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관 이사 방문해도 차담만” 중처법 책임 공방 [아리셀 참사 1년 무엇이 바뀌었나·(下)]
변호인측, 아들 박중언 실질책임자 주장
위자료 지급 승인했지만 “결재 아니다”
책임회피 계속… 법 재정 취지 거스르나
“커피 한 잔 하는 정도입니다.”
지난 18일 오후 수원지법 201호 법정.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19차 본공판에서는 박순관이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가 맞는지가 쟁점이 됐다. 이날 검찰은 증인석에 앉은 피고인 박중언 아리셀 운영총괄본부장에게 “박순관이 아리셀을 방문하면 피고인 등이 업무보고를 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박 본부장은 “임원들이 모이는 업무보고가 아니다. 커피를 마시며 전반적인 영업 현황을 이야기하는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이 “그러면 박순관이 아리셀 사업장을 방문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재차 묻자, 박 본부장은 “임원들 격려 차원”이라고 말했다.

23명이 숨진 아리셀 참사 관련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순관 아리셀 대표이사의 ‘경영책임자’ 여부를 두고 재판에서 공방이 오가고 있다. 검찰은 아리셀 대표이사이자 모회사 에스코넥의 회장인 박순관을 실질적 경영책임자로 특정했지만, 피고인측 변호인은 박순관은 ‘바지사장’일 뿐,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는 아들인 박중언 본부장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23일 수원지법 등에 따르면 검찰은 피고인 박순관, 박중언 등 개인 8명과 아리셀 등 법인 4곳을 지난해 9월 24일 재판에 넘겼다. 주요 피고인인 박순관은 중처법 위반(산업재해치사)과 산안법·파견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박중언은 산안법·파견법 위반·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8일 공판에서는 이전 아리셀 산재사고 관련 위자료 지급을 박순관이 승인한 정황 역시 주요하게 다뤄졌다. 산재사고 처리 절차는 회사의 안전보건 관련 의사결정 권한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검찰은 2022년 2월 아리셀에서 발생한 노동자의 손가락 절단 산재사고와 관련해 박 본부장이 박순관 대표이사에게 ‘위로금 500(만원)정도 지급하겠다’고 카톡을 보낸 것을 두고 “피고인이 박순관한테 500만원 집행하겠다고 승인받은 뒤 집행한 게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박 본부장은 “처음 겪는 사고라 무섭기도 하고 작은 사건 아니라고 생각해 보고한 게 전부”라고 부인했다. 이어 “사업장에서 500만원은 결재가 필요한 정도의 큰 금액이 아니다. 그냥 적정한 수준인지에 관한 의사를 물어본 것”이라며 결재 행위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피고인측이 박순관이 경영책임자가 아니라는 주장을 거두지 않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중처법 시행 취지를 무력화 하는 시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신하나(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박순관은 문서상 경영책임자일 뿐만 아니라, 매주 아리셀 공장 운영 전반에 관해 메일로 상세한 보고를 받은 실질 책임자”라며 “박순관이 책임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건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면 하위직만 처벌하는 ‘꼬리자르기’를 막겠다는 중처법 재정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아리셀 산재피해가족협의회와 아리셀 중대재해참사대책위원회는 23일 수원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에 책임이 있는 관계자들을 처벌해야 또 다른 참사를 막을 수 있다”며 “박순관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도록 재판 방청, 서명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목은수·마주영 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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