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혁의 슬기로운 문학생활] [9] 레고로 만든 해리 포터

초등학교 2학년인 큰딸이 ‘해리 포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아직 원작을 읽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아 먼저 영화를 몇 번 시도해 보았는데, 중간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장면을 넘지 못해서 번번이 끝까지 보지는 못했다. 그런 아이가 얼마 전 쇼핑몰에 갔다가 레고 매장에서 ‘해리 포터’ 시리즈를 발견하고는 눈이 커졌다. 아빠, 이것 좀 봐. 여기 해리 포터가 있어!
레고로 출시된 해리 포터 시리즈는 말하자면 ‘스토리스케이핑(Storyscaping)’의 훌륭한 예다. ‘이야기(story)’와 ‘조경(landscaping)’의 합성어인 이 용어는, 단순히 이야기만을 전달하는 이전의 ‘스토리텔링’을 넘어 소비자가 브랜드의 이야기에 직접 참여하고 경험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해리 포터’를 소설로 읽거나 영화로 볼 때 독자와 관객은 수동적인 위치의 수용자에 머물기 쉽지만, 레고로 나온 ‘호그와트 성’을 조립할 때 소비자는 해리 포터 세계의 능동적인 참여자이자 훌륭한 공동 창작자가 된다.
손으로 직접 조립한 성에서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를 움직이는 소비자는 더 이상 원래의 이야기에 얽매이거나 제한될 필요가 없다. 이야기는 새롭게 확장되고, 세계는 다른 방식으로 조립된다. 자신만의 해리 포터 월드를 만든 창작자는 다시 팬 공동체 안에서 이를 공유하고, 그 안에서 서로 영감과 해석을 주고받으며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시작은 하나의 해리 포터 이야기였지만, 이 스토리스케이핑 생태계 안에서 무한히 많은 해리 포터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여기까지 내가 열심히 설명했을 때 아이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태도로 손에 쥔 해리 포터 레고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입을 다물자 상자를 흔들면서 물었다. 그러니까 아빠, 이거 사줄 거야 안 사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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