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동물학대 범죄 [서아람의 변호사 외전]
더 약한 존재에 대한 생명 경시
양심과 인간성 말살된 범죄자들
강력한 처벌로 사회 경각심 줘야
제가 열두 살일 때부터 서른두 살이 될 때까지 무려 이십 년을 장수했던 친정집의 반려견은, 눈이 멀고 한쪽 다리를 못 쓰는 몸으로도 초인종 소리가 들리면 느릿느릿 걸어가 어떻게든 가족을 맞이하곤 했습니다. 부모님은 그런 반려견을 위해 단 하루도 빠짐없이 블루베리와 꿀을 갈아주고는 하셨습니다. 나중에 스스로 삼킬 힘이 없어졌을 때는 우유병에 과즙을 담아 무릎에 눕혀놓고 먹이기도 했습니다. 입학식 사진에도, 졸업식 사진에도, 결혼사진에도, 첫 아이의 백일 사진에도 남아 있는 갈색 강아지의 모습을 보면 ‘이걸 가족이라고 하지 않으면 도대체 뭐가 가족이겠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딩크족과 일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도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급격히 성장하는 반려견 시장의 규모가 이를 생생히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방에서 자행되는 동물 학대 범죄는 전혀 줄어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갈수록 잔인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 동물보호단체는 네 발목이 모두 절단된 상태로 기어다니면서 간신히 생존해 있던 백구를 구조해 그 충격적인 실태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알렸습니다. 해당 사건에 대해서 경찰 수사 의뢰가 들어갔으나 아직 범인은 잡히지 않은 상태입니다.
바로 며칠 전에도 식당 마당에 묶여 있는 네 마리의 개를 향해 비비탄 수백 발을 무차별로 난사해 한 마리를 죽이고 세 마리를 크게 다치게 한 사건이 공분을 일으켰습니다. 가해자 남성들 중 두 명은 심지어 군인들로 밝혀져 충격을 더했는데, 사건 전날에도 식당에 찾아와 개들이 있는 위치를 미리 확인하는 등 계획적인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가해자들은 범행 동기에 대해서 강아지가 물어서 그랬다고 하다가, 장난으로 그랬다, 술김에 그랬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강아지의 반응이 궁금해서 그랬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남겼습니다. 개집 안에 개들을 몰아넣고, 실탄은 아니라지만 수백 발의 탄을 쏘면 어떻게 되는지, 얼마나 아픈지 궁금했다는 걸까요? 그런 짓을 해서 그 어떤 호기심이 풀린다는 건지 분노를 넘어 허탈할 지경입니다.

여론을 의식해 그때그때 임시방편으로 움직일 뿐 유기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시스템 또한 심각한 문제입니다. 얼마 전 서교동의 한 동물카페 주인이 알고 보니 이전에 운영하던 동물카페에서 강아지를 망치로 때려죽였던 사람이라는 게 밝혀졌고, 개와 고양이들에 대한 보호조치를 취한 마포구청과 해당 카페 주인 간 소송전이 벌어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 사건에서 동물카페 주인은 이미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기에 동물전시업 등록이나 영업을 할 수 없는 사람이었는데, 유예조항을 교묘하게 이용해 단속이나 전수조사를 교묘히 통과했습니다. 여러 개의 관할 기관에서 서로 다른 사항을 점검하고 소통이 단절되면서 운영자의 범죄 이력이 밝혀지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동물보호단체나 봉사자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를 보면 동물 학대 사례를 도대체 어디에 신고해야 하는 건지, 전화를 걸면 왜 여기저기로 돌리다가 결국 끊어져 버리는 건지 답답함을 호소하는 글들이 넘쳐납니다.
최근 유럽 의회는 ‘개·고양이 복지 및 추적성 강화’ 법안 초안을 가결했는데, 그 핵심은 불법적인 반려동물 거래를 원천적으로 막는 것입니다. 모든 개와 고양이는 마이크로칩을 이식받고 각국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하여야 하며, 이는 수입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당 법안으로 인하여 특정 가게에서 개나 고양이를 전시하고 판매하는 ‘펫숍’은 전면 금지되었습니다. 또한 생후 8주 미만의 새끼를 어미와 분리하는 행위, 동물의 크기에 비하여 지나치게 좁은 우리에 가두는 행위, 정해진 횟수 이상으로 암컷을 번식시키는 행위도 금지되었습니다. 해당 법안은 매우 구체적인 사육 기준을 포함하고 있는데, 단순히 홍보용이 아니라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의회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개는 사람의 가장 좋은 친구’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친구를 좁은 곳에 가둬 놓고 죽을 때까지 비비탄을 쏘지 않습니다. 친구의 몸을 불로 지지고, 친구를 들어 창문 밖으로 던지고, 그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거나 공유하지도 않습니다. 동물보호법을 사람보다 열등한 그 어떤 존재를 보호하기 위한 ‘시혜적’인 것으로 이해하는 한, 현재의 생명경시 풍조는 일소하기 어렵습니다. 그보다는 양심과 인간성이 말살된 범죄자들을 우리 사회에서 엄격하게 분류하고 격리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요? 감나무의 마지막 남은 감을 따지 않고 ‘까치밥’으로 남겨뒀던 그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이어나가 할 진짜 유산입니다.
서아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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