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스런 캐비닛서 꺼낸 사유의 조각들…자연의 감각을 일깨우다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
세라믹·회화·조각 등 28점
바닥과 천장, 벽에 설치돼
질서·무질서 만들며 공명

섬세한 미감을 자극하는 구현모 작가의 개인전 ‘Echoes from the Cabinet(캐비닛으로부터 온 메아리)’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PKM갤러리 PKM+ 전시장에서 오는 7월 19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행잉·스탠딩 조각과 회화, 드로잉과 작가가 처음 선보이는 세라믹 작품까지 다양한 매체로 제작한 신작 28점을 펼친다. 전시 제목의 ‘캐비닛(Cabinet)’은 작가의 작업실이자 개인적인 기억과 철학적인 사유의 조각들로 이뤄진 마음 속 아이디어 저장소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구 작가는 재료가 지닌 물성에 집중해 자연이 만들어내는 밀도와 리듬, 촉감, 균형 등을 실험적으로 탐구해왔다. 인공과 자연 사이에서 조화로운 미를 이루는 그의 작품들은 자연을 닮아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작가만의 독특한 시각과 사유가 깃들어 있어 새로운 감각을 일깨워 준다. 이는 구 작가의 작업에서 질서와 무질서가 공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에 새롭게 시도한 세라믹 연작 역시 자연 재료의 물성과 작가의 시각을 동시에 드러내는 대표적인 작업이다. 용암이 식으면서 굳어 단단한 암석이 되는 현상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겉보기에는 자연에서 채취한 암석과 비슷하지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조형물로 보자기처럼 그 안은 텅 빈 형태다. 구 작가는 “광물이 함유된 흙에 1250도 정도의 고열을 가해 액체 같은 상태로 녹였다가 굳힌 뒤 유약을 칠하고 다시 굽기(녹였다 굳히기)를 6~7번씩 반복해 만든 것”이라며 “최대한 자연 암석의 생성 과정과 비슷한 과정을 거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작품 표면에 표현된 무늬는 흙이 녹았다 굳었다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작가가 칠한 여러 색깔의 유약이 저마다의 특성에 따라 흘러내리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마치 여러 광물로 이뤄진 지층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구 작가는 “물감처럼 유약의 색깔을 계속 조합하고 실험하길 반복했다”며 “예를 들면 유약에 흐르는 성분이 많이 들어 있으면 더 많이 흘러내리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덜 흐른다. 유약의 종류에 따라 (결과물이) 빛나게 만들 수도 있는데 해보지 않고서는 고열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니 계속해서 실험을 해보면서 자연의 물성과 인공적인 의도를 적절히 조합했다”고 말했다.


행잉 조각인 ‘Tree in the air’(2024) 연작은 서로 닮은 세 작품 중 두 작품은 놋쇠로 만들었고, 하나는 진짜 나뭇가지로 만들었다. 각각은 자연스러운 형태의 나뭇가지 형상을 3차원 공간 상에서 이어 붙여 만든 하나의 오브제다. 역시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이다. 또 다른 스탠딩 조각인 ‘Pentagon’(2024)은 작가가 작업실에서 쓰고 남은 나뭇가지 조각들을 놋쇠 틀을 이용해 이어붙여 만든 작품인데 멀리서 보면 금속으로만 이뤄진 구조물처럼 감쪽 같다.
특히 이번 전시는 작품이 벽면뿐만 아니라 천장과 바닥에도 설치돼 공간을 가득 채워 전시장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작품처럼 느껴지도록 연출됐다. 각각의 작품이 갖는 의미도 있지만, 더 나아가 이 작품들이 전시장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공명하고 있음을 경험할 수 있다. 결국 캐비닛으로부터 온 메아리는 작가가 자신의 캐비닛에서 꺼낸 기억과 감각, 사색의 파편들이 전시 공간 전반으로 퍼져 나가 시각적인 파동을 형성한다는 의미다.
구 작가는 홍익대 도예과를 졸업한 뒤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독일 드레스덴 예술학교 조소과에서 수학한 뒤 동 대학원에서 마이스터슐러 학위를 받았다. 아르코미술관과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성곡미술관, 뮤지엄 산, 아트센터 나비 등 한국의 주요 미술관 전시에 참여했고 서울과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라이프치히, 드레스덴 등에서 전시를 열었다. 분야를 넘나드는 다학제 간 연구를 독려하는 독일 막스플랑크 분자세포생물학·유전학연구소(MPI-CBG)에서 미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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