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의 의미를 일깨운 수박 반 아이들에게 박수를!

한겨레 2025. 6. 2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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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반, 애들이 수박 같아요." 다른 반 아이들의 놀림에 "계속 보면 예쁘기만 할 텐데?" 대답했다.

다른 반 아이들은 '수박 반'이라고 놀리지만, 사실 학급 티셔츠를 선정하기까지는 지난 6월3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만큼이나 신중하고도 복잡한 과정을 겪었다.

다시 보니 필자는 수박 옷처럼 계속 보면 예쁘기만 한 아이들, '함께'의 의미를 실천하는 세계시민들로 이뤄진 반의 담임을 맡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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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ㅣ 교실 속 세계, 세계 속 교실
수박색의 축구복을 입은 학생들. 변지윤 교사 제공

변지윤 | 신성중 교사
·세계시민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선생님 반, 애들이 수박 같아요.” 다른 반 아이들의 놀림에 “계속 보면 예쁘기만 할 텐데?” 대답했다.

올해, 쉬는 시간마다 축구하러 나가는 장난기 많은 중학교 3학년 남학생들로만 이뤄진 반의 담임을 맡았다. 다른 반 아이들은 ‘수박 반’이라고 놀리지만, 사실 학급 티셔츠를 선정하기까지는 지난 6월3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만큼이나 신중하고도 복잡한 과정을 겪었다.

가장 중요한 건 속도였다. 전교의 어느 학급보다도 멋진 학급 티셔츠를 선점해야 했다. 며칠 간 학급 구성원들로부터 의견을 받았다. 선별된 후보군 중에서 수박색의 축구복이 최종 선정됐다. 학급 티셔츠 선정 과정은 하나의 작은 사회였다. 그 이후로도 구성원 개개인의 취향을 존중해 반팔과 긴팔 중 무엇을 고를지, 상하의 치수는 어떻게 되는지, 티셔츠 뒤편에 어떤 문구를 적을지 며칠간의 의견 수렴을 거쳤다. 그러다보니, 구입 비용을 걷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설레는 마음으로 몇 주 만에 기다리던 새 옷을 받아 신난 아이들은 수박 옷으로 갈아입고 운동장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늦은 3월이라 쌀쌀했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밝고 따스했다.

그리고 한 달 후인 4월, 3학년이 되어 처음 치른 지필고사에서 우리 반은 3학년 9개 반 중 꼴찌를 했다. 그래도 스포츠는 잘할 거라고 믿었고, 드디어 수박 옷이 빛을 발하는 학교 스포츠 클럽의 날이 왔다. 줄다리기 예선 탈락, 배구 예선 탈락, 그나마 아이들이 자신감을 보였던 계주마저 대진운이 나빠 예선 탈락했다. 오전의 모든 종목에서 완패한 아이들은 의욕을 잃었다. 오후에 우리 반의 마지막 종목이자, 4명이 함께 막대를 잡고 장애물을 돌면서 달리는 ‘태풍의 눈’을 남기고 ‘못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노력은 해봐야죠!’라던 주호의 말이 떠올라 “그래도 해보자”고 응원했다.

‘태풍의 눈’ 종목이 시작됐고, 우리 반은 초반에 9개 반 중 1등을 다투고 있었다. 하지만 점점 뒤쳐졌고, 마지막으로 근홍, 상민, 규영, 승빈이가 달리기 시작했다. 장애로 다리에 보조기를 착용한 규영이가 해당 종목에 참여하고 싶어 했으나 본인 때문에 성적이 나빠질까 우려해 망설일 때, 정현이가 “우리가 더 빨리 달릴 테니 너도 참여해”라고 말해줬던 마지막 주자여서 더욱 기대가 됐다. 규영이는 보조기를 착용하지 않은 한쪽 발로 콩콩 뛰며 열심히 달렸지만 결국 크게 넘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내 곧 일어섰고, 네 명은 다시 균형을 맞춰 완주했다.

경기를 마친 후, 상민이가 규영이에게 다가가 “다친 곳은 없니?”라고 물었다. 사실 규영이가 넘어지면서 우리 반은 마지막 종목에서마저 꼴찌를 했다. 전 종목에서 점수를 얻지 못했기에 3학년에서뿐만 아니라 전교 꼴찌 반을 확정 지었다. 그럼에도 우리 반 아이들은 누구 하나 싫은 소리 하지 않고, 모두 규영이가 다치지 않았는지부터 걱정했다.

다시 보니 필자는 수박 옷처럼 계속 보면 예쁘기만 한 아이들, ‘함께’의 의미를 실천하는 세계시민들로 이뤄진 반의 담임을 맡은 것이었다. 규영이에게 용기를 준 정현,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는 주호, 완주한 규영, 두 번 달린 근홍과 상민…. 무엇보다 서로를 응원하고 최선을 다한 수박 반 모두에게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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