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그런 걸 사요] 도자기 손잡이가 달린 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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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중심지 텐진에 신텐초라는 오래된 상점가가 있다. 관광객용 가게나 세련된 뭔가가 없어서 한국인은 잘 안 간다. 그 안에 시바타라는 오래된 우산 가게가 있다. 세상에 우산이 이렇게 많아야 하는가 싶을 정도로 많은 종류의 우산이 있다. 나는 후쿠오카에 갈 때마다 그곳에 들렀다. 뭐든 몰두하면 이렇게 넓은 세계가 있음을 깨닫는 기분이 좋아서. 사고 싶던 물건도 있었다. 우산용 도자기 손잡이.
후쿠오카 근교 아리타는 도자기로 유명하다. 큐슈에 임진왜란 당시 납치된 조선 도공으로 시작된 도자 전통이 있기도 하다. 시바타에는 그 아리타산 도자기로 만든 우산 손잡이를 조금씩 가져다 둔다. 그걸 쓰려면 우산을 따로 사서 손잡이를 바꿔야 한다. 얼마나 실질적으로 무용하고 얼마나 개념적으로 사치스러운가. 나는 그에 매료되어 몇 년 동안 고민했다. 살까 말까. 손잡이에 우산까지 사면 10만원은 든다. 우산에 쓰자니 좀 많다. 고민 끝에 작년 가을 드디어 도자기 손잡이와 우산을 샀다.
늘 꿈은 달콤하고 현실은 그보다 당도가 떨어진다. 나의 도자기 손잡이 우산도 그랬다. 일단 불편. 고리 형태가 아니니까 걸어둘 수가 없었다. 구멍 하나 없어서 걸어둘 끈도 못 묶었다. 도자기니까 무게가 묵직한 건 물론 깨질까 봐서도 걱정이었다. 이 우산을 들고 나가는 건 길거리에 도자기를 들고 나가는 셈이니 부담스러워 막상 손도 잘 안 갔다. 나는 그 우산을 볼 때마다 챙겨 나가지는 못하고 손잡이만 만지작거리다 깨달았다. 이게 갈망과 현실의 낙차구나.
그 손잡이를 만지며 나는 또 바보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도자기 손잡이만의 매끈하면서도 상쾌한 촉감은 비교 불가다. 생김새가 수수해 나만 아는 사치라는 점도 비 오는 날의 숨은 기쁨이다. 무엇보다 손잡이를 만지작거릴 때마다 램프의 지니처럼 추억들이 떠오른다. 물건을 처음 봤을 때의 기쁨, 갖고 싶던 소망, 돈이 없던 때의 고민과 돈을 쓰기로 한 결심, 현실의 소소한 불편과 작은 꿈을 손에 넣었다는 충만감까지.
그 결과 나는 또 헛된 생각을 한다. 고리가 없어 불편하니 우산 전용 가방을 맞출까. 가방 원단을 사러 동대문 종합시장에 가볼까. 아무래도 나는 성공하긴 글렀다.
박찬용 작가

프리랜스 에디터. 다양한 매체를 거쳐 남성지 <아레나옴므플러스> 피처 디렉터로 일했다. 단행본 <요즘 브랜드> <잡지의 사생활> <모던 키친>등을 냈다. <모던 키친>은 2024년 세종도서로 선정되었다. 현재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 2023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박찬용의 집'을 출품했고, 현재 그와 관련된 단행본 작업을 하고 있다.
기획 김지은
글·사진 박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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