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아이들을 위해 어떤 그림책이 좋을까요
박장대소하며 즐거워 한 `판다 목욕탕'
으스스하지만 재밌는 `오싹오싹 팬티'
긍정적인 남성 역할 모델을 제공해야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여학생의 독서율이 남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조사의 학생 독서 선호도를 분석하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남학생은 여학생과 비교하여 책 읽기를 좋아하는 비율이 낮고, 싫어하는 비율은 높다는 것도 발견할 수 있다.
기존의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이어지고 있었고 교육 현장의 많은 교사들도 남학생 독서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는데, 최근의 독서실태조사에서도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독서교육 어떻게 할까?’에서 저자 김은하는 남자아이들이 책 읽기를 싫어하는 현상이 비단 우리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선진국인 나라들에서 공통적으로 보이고 있음을 지적한다.
또한 남자아이들이 책 읽기를 싫어하는 이유를 남학생들이 가진 ‘독서는 여성스러운 활동이며 쿨하지 않다’는 문화적 편견과 남학생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책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영국과 미국, 캐나다에서 이루어진 캠페인과 프로그램을 종합해 우리나라 남자아이들의 책 읽기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것은 남자아이가 선호할 만한 다양한 책을 구비하는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자기가 원하는 이미지와 역할모델을 찾을 수 있는 남성이 주인공인 책, 동일한 등장인물과 비슷한 이야기 전개 방식으로 익숙하고 독해하기 편한 시리즈물, 남자아이 특유의 유머와 엉뚱함, 말썽이 들어가 있는 이야기책에서 출발점을 찾아볼 것을 권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그동안 필자의 교실에서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그림책을 추천해 보려고 한다.

먼저 추천할 그림책은 안영은 글, 최미란 그림의 ‘슈퍼 히어로의 똥 닦는 법’이다. 이 그림책에는 남학생이 좋아하는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는데, 단 한 가지 똥 닦는 법을 모른다는 것이 큰 문젯거리가 된다. 똥을 제대로 닦지 못한 탓에 놀림거리가 되어 버린 짱짱맨은 똥 닦는 법을 배우기로 결심하고 똥도사를 찾아간다. 똥도사를 만나 수련하는 장면이 엉뚱하고 익살스러운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어 남자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다음으로는 에런 레이놀즈 글, 피터 브라운 그림의 ‘오싹오싹 팬티’를 추천한다. 토끼 재스퍼라는 동일한 등장인물과 비슷한 이야기 전개 방식으로 이어지는 덕에 편하게 독해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시리즈 그림책 중 한권이다.
엄마를 졸라 공포의 초록 팬티를 구입한 토끼 재스퍼는 막상 밤이 되자 무서운 생각이 들어, 팬티를 없애버리려고 다양한 노력을 지속하게 된다. 그렇지만 팬티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나타난다는 다소 오싹오싹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무섭고 으스스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남자아이들은 굉장히 흥미롭게 읽는다.
마지막으로는 투페라 투페라 글·그림의 ‘판다 목욕탕’을 추천한다. 이 그림책은 엉뚱한 유머가 가득하다. 동물원이 문을 닫고 판다가 목욕탕에 간다는 설정도 재미있지만, 판다가 굉장한 비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비밀을 털어놓다가는 자칫 커다란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작은 단서도 제공할 수 없는 점이 퍽 안타깝지만, 이 그림책을 읽은 남학생들이 박장대소를 하며 즐거워했기에 꼭 리스트에 올리기를 바란다.
위에 추천한 그림책들이 마법의 양탄자가 되어, 다른 세계를 떠돌고 있는 남자아이들을 재미있는 그림책의 세상으로 데려와 준다면 좋겠다. 그런데 이 양탄자를 더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원동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남학생을 위한 독서의 긍정적인 남성 역할모델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자연스럽게 모델링할 수 있도록 아버지가 책을 읽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거나, 책 읽어주기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러니 오늘 저녁엔 우리 아버지들이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은 어떨까?
민경효 솔밭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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