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만큼 줄이지 않을 인천의 화력

한바탕 장마로 선선했던 하지가 지나자 구름 걷힌 하늘은 불볕더위를 예고한다. 서구 일원에 호우피해를 안긴 장마로 인천에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징후가 편안한 건 아니다. 서해안의 바다 온도가 높다더니 올봄엔 낮았다. 꽃게 어획량이 예년의 10%에 불과하다는 소식이 들렸는데 조업 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꽃게만이 아니다. 겨우내 깊은 바다에서 알을 성숙시키던 주꾸미도 산란장으로 나서지 않았다. 우리 바다의 수온이 다른 해역보다 높아 어족자원 변화가 심상치 않은데 무슨 영문인가? 동해안에 명태와 오징어가 드물어지고 서해안에 아열대의 물고기와 해파리가 늘었다. 올해 서해안에 무슨 변고가 생긴 걸까? 서태평양 적도 지역의 수온이 오르는 엘니뇨는 반대 현상을 일으키는 라니냐로 이어진다는데, 온난화는 그 진폭을 키운다고 한다. 꽃게와 주꾸미의 산란이 라니냐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최근의 엘니뇨는 유별났고 세계는 폭염에 이은 홍수와 가뭄으로 몸살을 앓았는데 우리도 예사롭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더위는 형벌 같았다. 1994년 더위가 관측 이래 최고였다더니 작년에 뛰어넘었다. 30년 만의 열기에 놀란 마음은 하지가 지난 하늘을 섣부르게 바라보지 못하게 만드는데 기후학자는 우울한 징후를 주목한다. 2015년 파리협정에서 195개국의 정상이 힘겹게 맺은 약속, 세계 평균기온의 상승을 산업화 시기보다 1.5℃ 이하로 억제하자는 약속이 무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23.5도 기운 축으로 하루에 한 차례 자전하면서 태양을 공전하는 지구의 표면은 70%의 깊고 낮은 바다와 30%의 높고 낮은 육지로 덮였다. 지축을 뒤트는 화산과 지진이 빈발하면서 온실가스가 대지를 뒤덮거나 거대한 운석이 떨어지지 않는 한 지구 곳곳의 기후에 큰 변화가 없었지만 최근 바뀐다. 6천500만 년 전 생물종의 70%를 갑자기 사라지게 만든 5번째 대멸종은 운석이 원인이었는데 산업화 이후 영리한 인간이 분별없이 내뿜은 온실가스가 6번째 대멸종을 예고한다.
수십만 연구 축적을 평가하는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과학자 집단은 산업혁명 시대의 기온보다 평균 1.5℃ 이상 상승하면 재앙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분석했는데 최근 추이를 분석한 전문가는 돌이키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통제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기후 급변으로 발생하는 기상이변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무력하게 인식한다.
기상이변이 심각해지면서 전에 없던 재해가 발생하자 많은 국가는 정책 변화를 모색하지만 절박한 현실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다. 강수량이 일 년 내내 일정하던 유럽에 2021년 폭우는 140명 넘는 희생자를 낳았고, 지난 5월 30일 빙하 붕괴로 스위스 산간 마을이 사라졌다. 온난화가 원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유럽은 화력발전소 가동을 억제하면서 자전거 이용을 유도하지만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이지 못한다. 에너지 과소비를 획기적으로 포기하는 정책과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까닭이다.
조업 기간을 연장하면 꽃게 수확량이 얼마나 늘어날까? 어민은 생계 걱정을 면할까? 수온이 갑자기 낮아진 이유와 더불어 꽃게의 생활사를 분석해 산란장을 보전할 수 있다면 희망이 보일 텐데, 최근 꽃게 어장에 변화가 생긴다. 대규모 풍력단지가 예정된 것이다. 꽃게와 주꾸미가 이동하는 바닥에 커다란 전선이 거미줄처럼 가로막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인천 앞바다는 조수간만의 차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루 두 차례 거세게 밀고 드는 조수는 모래와 개흙을 일으키며 혼탁해질 텐데 꽃게와 주꾸미 그리고 어민은 견딜 수 있을까? 풍력 규모는 인천시 대기를 더럽히는 영흥도의 화력발전 규모를 초월하는데 풍력 전력만큼 화력을 줄일 정책은 없다. 생산량만큼 전기요금이 줄어들지 모르지만 온실가스 배출은 거의 줄지 않는다는 뜻이다. 인천시민의 안전이 개선되지 않을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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