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회의에 위성락 참석… ‘대타 외교’ 된 실용 외교

박상기 기자 2025. 6. 24.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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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불참, 안보실장 가기로
전문가 “대리 참석, 효과는 의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2일 이번 주 네덜란드에서 열릴 예정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불참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다음 날인 23일 대통령실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이 대통령을 대신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최고위 참모인 국가안보실장이 대통령을 대신해 다자 외교 행사에 참석하는 일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이 대통령이 아직 새 외교부 장관을 임명하지 못한 상황에서, 현 외교안보 라인의 최고위직을 나토에 보내는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이 대통령이 자신의 나토 불참에 대한 국내외의 비판과 우려를 그만큼 의식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의 나토 불참은 이 대통령이 반복해서 강조해 온 ‘굳건한 한미 동맹’이란 메시지가 희석될 수 있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당초 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가려는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위해서였다. 이 대통령은 앞서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도 같은 이유로 참석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사태를 이유로 서둘러 귀국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이 대통령의 이번 불참 결정에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이 불확실하다는 점이 주된 이유로 작용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이 확정됐다면 약속을 깰 수 없으니 중동 사태에도 갔을 것”이라며 “미국 측의 확답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리스크를 안고 가느니 국내 경제도 살피고 내각 인사도 서두르는 게 국가적으로 더 낫다고 판단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더라면 서방 세계에 중요한 메시지를 줄 수 있었다”며 “‘위성락 대리 참석’으로 잃을 게 많다”고 지적했다. 전임 대통령이 3년 연속 참석했던 행사에 불참함으로써 막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외교 노선에 대한 자유민주 진영의 의구심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李대통령 실용외교, 명확한 원칙 없이 정세에 따라 흔들려"

나토는 회원 32국 대부분이 자유 진영의 핵심 국가이고, 러시아·중국·북한 등에 대한 공동 대응을 강조해 왔다. 이 대통령이 불참하면 이른바 ‘눈에 띄는 부재(conspicuous absence)’가 될 것이란 지적이 계속돼 온 것도 그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이전엔 나토에 참석한 적이 없다”고 했다. 불참이 아주 특별한 결정은 아니라는 취지다. 하지만 박종희 서울대 교수는 “외교적 일관성의 측면에서 우리는 계속 참석해왔는데 정세 이유를 들어 불참한다면 일관성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외교 행보에 비춰보면 한미 정상회담 성사에 걸린 ‘불확실성’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도 했다. 대통령실에선 “정상회담 가능성이 50% 정도밖에 안 되는 상황이었다”고 했지만, 다른 나라 정상도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100%를 보장받은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올해 나토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 중 하나는 미국의 ‘국방비 지출 가이드라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에 국방비를 GDP(국내총생산)의 5% 수준까지 올리라고 요구해 왔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2032년까지 직접 군사비로 GDP의 3.5%를 지출하고 나머지 광범위한 안보 관련 분야에 1.5%를 추가 지출해 5%를 충족하는 방식을 거론해 왔다. 이번 나토 회의에서 이 사안이 집중 논의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는 미국과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있는 한국의 현안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이 정상급에서의 정보 교류가 필요하다는 이유 중 하나다.

이런 상황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 외교’가 명확한 원칙 없이 정세에 따라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 진용도 지향이 다른 인사들이 섞여 있는 게 사실”이라며 “어느 쪽의 목소리가 더 세냐에 따라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관저에서 김병기 원내대표 등 민주당 신임 원내 지도부와 만찬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시작보다 마칠 때 지지율이 더 높은 대통령이 되겠다”며 “국민들로부터 진짜 세상이 달라졌다. 살기 좋아졌다는 평가를 듣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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