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팟은 스쳐가지만, 이제 장마가 폭우를 던진다”

제주방송 김지훈 2025. 6. 2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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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태풍 ‘문’ 대기 중.. 빨라진 장마, 거세진 폭우
기상당국 “기후는 이미 바뀌었다”.. 예측 불확실성 확대
태풍 정보 (기상청 캡처)


제2호 태풍 ‘스팟’은 일본 동쪽 해상에서 약한 세력으로 발생했으며, 오는 25일쯤 소멸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기상 상황은 오히려 더 불안정한 양상입니다.

장마는 평년보다 앞당겨 시작됐고, 강수는 국지적으로 짧고 거세게 쏟아지는 패턴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기상당국은 이 같은 변화가 기후 패턴의 구조적 전환과 관련돼 있으며, 앞으로 기상 예측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필리핀 동쪽 해상에서는 제3호 태풍 ‘문’의 형성 가능성이 제기되며, 향후 한반도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태풍 통보문 (기상청 제공)


■ ‘스팟’은 태풍이지만, 스쳐 지나간다

23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제2호 태풍 ‘스팟’(SEPAT)은 23일 오전 9시, 일본 도쿄 남남동쪽 약 1320km 해상에서 발생했습니다.
중심기압 1004hPa, 최대풍속 초속 18m의 비교적 약한 세력을 가진 이 태풍은 시속 12km로 북서진하며 일본 도쿄 앞바다 부근에서 25일쯤 열대저압부로 약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반도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태풍의 이름은 말레이시아가 제출한 ‘스팟’으로, 농어과 민물고기의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스팟’은 앞서 발생한 제1호 태풍 ‘우딥’과 마찬가지로 한국에는 무풍지대의 존재로만 기록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이 고요함 뒤엔 뚜렷한 이상 징후가 숨어 있습니다.

■ 조용한 태풍, 시끄러운 장마

광주와 전남 지역은 이미 지난 21일 하루 동안 133.5㎜의 강수량을 기록하며, 6월 하순 기준 일강수량과 시간당 최다 강수량 모두에서 극값을 경신했습니다.
이는 태풍이 아닌, 정체전선과 국지적 저기압에 의해 만들어진 집중호우로 발생한 현상입니다.

장마가 제주에서는 예년보다 일주일 앞선 지난 12일 시작됐습니다.

중부지방도 통상보다 5일 앞서 비구름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기상청은 중부지방은 당분간 장마 영향권에, 남부는 간헐적 소나기가 반복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조기 장마’이기 앞서, 기후 패턴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 북태평양 고기압, 이전과 다르다

기온은 평년보다 다소 높고, 습도는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태풍이 지나지 않더라도 열대야 없이 30도 가까운 낮 기온이 유지되는 현상은 기압 배치가 예년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기상청은 7월 이후 북태평양 고기압이 더욱 본격적으로 확장될 경우, 장마가 단절되거나 재활성화되는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집중호우 피해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기후리스크 대응체계에 대한 구조적 개편 필요성을 다시금 제기하고 있습니다.

■ ‘태풍 공백’에 숨은 역설.. 불확실성 더 커져

통상 연간 20~30개가 발생하는 태풍 중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것은 평균 3.1개.
2025년 들어 6월 말 현재까지는 단 한 건도 국내 영향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태풍이 오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인식은 근시안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태풍이 발생하지 않는 해일수록 정체전선에 의한 국지성 집중호우와 예측 불가능한 기상이변이 증가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실제 2016년 가을 태풍 ‘차바’처럼 정체전선과의 상호작용으로 갑작스레 위력이 커진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 ‘문’은?.. 다음 태풍, 영향 가능성 존재

기상청은 현재 필리핀 동쪽 해상과 대만 인근 해상에서 열대요란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 중 하나가 제3호 태풍 ‘문’(MUN)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경우 경로에 따라 제주도 등 한반도에 직접 또는 간접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스팟’이 만든 고요함은 태풍이 아니라 기후 자체가 낯설게 다가오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셈입니다.


■ 장마는 짧아졌고, 피해는 길어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장마 기간은 점차 짧아지고 있는 반면, 국지성 집중호우의 빈도와 강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저지대 침수와 산사태, 열섬 효과가 겹치며 피해 양상이 복합화되고 있습니다.

기후 전문가들은 “장마의 일시적 길이보다 강수의 집중성과 불확실성이 더 큰 위협”이라며 “단기 예보 정밀화뿐 아니라 기후 구조 변화에 대응할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이어 “태풍 하나하나 영향을 넘어서, 기후 자체의 흐름을 읽고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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