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리금 전액 갚아라" 판결에…신탁사, 책임준공 줄줄이 이탈

민경진 2025. 6. 2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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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신탁회사가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사업에서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신탁사는 책임준공형 사업 한 건당 최대 수백억원에 달하는 배상금과 연 12%의 법정 지연이자를 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책임준공 사업장을 수십 개씩 보유한 신한자산신탁, KB부동산신탁 등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는 작년 말까지 사업장을 절반으로 줄인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나머지 사업장을 정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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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프리즘
수백억 배상 판결에 신규 중단
기존 사업장도 잇따라 정리 나서
"신규 주택 공급에 악영향 우려"

마켓인사이트 6월 23일 오후 3시 12분

부동산 신탁회사가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사업에서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법원에서 책임준공을 이행하지 못한 신탁사에 ‘원리금 전액 배상’ 책임을 지우는 판결이 잇따르자 잠재적 재무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서다. 신탁사에 의존해 개발사업 관련 자금을 조달해 온 중소 건설회사의 경영난도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신탁업계 전반에서 책임준공형 사업 비중을 축소하거나 신규 수주를 중단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신한자산신탁과 무궁화신탁 등이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과의 소송에서 패소해 책임준공 확약과 관련한 원리금 전액을 물어줘야 할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신탁사는 책임준공형 사업 한 건당 최대 수백억원에 달하는 배상금과 연 12%의 법정 지연이자를 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법원은 지난달 말 새마을금고 PF 대주단이 신한자산신탁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대출원금 256억원과 연체이자 전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달 초 다른 새마을금고 PF 대주단이 무궁화신탁을 상대로 제기한 유사 소송 1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일부 신탁사는 소송을 피하고자 대주단과 협상을 시도하면서 조직 개편, 포트폴리오 재구성에 나서고 있다. 책임준공 사업장을 수십 개씩 보유한 신한자산신탁, KB부동산신탁 등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는 작년 말까지 사업장을 절반으로 줄인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나머지 사업장을 정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위권 업체인 코람코자산신탁은 올해 하반기 사용승인을 앞둔 2개 현장을 끝으로 책임준공 관련 신규 사업에 나서지 않을 방침이다. 한국토지신탁도 공사 중인 1개 현장이 마무리되면 책임준공 사업에서 손을 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사실상 전체 책임준공 시장이 멈춰 섰다”고 말했다.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 건설업계에선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신탁사의 책임준공 확약이 없는 상황에서 신규 사업 자금을 마련하려면 높은 금리로 후순위 대출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중소형 건설사가 주도해 온 소규모 도시개발 및 택지개발 사업 추진이 어려워져 주택 신규 공급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태근 법무법인 로엘 대표변호사는 “부동산 호황기 때 신탁사의 신용 보강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중견 건설사가 사업을 벌일 수 있었다”며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 부실 시공사가 대거 정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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