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 해수부 이전과 국정 지지도

권혁범 기자 2025. 6. 24.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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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6·3대선을 앞둔 지난 5월 14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유세에서 ‘해양수도 부산 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걸까요. 미묘한 지역 여론이 정확히 반영된 걸까요.

이재명 대통령 취임 둘째 주 국정 수행 평가를 담은 여론조사 결과가 23일 공개됐는데요.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6~20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2514명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2.0%포인트)해보니 긍정(잘함) 평가는 59.3%, 부정(잘못함) 평가는 33.5%로 집계됐습니다. 취임 첫 주(지난 9~13일) 조사 때보다 긍정은 0.7%포인트 올랐고, 부정은 0.7%포인트 내렸습니다.

눈길을 끄는 건 부산·울산·경남과 대전·세종·충청의 민심입니다. 첫 주 조사 때 각각 48.4%, 61.2%였던 긍정 평가가 둘째 주엔 55.7%, 53.9%로 역전됐습니다. 부산·울산·경남에선 7.3%포인트 오르고, 대전·세종·충청에선 7.3%포인트 내린 결과입니다. 오름폭과 내림폭이 똑같죠.

부정 평가는 어떨까요. 같은 기간 부산·울산·경남은 44.0%에서 35.2%로 8.8%포인트 줄었고, 대전·세종·충청은 32.4%에서 39.9%로 7.5%포인트 늘었습니다. 긍정과 부정이 상반된 경향을 보입니다.

수치 그대로만 해석하면 부산·울산·경남 여론은 이 대통령에게 우호적으로 돌아섰고, 대전·세종·충청 민심은 그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물론 두 차례 조사로 판단하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요.

이유를 추정해볼 만한 상징적인 장면이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 국정 밑그림을 그리는 국정기획위원회는 앞서 지난 20일 해양수산부 업무보고를 받다가 1시간여 만에 중단했는데요. 해수부 부산 이전 관련 내용이 사전 유출됐다는 등의 이유에서입니다.

국정기획위는 이틀 뒤 기자간담회에선 더 강하게 해수부를 질타합니다. “해수부 이전 논의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도 업무보고 자료 거의 마지막 단계에 부산의 ‘지역 공약’으로 다뤘다. 내용도 너무 안일하고 부실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죠. 그러면서 “해수부가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에 여러 가지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유추된다”며 태도를 문제 삼기도 했습니다.

부산을 중심으로 한 PK로선 해수부에 더해 HMM 본사 이전, 북극항로 개발 등 ‘해양수도 공약’을 강력히 추진하는 이재명 정부에 척질 일이 많지 않은 셈입니다. 게다가 6·3대선에서 경쟁자인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보다 적은 표를 줬는데도 ‘신경 써준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국민의힘 충청권 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이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해수부 부산 이전을 놓고 대전·세종·충청의 분위기는 완전히 다릅니다. 반대 여론이 빗발치죠. 결국 이들 지역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은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행정수도 건설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이들은 “이 대통령은 선거 때 약속했던 대통령실 세종 이전도 당선 이후에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걸로 모자라 해수부 부산 이전을 졸속으로 밀어붙인다”며 “이 대통령 공약이었던 ‘행정수도 완성’을 믿고 지지해준 충청도민 전체에 대한 심각한 배신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해수부 이전을 밀어붙이면 전국 모든 지방자치단체는 그 선례를 근거로 행정수도를 나눠 갖겠다고 달려들 것”이라며 해수부 부산 이전 중단과 대통령실 세종 이전 약속 이행을 촉구했습니다. 부산·울산·경남과 달리 대전·세종·충청은 6·3대선에서 이 대통령에게 국민의힘 김 후보보다 더 많은 지지를 보냈죠.

해수부 부산 이전을 둘러싸고 지역 간 갈등 조짐을 보입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도 어느 정도는 반영됐다고 볼 수 있겠죠. 지역 균형발전 정책, 특히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 이전은 언제나 지역 간 적잖은 불화를 일으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죠. 충분히 예상했던 일입니다.

이 대통령은 23일 부산의 유일한 여당 소속 전재수(부산 북구갑) 의원을 해수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습니다. 해수부 부산 이전에 다시 한번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 대통령의 결단과 추진력, 갈등 조정력을 지켜봐야겠습니다.

23일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지난 4월 10일 부산시당 6·3대선 필승 다짐 확대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본문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음. 응답률은 6.2%.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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