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량은 기술이기 이전에 신뢰의 영역

기호일보 2025. 6. 2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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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행위와 산지전용, 농지전용 허가를 둘러싼 측량 실무의 허점이 반복되고 있다.

인허가 업무를 담당하는 측량업자들은 지형 현황 측량을 토대로 도서를 작성하고 설계를 진행한다.

측량은 기술이기 이전에 신뢰 영역이다.

전문가들은 대안으로 지형 현황 측량에 실측 의무를 부과하고 주요 인허가 서류에 필수적으로 드론에 기반한 정사 영상을 첨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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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유신 사회2부
안유신 사회2부

개발행위와 산지전용, 농지전용 허가를 둘러싼 측량 실무의 허점이 반복되고 있다. 인허가 업무를 담당하는 측량업자들은 지형 현황 측량을 토대로 도서를 작성하고 설계를 진행한다. 인허가 절차 출발점이다. 하지만 문제는 측량이 실제 이뤄지지 않는 경우다. 

일부 업체는 국립지리정보원이 제공하는 수치 지형도를 그대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이를 '편집'해 인허가를 받는 사례까지 등장한다. 현장에 가서 땅을 밟지도 않고 위치를 변경하거나 등고선을 삭제하는 방식이다. 현실과는 괴리된 도면이 행정 판단의 근거로 쓰이는 구조다. 

행정기관은 이 과정을 걸러낼 인력과 역량이 부족하다. 담당 공무원은 도면 원본과 편집본을 일일이 대조하거나 수정 이력을 파악할 여유도, 기술도 갖추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공적 자료를 편집한 가공물이 행정문서로 공식화되는 현실은 결국 허가 절차 전반의 신뢰를 흔든다.

측량은 기술이기 이전에 신뢰 영역이다. 선 하나, 점 하나가 마을 경계를 바꾸고 '높고 낮음의 차이' 하나가 개발 여부를 좌우한다. 편의를 앞세운 조작은 결과적으로 행정의 공정성을 훼손한다. 현황을 왜곡한 도면이 기준이 되면 그 피해는 주민과 지역사회로 돌아간다. 개발 허가는 특정인의 사적 이익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의 삶터에 영향을 준다. 제도는 그 빈틈을 악용할 사람보다 먼저 작동해야 한다.

이 같은 행위는 법적으로도 위반 소지가 크다. 공간정보 구축·관리에 관한 법률 제44조는 측량 성과에 대한 허위 작성이나 변조를 금지하고 있고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현장 실측 없이 수치 지형도만 조작해 제출하는 행위는 이 조항에 정면으로 저촉된다.

또 건설기술진흥법 제54조는 부실 설계를 금지하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설계에 과징금 부과나 등록 취소까지 가능하게 돼 있다. 

측량조차 거치지 않은 채 완성한 설계는 구조적 안정성과 공공안전을 확보하지 못한 '부실설계'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대안으로 지형 현황 측량에 실측 의무를 부과하고 주요 인허가 서류에 필수적으로 드론에 기반한 정사 영상을 첨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측량 도면 원본과 편집 이력을 자동 저장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이는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 범위 안에 있으며 행정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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