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끝, 생명의 시작 [김유찬의 셔터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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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대지 위로 이어지던 고비 사막에서의 숨결을 뒤로하고, 저는 다시 울란바토르로 향했습니다.
고비사막에서의 날들이 흙먼지처럼 몸에 묻어 있는 듯했지만 광막한 침묵을 품은 대지에서 도시로 돌아오자마자 낯설지 않은 자동차 소음과 신호등, 현대적 건물들이 다시금 도시의 시간으로 저를 불러들였습니다.
이 여정의 끝에서 나는 사막보다 더 깊은 이야기를 이 도시에서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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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대지 위로 이어지던 고비 사막에서의 숨결을 뒤로하고, 저는 다시 울란바토르로 향했습니다.
고비사막에서의 날들이 흙먼지처럼 몸에 묻어 있는 듯했지만 광막한 침묵을 품은 대지에서 도시로 돌아오자마자 낯설지 않은 자동차 소음과 신호등, 현대적 건물들이 다시금 도시의 시간으로 저를 불러들였습니다.
높은 빌딩,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겹겹이 들어선 자동차 행렬 속에서 문명은 사막보다 훨씬 조용히 사람을 압도하고 있었습니다.



울란바토르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도시였습니다.
옛 소련식 아파트와 전통 게르촌, 그리고 유리 벽면의 고층 빌딩이 서로 어깨를 맞대며 존재하는 풍경은 이 나라가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여전히 균형을 잡으려 애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듯 했습니다.



도착한 날, 마침 칭기스칸광장에서는 뜻밖의 축제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다산 어머니상’ 수상자들을 위한 행사였습니다. 몽골 정부가 넷 이상의 자녀를 둔 어머니에게 수여하는 이 훈장은 단순한 상을 넘어, 이 나라의 미래를 상징하는 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행사장에는 전통 의상을 곱게 차려입은 어머니들과 아이들이 줄지어 있었고, 그 옆에는 수많은 인파가 박수와 환호로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몽골의 또 다른 얼굴을 보았습니다.산업도 자원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 나라의 가장 귀한 자산은 바로 ‘사람’이라는 사실.
울란바토르는 지금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도시의 발전은 시골의 공동화를 동반하고 있습니다.
유목의 땅은 점점 비어가고, 인구는 수도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여성과 아이들은 이 나라의 미래를 어깨에 짊어지고 조용히 견뎌내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 차강수바르가의 하얀 절벽 위에 홀로 서서 대지의 고요를 느꼈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그때의 침묵은 자연이 준 경이로움이었지만, 이 도시에 흐르는 또 다른 침묵은 어쩌면 치열한 삶의 무게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몽골은 지금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광산 개발과 전통 유목문화의 갈등, 도시 집중과 시골 소멸, 그리고 그 안에서 미래를 잉태하는 수많은 어머니들의 삶. 이 여정의 끝에서 나는 사막보다 더 깊은 이야기를 이 도시에서 만났습니다.

여행 내내 나는 수천만 년 전의 지층을 밟고, 유목민의 따뜻한 식탁에 앉고, 바람과 별의 언어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돌아온 울란바토르에서는, 이 땅이 지금 만들어가고 있는 ‘미래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사막의 끝은 문명이었고, 문명의 중심에는 사람, 그리고 삶이 있었습니다.
카메라에는 마지막 도시의 풍경을 담았지만, 마음속에는 그보다 더 진한 사막의 속삭임이 여운처럼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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