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부통령 "미국 편들 이유 없다"…마르코스 친미정책 비판
![세라 두테르테 필리핀 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23/yonhap/20250623163133193oula.jpg)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필리핀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세라 두테르테 부통령이 "미국 편으로 기울어질 이유가 없다"면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행정부의 친미·반중 정책을 비판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 현지 매체 ABS-CBN에 따르면 전날 두테르테 부통령은 호주 멜버른을 방문, 현지 필리핀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필리핀이 미중 갈등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두테르테 부통령은 마르코스 정부가 중국이 기피하는 미군의 중거리 미사일 시스템 '타이폰'을 지난해부터 필리핀에 배치한 것에 대해 "독립적인 외교정책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필리핀이 "더 큰 갈등의 일부가 아니기 때문에 항상 중립을 지켜야 한다"며 "당신은 미국과 친구다. 중국과도 친구다. (그러면) 왜 안 되느냐"고 반문했다.
마르코스 정부는 지난해 4월 미군과 연례 '발리카탄' 합동 훈련을 계기로 타이폰을 필리핀에 반입했다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필리핀에 계속 배치하고 있다.
또 올해 발리카탄 훈련에서 필리핀에 들여온 미군의 최신예 대함 미사일 시스템 '해군·해병대 원정 선박 차단 체계'(NMESIS·네메시스)도 계속 남겨둘 계획이다.
한편 두테르테 부통령은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2016년 판결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부정한 사실을 이례적으로 인정했다.
중국은 그간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이 안의 약 90% 영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해왔지만, 필리핀은 PCA에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하지만 그는 서필리핀해(필리핀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해역의 필리핀명)에서 필리핀이 주권과 배타적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외교 채널을 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서필리핀해 문제가 필리핀의 대중국 관계 전체는 아니라면서 "따라서 우리가 미국 쪽으로 기울어질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두테르테 부통령의 이런 발언에 대해 제이 타리엘라 필리핀 해경 대변인은 필리핀이 해양 권익을 주장하는 것은 "외국의 압박이나 영향력이 아니라 우리의 전략적 이익에 따른 것"이라고 받아쳤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인 두테르테 부통령은 지난 2월 예산 유용 의혹, 마르코스 대통령 부부 등을 암살하도록 자신의 경호원에게 지시했다는 발언 등으로 하원에서 탄핵당해 상원의 최종 탄핵심판을 남겨놓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열린 총선에서 두테르테 진영이 사실상 승리한 이후 탄핵심판 일정이 지연되는 등 탄핵 동력이 약화한 상태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2016∼2022년 재임 중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중국과 충돌을 피하는 등 친중 노선을 취했다.
반면 후임 마르코스 대통령은 미국·일본 등 서방 각국과 방위 협력을 강화하면서 남중국해 문제 등에서 중국에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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