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매장 알바 경험도 성공에 큰힘 됐죠"
젊은시절부터 화장품 덕후
대학서도 화장품 공부하며
자본금 200만원으로 창업
매출 2000억 회사로 키워
中 이어 美 시장 진출 시동
"중요한 건 고민 대신 실행"
처음엔 이성 친구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으로 화장을 했다. 사춘기 소년에게 '메이크업'은 뜻밖의 효과를 줬다. 외모를 넘어 내면의 자존감도 높아진 것이다. 대학에서는 화장품 관련 전공을 택했고, 화장품 로드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남성 전용 뷰티 블로그도 운영했다. 27세 때 자체 브랜드 '파파레서피'를 만들고 이듬해 회사를 차렸다. 자본금 200만원은 7년 뒤인 2018년 '3000만불 수출의 탑'으로 돌아왔다. 뷰티 브랜드 기업 코스토리의 창업자 김한균(40) 씨의 이야기다.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본사에서 매일경제와 만난 김 대표는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지금의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다"며 "단지 화장품 덕후로서 남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좋은 화장품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지금까지 온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기 그루밍족(외모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들)이 알려지지 않았을 땐 화장품을 좋아한다고 하면 편견 어린 시선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제품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는 고객의 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이라고 덧붙였다.
이달 자신의 창업 경험을 녹인 '그냥 하는 사람'을 출간한 김 대표는 국내 뷰티·웰니스 시장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갓 태어난 딸을 위해 출시한 친환경 베이비 오일로 시장의 호평을 받은 그는 중국 시장에 마스크팩 22억장을 판매하며 회사를 키웠다. 이는 누적 매출액으로 환산했을 때 6000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다만 코스토리가 2019년 ABT아시아로 사명을 변경하면서부터 그는 김도균 대표에게 단계적으로 경영권을 맡기고 주로 사업 확장 방향 등에 대한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주 소비층이 2030세대로 젊은 만큼 마케팅이나 제품 개발에서 유연한 결정을 내리려면 직접 경영에 다 관여하기보다 거리를 두고 관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스스로를 경영인보다는 '화장품 덕후'로 여긴다는 점도 컸다"고 말했다. 다만 "회사의 주요 결정 과정엔 여전히 참여하고 있다"며 "특히 회사의 해외 법인인 ABT홍콩과 ABT뉴욕 등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직접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김 대표는 자사 제품의 미국 진출을 위해 아마존과 틱톡, 월마트 등과 논의하고 있다.
그런 김 대표가 생각하는 사업의 묘는 무엇일까. 그는 실행의 가치를 가장 강조했다. 무언가를 할까 말까 고민할 시간에 일단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스스로 '시작이 쉬운 사람'을 표방하는 까닭이다. 그는 "너무 깊게 생각하다가 실행을 늦추거나 방해하진 않을까 늘 경계한다"며 "대신 빠르게 시작하고 무섭게 몰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볍게 시도해서 될 때까지 반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그냥 한다 - 반복한다 - 보완한다'는 이 같은 깨달음으로 구축한 '실행의 3단계' 원칙이다. '실패를 성공에 이르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반복으로 시행 횟수를 늘려야 한다'는 경험이 녹아든 방법론이다. 그는 "빠른 선택의 장점은 무엇보다 시장에 던져볼 기회를 먼저 얻는다는 것"이라며 "빠르게 선택하면 수정도 빠르다. 수정이 빠를수록 더 좋은 여건에서 다시 기회를 얻게 된다"고 강변했다.
코스토리가 중국 시장에서 마스크팩 연매출을 3년도 안 돼 50억원에서 2000억원까지 급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도 빠른 선택 덕분이었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2017년 한한령 사태가 터졌을 때 중국위생허가가 막혀 이를 받았는지가 사업 성패에 중요한 요소였다"며 "당시 한국 화장품들 중 허가를 받지 않은 상품도 상당수 있었는데, 코스토리는 중국 시장을 준비하며 일단 받자는 마음으로 미리 받아놔 특수를 노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부족함을 보완하는 방법의 왕도로는 배움에 적극적인 태도를 가질 것을 조언했다. 특정 분야의 선두주자가 있다면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습득하고, 독서를 비롯한 간접 경험의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라는 것이다. 습득한 지식을 실제로 행하면서 체화할 것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사업에서 운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나 또한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운을 살리는 것은 행동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운도 무의미하다"고 덧붙였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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