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불참에 밀려드는 청구서?…李, 트럼프 만남 불발 우려 커지는 이유는

정윤성 기자 2025. 6. 2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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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한미 회담 무산에 이어 李 나토 불참…트럼프와의 협상 물꼬 멀어져
관세 유예 시한·GDP 5% 방위비 가이드라인 앞두고 외교 셈법 복잡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이재명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REUTERS

이재명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여하지 않게 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이 재차 불발됐다. 대통령실은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불참을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관세와 방위비 협상 등 산적한 한미 외교 현안에 대한 불확실성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당분간 한미 정상회담에 외교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오는 24~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불참 결정을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막판까지 고심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무게를 두고 검토하고 있었다. 한시라도 빨리 한미 정상회담을 열어 관세 문제와 방위비 협상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물꼬를 트는 일이 시급한 과제였기 때문이다. 앞서 G7 정상회의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귀국하면서 회담이 무산됐다는 점에서 대통령실은 '가장 근접한 계기'에 한미 회담을 재추진하는 데 외교 역량을 총동원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주말 사이 미국이 이란 핵시설에 대한 선제 타격을 감행하면서 중동 정세 불확실성이 커지자 상황이 급변했다. 대통령실은 '여러가지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로 인한 불확실성'을 주된 불참 이유라고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 성과가 불투명해진 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란의 확전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 참석 여부 자체가 불확실한 데다 참석하더라도 통상 문제가 주요 논의 테이블에서 밀릴 경우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의 한미 외교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관세와 방위비 협상 등 이재명 정부가 직면한 외교 과제를 해결하는 일이 기약 없이 밀렸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종료 시한을 2주 정도 앞두고 당장 이날부터 한미 관세 협상 테이블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이다. 새 정부 들어 장관급 중에서는 실무 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떠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국익 중심의 실용주의적이고 상호 호혜적인 협상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각국 정상이 먼저 만나 큰 밑그림을 그리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은 클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9일 51차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뒤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130조' 방위비 증액 압박도 숙제

방위비 문제도 다가올 청구서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동맹국들을 대상으로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면서 나토 회원국들은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 5% 수준의 국방비 지출 목표 가이드라인에 합의하기로 했다. 방위비 증액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부터 요구받던 사안인 만큼 다음 화살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동맹국을 향할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피터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아시아 동맹을 위한 새로운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그 기준은 GDP의 5%를 국방에 지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한국 국방비는 GDP 대비 2.32%(61조2469억원)에 달하는데, 이를 5%까지 올릴 경우 약 130조원을 증액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하지만 중동 정세가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한미 외교 협상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학과 교수는 "현재 국제 정세를 고려할 때 32개국이 참여하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서 미국과의 양자회담은 물론이고, 관세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지부터 미지수"라며 "불확실한 외교적 상황에 배팅할 바엔 국내 현안을 챙기는 일이 낫다는 판단의 문제지 옳고 그름의 문제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할 경우 서방 민주 진영의 신뢰를 잃을 필요는 없으니까, 정부에서 특사를 보낸다든지 전략적으로 판단하면 될 일이다"고 말했다. 실제 대통령실은 나토 정상회의에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대신하여 참석한다고 이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나토 정상회의에서 얻는 외교적 이익이 크다는 점에서 야권의 비판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3년 연속 참석했던 나토에 대한 외교적 일관성이 끊긴 데다 북·중·러에 대해 이재명 정부가 가진 이미지도 고착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불참으로 중국과 러시아로부터는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 중 가장 약한 고리로 인식돼 도리어 중국과 러시아의 강압외교 대상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나토와 여타 인도태평양지역 파트너국(IP4)으로부터는 한국의 새 정부가 동맹과 파트너보다도 중국, 러시아 및 북한과의 관계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살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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