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접근금지 풀린 뒤 아내 살해 남성, 전날에 징후 있었다

정선아 2025. 6. 2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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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잘 곳 없다” 경찰 찾아가 난동
재차 여권 요구해 보복범죄 예상
접근금지 기간 친인척 주거지 배회
전부터 “남매 죽인다” 수차례 위협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이 종료된 지 일주일 만에 아내를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60대 남성이 21일 오후 구속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2025.6.21 /연합뉴스

아내를 흉기로 위협한 가정폭력 가해자로 불구속 수사를 받던 중 앙심을 품고 아내를 찾아가 살해한 60대 남성이 아내는 물론 친인척을 상대로 한 보복 범죄의 위험 징후를 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접근금지 명령(임시조치)이 종료된 뒤에도 아내 B씨가 자신을 피하자 범행 하루 전인 지난 18일 “잠잘 곳도, 밥 먹을 곳도 없으니 경찰이 책임지라”며 경찰서(삼산서)를 찾아가 강하게 항의했다.

B씨는 당일 경찰로부터 이 소식을 듣고 남편 A씨가 자신에게 앙심을 품었을 것이라고 여겨 남매들에게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B씨는 A씨가 경찰서에 다녀온 뒤 집에 찾아와 여권을 달라고 집요하게 요구하자, 자신을 보복하고 해외로 도주하려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 했던 것으로 유족 측은 전했다.

B씨 동생 C씨는 “언니가 살해되기 전날에 남편이 다시 찾아와 유독 여권만을 요구해 수상하게 여겼다”고 말했다. 그날 밤 B씨는 동생 집에서 마지막으로 경찰에 신고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A씨는 또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기간에 인천 부평구에 모여 사는 B씨 남매들(오빠, 동생 등)의 주거지 주변을 잇따라 배회한 사실도 드러났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2월17일 부평구 부평동 자택에서 B씨와 말다툼 도중 흉기를 들고 “확 찔러 버린다”며 협박한 혐의(특수협박)로 입건되기 전부터 B씨에게 “너희 남매들을 다 찔러 죽이겠다”고 수차례 위협했다.

이 때문에 유족들은 A씨의 접근에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C씨는 “A씨로부터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해 지난 1990년대 이혼했던 언니가 재결합하려는 걸 반대한 우리 남매들을 A씨가 원망했다”며 “A씨가 언니를 죽인 혐의로 징역을 산다고 해도, 출소 후에 우리를 찾아와 보복할까봐 두렵다”고 토로했다.

끝내 A씨는 19일 오후 4시30분께 미리 준비해 온 흉기로 집 현관에서 B씨를 무참히 살해해 21일 구속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내가 집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꾸고 냉대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으며, 2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전 “접근 금지 끝났는데, 내 집인데, 내가 들어가야지 내가 어디 가서 사느냐”고 취재진을 향해 말했다. 이어 “나는 잘했다고 여긴다”며 “남은 가족도 아들 하나라 미안한 거 없다”고도 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해 12월 B씨를 흉기로 위협한 특수협박 혐의로 A씨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하지 않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A씨가 초범이어서 불구속 수사했다는 경찰의 입장과 달리, B씨는 조사 당시 과거에도 심각한 가정폭력을 당했다고 호소한 것으로 파악됐다.(6월23일자 6면보도)

인천지검은 지난 1월 A씨를 벌금 1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정선아·송윤지 기자 s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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