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주방 열기에 땀띠는 기본” 노동계, 폭염 대책 촉구

안지산 기자 2025. 6. 23.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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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급식 조리현장, 폭염 등에 취약한 환경
"단기집중 노동 특성상 휴식시간 보장 안 돼"
지난해 온열질환자 3704명, 사망자는 34명
"정부, 사용자, 지자체가 폭염 대책 마련해야"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23일 오전 중소 영세사업장 폭염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경남도청 프레스룸에서 개최했다. 이날 노동자들이 폭염 대책을 마련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안지산 기자

"가스레인지 화력과 끓는 솥이 뿜는 열기는 조리실을 습식 사우나로 만든다. 거기다 위생모, 위생 마스크, 고무장갑, 앞치마, 고무장화 등으로 중무장을 마치면 그야말로 찜통이다."

학교 급식 조리 현장에서 근무하는 박지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 부지부장은 급식소의 여름철 노동환경을 설명했다.

그는 "주방 안 온도는 평균 35도를 웃도는데, 습기까지 고려하면 체감온도는 더 높아진다"며 "갑옷 같은 위생 장비들을 벗고 나면 땀띠 등 피부질환을 달고 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에게 '작업중지'나 고온 환경 속 '2시간 노동, 20분 휴식' 등은 보장되지 않는다. 단시간 집중 노동이 필연적인 급식 현장의 특수성 때문이다.

박 부지부장은 "식사를 준비하는 업무는 중단될 수가 없고, 조리사는 솥 앞에서 기본 두 시간은 서서 일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급식 조리 현장 노동자들은 온열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냉방 장비·냉음료 등의 지원 기준을 만드는 등 보다 실효성 있는 여름철 노동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부지부장은 "이온 음료, 냉각 조끼 지급 등이 최근 이뤄지고 있으나 지급 기준 등이 모호해 정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조리 노동자 온열질환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고자 주방 온도를 낮출 수 있게 가스레인지를 전기 인덕션으로 교체하는 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23일 오전 중소 영세사업장 폭염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경남도청 프레스룸에서 개최했다. 이날 노동자들이 폭염 대책을 마련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안지산 기자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5~9월 기준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3704명이고 사망자는 34명이다. 신고 사례를 보면 실외작업자(21.3%·790명), 단순 노무 종사자(25.6%·947명)가 온열질환을 가장 많이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 추정 사인은 10명 중 9.4명이 열사병이었다. 특히 경남은 지난해 온열질환으로 6명이 사망하면서 전국에서 가장 사망자가 많았다.

노동계는 중소 영세사업장 폭염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23일 오전 중소 영세사업장 폭염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경남도청 프레스룸에서 개최했다. 노동자들은 '살인적인 폭염, 생명 안전의 문제'를 주제로 사업주가 노동자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일식 금속노조 경남지부장은 "한여름 조선소 노동자들은 36~40도를 오르내리는 철판 위에서 작업하나 냉방 환경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며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이나 대규모 사업장은 그나마 자체 기준에 따른 폭염 대책이 있지만, 대부분 중소 영세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살인적 폭염에 노출돼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일 폭염 때 노동자 휴식권 보장 내용이 담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규제개혁위원회가 '영세 사업장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일부 조항을 철회하라고 노동부에 권고했기 때문이다. 문제된 조항은 '체감온도 33도 이상 현장에서 작업하는 경우 2시간 노동 이내에 휴식시간을 20분 이상 줘야 한다'는 내용이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윤석열 정권 규제개혁위의 '폭염작업 시 휴식시간을 부여한다'는 규정 철회 권고를 비판했다. 이들은 노동부가 규제개혁 권고를 받아들여 새 개정안이 나올 때 휴식시간 부여 조항이 삭제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김 지부장은 "노동부의 이 같은 결정은 노동 현장을 전혀 모르는 탁상공론에서 비롯한 것"이라며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폭염 대응책을 요구하는 교섭을 사용자와도 진행 중이나, 사용자협의회에서는 지부에서 요구하는 폭염 대책에 어떠한 안도 내놓고 있지 않다"고 규탄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폭염에 앞서 사용자들에게 충분한 안전 대책과 보호 장비, 고용 형태에 따른 차별 없는 예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집단교섭 요구안으로 △노조와 공동으로 체감온도 측정 △냉온수기, 소금, 얼음물, 음료수 제공 △작업 장소 체감온도 30도 이하로 조절 △체감온도가 31도 이상일 때 이동식 에어컨 등 비치 △10분의 유급 휴식시간 부여 △체감온도 35도 이상일 때 작업 중지 △휴식시간에 따른 연장근무 불가 등을 제시하고 있다.

김순희 금속노조 경남지부 부지부장은 "고용노동부는 기업 욕심만 지키는 규제개혁위의 권고가 아닌 폭염에 고통받는 노동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며 "지자체 역시 폭염을 중대재해 요소로 인지하고 중소 영세사업장 폭염 대책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지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