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당하고 결혼도 미루고…청년들 “사는 것만으로 고통”
대학 입시 끝나니 취업 경쟁 시작
취업 불안감 커져 대학원 가기도
월세∙생활비 다달이 주는 부모님
고시 불합격에 결국 취준생으로
수천만 원 넘는 결혼식 비용과
비교하는 문화에 결혼 포기도
![서울 마포대교에 자살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글귀가 적혀 있다. [김호영 기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23/mk/20250623202702519vhjb.jpg)
23일 매일경제가 만난 청년 4명은 이 같은 괴로운 현실 속에서 각자 다르면서도 비슷한 이유로 “지쳐 도망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한국 사회는 학업부터 취업과 주거, 심지어 결혼까지 숨 쉴 틈조차 주지 않고 계속 경쟁으로 몰아넣는 쳇바퀴 같았다.

취업 준비를 시작할 3학년 2학기 무렵 정씨의 불안 증세가 시작됐다. 고교 시절부터 ‘좋은 대학’을 목표로 학업에만 매달린 그는 대학에 입학해서도 학점 관리에만 열중했다. 정씨는 “막상 취업 시장에 나가려니 ‘하고 싶은 일’도 ‘잘하는 일’도 없었다”며 “‘성적을 잘 받아야 한다’는 조급함 탓에 학교 공부가 아니라 다양한 사회 경험을 할 시간을 가지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취업에 하나둘씩 실패하자 주변의 격려는 점점 질타로 느껴졌다. ‘실패했다’는 생각에 불안감이 점점 커지자 결국 정씨는 대학원 진학을 선택했다. 정씨는 “(대학원 진학은) 불안 증세나 공백기를 가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학교에 머무르니 당장 취업전선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생겼다. 스스로 ‘연구가 재밌다’고 최면을 거는 것도 같다”고 말했다.

벌써 네 차례나 면접에서 고배를 마신 김씨는 공백기에 대해 설명할 때마다 존재하지 않는 자신을 억지로 꾸며내는 것 같아 아직도 말문이 막힌다. 김씨는 “출근시간대 지하철역만 봐도 숨이 막힌다”며 “‘언젠가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로 하루를 시작하지만 실제로는 미래가 너무 흐릿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고 털어놓았다.
눈앞이 캄캄해진 A씨는 도움을 청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사기 걱정할 필요 없다”던 공인중개사는 “나도 피해자”라며 책임을 회피했고, 경찰은 ‘민사사건’이라고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 당시를 회고하던 A씨는 “우울감이 극심해서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수백 번 반복했다. 내게는 전 재산이었지만 남들은 이를 푼돈으로 보는 것 같았다.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불행 중 다행으로 해당 전세사기 피해자가 전국적으로 1000여 명을 넘기며 공론화된 덕분에 일부 금액을 겨우 보상받을 수 있었다. 이후 사기 피해자 모임에서 대화를 나누며 조금씩 타인에 대한 마음을 여는 중인 A씨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믿지 못했다. 모르는 번호로 문자만 와도 심장이 철렁해 집에만 박혀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매경DB]](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23/mk/20250623202706349hjwp.png)
능력이 부족해 결혼식을 미뤘다는 생각은 예비신부에 대한 죄책감과 자신에 대한 자괴감으로 이어졌다. 몇 주 넘게 불면이 이어져 찾은 B씨는 병원에서 우울증 초기 진단을 받았다. 그는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계속 빚 계산만 하게 되더라”며 “집안 어른이나 직장 동료들이 남의 결혼식을 자꾸 비교하고 평가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폄하당하는 게 싫어 지나치게 무리할 바엔 차라리 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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