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숨겨진 전환사채 찾아 압류… 밀린 세금 2억 원 받아냈어요” 김동곤 부산시 주무관

최혜규 2025. 6. 2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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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운영담당관 징세특별기동팀
적극행정 정부포상 옥조근정훈장
공시시스템 뒤져 취득 기록 발견
체납 회피 유령회사 추적 승소도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38조다. 배우 마동석이 탈세 사기범을 잡는 세금 공무원으로 연기한 2016년작 드라마 ‘38사기동대’는 여기서 유래한 서울시 38세금징수과의 별칭 ‘38기동대’를 본딴 제목이다.

부산시에도 세금 징수 조직이 있다. 세정운영담당관 소속 징세특별기동팀이다. 팀장 포함 7명 직원이 부산 16개 구·군의 지방세 500만 원 이상 체납 건 징수를 도맡는다. 김동곤(44) 주무관은 올 1월까지 이 팀에 근무하면서 세운 공적으로 지난달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가 주관한 ‘제5회 적극행정 유공 정부포상’에서 옥조근정훈장을 수상했다.

대표 사례는 지난해 6월 숨겨진 전환사채를 발굴해 압류하는 방법으로 체납된 지방소득세 2억 원을 받아낸 건이다. 부산시가 2023년 1월 사업가 A 씨 사건을 이관받은 지 1년 반 만의 일이다. “조회되는 재산이 전혀 없었는데, 당시 주소지는 서울의 고급 주택인 거예요. 이상하다고 생각했죠.” 전화로 납부를 독려하다가 신규 사업 론칭 계획을 들었고, 관련 기사를 통해 모회사의 존재를 알게 됐다. “금융감독원 기업공시시스템에 들어가 공시 내용을 찾아보니 A 씨가 이 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 40억 원을 취득한 기록이 있었습니다.”

전환사채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발행회사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문제는 금융기관에 등록된 재산이 아니다 보니 압류 전례가 없었다는 것이다. 김 주무관은 모회사에 A 씨의 권리를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의 채권 압류 통지를 했고, 1년 뒤 자금 압박에 부딪친 A 씨는 결국 2억 원 전액을 납부했다. 전환사채를 압류해 체납액을 징수한 전국 첫 사례였다.

올 1월에는 체납 법인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1심 승소를 이끌어냈다. 압류 처분을 피하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자산을 이동한 정황을 추적해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결과다. 최종 승소하면 압류 부동산을 매각해 부산시와 동래구청에 체납한 약 7억 원 전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밖에 약 20억 원을 체납하고 출국 상태인 중국인 B 씨에 대해 국내에 운영 법인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법무부 입국 금지 조치를 받아낸 일도 있다. “사회경제적 물의를 일으키면 입국 금지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을 찾아내서 법무부에 요청했지요.”

기업공시시스템을 뒤지고 복잡한 소송을 진행하는 일은 쉽지 않은 ‘적극 행정’이다. 징세특별기동팀 7명이 관리하는 연간 체납액은 800억 원 정도. 예·적금과 부동산, 자동차 등 등록 재산을 조사해 압류하는 통상 절차만 해도 숨가쁘다. 재산을 압류당한 민원인들에게 거친 항의나 욕설을 듣는 일도 빈번하다. 노력과 징수액이 비례하는 것도 아니고, 인사상 혜택을 받는 자리도 아니다.

“지금 세무 조사 업무로 옮기기 전 2년, 그 전에도 1년 6개월 근무해서 도합 3년 반 동안 체납 징수 업무를 했는데, 팀장님, 팀원들과 서로 위로하고 독려하면서 거둔 성과로 인정을 받아 더 뜻깊습니다.” 김 주무관은 “대부분 딱한 사정으로 세금을 못 내더라도 알바든 일용직이든 해서 매달 5만 원, 10만 원씩 갚으려는 분들이 더 많다”면서 “악의적으로 세금을 회피하는 소수 체납자는 자신들 때문에 행정력이 투입되고 성실한 납세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걸 알고 납세의 의무를 다시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