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새 뇌관 ‘생숙’…규제유예 믿다가 보증금 떼일라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사업가 A 씨는 2022년 전세로 들어간 부산 해운대구 생활숙박시설(생숙) 보증금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부산의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관련 규제가 오락가락하는 상황이지만 현재로선 2027년 이후부터 규제가 현실화한다고 봐야 한다. 그때가 되면 가격 하락으로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능력이 떨어져 '생숙 전세대란'이 터질 수 있다"며 "규제 유예 기간 맺어진 임대차 계약을 어떻게 보느냐가 쟁점이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건축법상 주거 불가능한 건물
- “유예돼 괜찮다”고 했던 임대인
- 계약 끝나자 보증금 반환 거부
- 형사고소…사기 불인정 ‘불송치’
- 유예기간 만료 뒤 전세대란 우려
사업가 A 씨는 2022년 전세로 들어간 부산 해운대구 생활숙박시설(생숙) 보증금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경기도에 회사를 둔 그는 부산에서 사업을 따내 임시 거처를 물색하던 중 2022년 6월 해운대구 엘시티 랜드마크동 73평형 집을 계약했다. 전세금 14억 원을 내고 2년을 산 그는 계약 만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임대인이 “돈이 없다”며 보증금을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찜찜한 계약이었다. 생숙은 주거가 불가능하다. 2021년 1월 개정된 건축법 시행령이 근거다. ‘국토교통부 규제가 유예돼 문제가 없다’는 임대인과 공인중개사의 말이 없었다면 A 씨는 계약할 이유가 없었다. 규정대로면 주거 용도로 사용 때 건물 시세 10% 수준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다만, 건물 소유자의 피해나 실거주자의 혼란 등을 고려해 2027년 말까지 실제 처분이 미뤄지고 있다.
보증금을 돌려받고자 찾아간 법원은 A 씨 손을 들어줬다. 건물주에게 민사소송을 건 A 씨는 지난해 11월 부산지법 동부지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도 보증금을 되찾지 못했다. 임대인 측이 당장 처분 가능한 재산이 없다는 이유로 지급을 미뤘기 때문이다. 임대인이 돈을 완전히 떼먹을 심산이라 여긴 A 씨는 같은 해 10월 형사 고소에 나섰다.
그러나 경찰 판단은 달랐다. 생숙을 주거용으로 쓸 수 없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감췄다 보긴 힘들다고 여겼다. 거래를 맡은 공인중개사도 ‘규제 유예 중이라 문제 없다’고 말한 점, 계약서 명칭이 ‘생숙(전세) 계약서’인 점 등이 근거였다. 사기라고 단정하기엔 부족하다는 취지다. 경찰은 또 계약 무렵 실거래가가 보증금을 상회한 점 등을 들어 처음부터 작정하고 보증금을 떼먹을 계획은 아니었다고 보고 그해 12월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A 씨는 “임대차계약서에 건물주가 ‘임차인 전입신고 불가능’ 조항을 넣는 등 이곳은 거주할 수 없는 건물이란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며 수사 이의제기를 신청했다.
생숙 주거 규제가 현실화하면 A 씨처럼 보증금 반환에 애를 먹는 사례가 우후죽순 생겨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4월 기준 부산에는 총 2만558실의 생숙이 있다. 이 가운데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이 이뤄진 곳은 1964실에 불과하다. 부산의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관련 규제가 오락가락하는 상황이지만 현재로선 2027년 이후부터 규제가 현실화한다고 봐야 한다. 그때가 되면 가격 하락으로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능력이 떨어져 ‘생숙 전세대란’이 터질 수 있다”며 “규제 유예 기간 맺어진 임대차 계약을 어떻게 보느냐가 쟁점이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미 시장에선 생숙 가치 하락이 감지되는 가운데, 대형평수를 중심으로 피해가 번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최근 부산에서 입주가 이뤄진 생숙의 프리미엄이 예전보다 7000만~1억 원 떨어진 경우가 많다. 규제로 소유자의 부담이 커진 셈”이라며 “특히 덩치 큰 매물은 분양가가 비싸 전세가도 높다. 전세가가 분양가의 50% 이상 되는 세대는 임대인이 새로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갚으려 해도 어려움이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