. 실제로. 그래서 그런 사람들에게 굉장히 큰 도움이 되는 건데요. 더 거기에 플러스 요즘에 한 가지 고민이 되는 거는 제가 지난주에 '시선집중'을 듣다 보니까 민생지원금 관련해서 얘기가 나오던데 민생지원금처럼 문화지원금도 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 요즘 티켓 가격이 너무 비싸서 물가에 비해, 관객분들이 극장에 오고 싶으셔도 못 오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예를 들어 티켓 가격이 10만 원이라면 그중에 일부는 지원을 해주는 그런 문화지원금 같은 게 조성이 돼도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진행자 > 그래요. 창작의 길이라는 게 참으로 어려운 길이잖아요. 현실로 접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어려운 길을 걷는 후배들한테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 박천휴 > 말씀하신 것처럼 너무 어려운 일인 건 맞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게 되게 행복하거나 건강하기가 어려운 직종 중에 하나라고 생각되거든요. 왜냐하면 창작자란 끊임없이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에요. 그리고 굳이 몰라도 되는 감정까지도 억지로 파헤쳐서 그걸 가지고 뭔가를 써야 되는 일이기 때문에 몸과 마음을 모두 다 건강하게 준비하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진행자 >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고요. 귀한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작가님.

☏ 박천휴 > 감사합니다.

☏ 진행자 > 다시 한 번 축하드리고요.

☏ 박천휴 > 감사합니다.

☏ 진행자 > 네. '어쩌면 해피엔딩'의 작가, 박천휴 작가와 함께했습니다.

[내용 인용 시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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