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 중 성형까지···캄보디아 로맨스스캠 부부 재검거

강은정 기자 2025. 6. 23.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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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교민 제보로 다시 붙잡혀
국내 송환 ‘미지수’···또 도피 가능성

울산경찰 "외교부-인터폴 협조를"
외교부 "긴밀히 협의 중" 되풀이만

해외도피 면죄부 인식 우려
외교력 도마 위···정부는 뒷짐
이중고통 피해자 "무책임" 성토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인 100여명을 상대로 로맨스스캠으로 사기행각을 벌여 12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캄보디아에서 붙잡혔던 A 씨 부부가 현지에서 도주했다가 다시 붙잡힌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교민들의 협조로 이 부부의 은신처가 파악돼 붙잡혔는데, 이들은 도주 기간 중 신분을 감추기 위해 성형수술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정작 핵심인 국내 송환 절차는 아직도 미지수여서 외교부와 인터폴의 적극적 협조 없이는 이들이 또다시 사라질 가능성조차 제기되고 있다.

2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캄보디아에서 붙잡힌 A 씨 부부가 "현지 당국이 금품을 받고 피의자를 풀어줬다"라는 본지 보도 이후 교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붙잡혀 지난주께 캄보디아 경찰에 넘겨졌다.

여러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신분을 숨기기 위해 성형수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부부는 성형수술을 하며 완전한 도피를 꿈꿨지만 현지 교민들의 추적으로 다시 붙잡힌 것이다.

캄보디아 교민 사회의 도움으로 피의자 A 씨 부부를 다시 붙잡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국내 송환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캄보디아는 한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아 송환은 국제법이 아닌 외교적 설득과 협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다.

경찰청은 인터폴을 통해 적색수배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송환 절차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외교부 역시 긴밀히 협의 중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울산경찰과 피해자들은 외교부와 인터폴에 강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한 피해자는 "한번은 풀어줘 놓치고 두번째도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놓치면 외교부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A 씨 부부가 풀려났을 때부터 외교력이 무력하다는 비난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울산경찰도 "범죄자 송환의 경우 외교부 협조 없이는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다시 외교적 소극이 반복됐다면 이번에는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정부 책임의 도피라는 더 큰 비난을 감당해야 할 상황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엔 인터폴과 외교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또 놓칠 수 있다"라며 "이 사건은 단순한 국제범죄가 아니라 외교적 신뢰와 정부가 국민을 대하는 태도이며 공권력의 상징 문제"라고 밝혔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민들 사이에서 '해외로 도망가면 죄를 피할 수 있다', '외국에서 범죄 저지르고 도망가면 잡을 수 없네'라는 인식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가의 책임 회피에 따른 정부 신뢰 하락은 물론 피해자 이중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 사건을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은 "정부는 자국민이 해외에서 피해를 입은 범죄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고 대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라며 "이번 사건을 지켜보는 국민이 많다. 국민들이 분노하는건 단지 피해 분만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무력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A 씨 부부는 캄보디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규모 사기 조직의 총책이다. 이들은 이성에게 접근해 주식, 코인 투자를 유도하는 로맨스스캠 수법으로 100여명으로부터 12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 부부와 함께 붙잡힌 조직원들은 모두 국내로 송환됐지만 이 부부만 유독 송환이 늦어지면서 논란되고 있다.

강은정 기자 kej@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