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에 내려앉은 선사인의 삶, 그리고 역사
(4)서양화가 우형순
다양한 재료 사용 개성 가득 예술로
생명의 숨결 · 치유의 기운 불어넣어
대학원 시절 논문 위해 찾은 현장서
붓으로 먼지 털며 실측 ‘깊은 애정’
‘life and history’ 연작 의미 각별
"울산의 자부심 세계유산 등재 기대"

"삶이 역사이고, 역사가 삶이듯 선사인들의 삶을 통해 인간 삶의 찬미를 화폭에 담고 싶어요."
우형순 작가는 지난 15년간 'life and history'라는 연작을 통해 반구대 암각화의 동물 형상과 인물상을 자신만의 미적 언어로 풀어내 왔다.
우 작가의 작품에는 원초적 자연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원시적 현대성'이 묻어난다.
그에게 암각화는 단순한 고고학적 유물이 아닌, 인간 존재와 생명에 대한 깊은 성찰의 원천이다.
그는 선사시대 암각화 속 순수 자연을 통해 삶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고 나아가 생명에 대해 자신만의 새로운 색채로 그려낸다.
작품 속 주인공 호랑이, 사슴, 표범, 사람, 고래잡이, 활 쏘는 사람 등은 초원과 지평선, 들판과 나무, 햇살과 대지 같은 자연 요소들이 어우러지며, 화면 전체에 생명의 숨결과 치유의 기운을 불어넣는다.

우 작가는 반구대 암각화를 단순히 화폭의 모티브로 삼은 것이 아니다.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울주 대곡리 암각화의 인물상에 대한 연구」로 석사논문을 썼으며, 한국선사미술연구소의 반구대 암각화 발견 30주년 기념 실측도 조사에도 참여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연구자들과 함께 반구대 인근에서 야영하며 일일이 붓으로 먼지를 털고 실측을 진행했다. 현장에서의 땀과 시간을 통해 그는 이 유산에 대한 깊은 애정을 더욱 쌓아갔다.
그의 시선은 울산을 넘어 세계로 향했다. 러시아, 중국, 카자흐스탄 등지의 암각화들을 공부하고 채록하면서, 그는 인류의 보편적 원형을 발견하게 됐다. 이 과정은 암각화의 이론과 실기를 함께 체득할 귀중한 기회였으며, 오늘날 그의 예술세계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줬다.

우 작가의 향후 창작 작업 계획은 '형상의 단순화'다. 나무와 동물, 풍경을 더 간결하게, 색채는 더욱 풍부하게 표현해 보겠다는 구상이다. 보다 다양한 드로잉 작업을 통해, 선사인의 감각을 현대적 미감으로 재해석하는 시도도 계속될 것이다.
다음 달이면 반구대 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우 작가는 "오랜 기다림 끝에 등재가 확정되면, 반구대 암각화만의 독자적 가치가 세계에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울산 시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우 작가는 동국대 미술학과 졸업 및 계명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울산문화재단과 울산시의 심의위원을 역임했으며, 동국대 미술학과에서 외래교수와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개인전 16회, 단체전 250여 회, 각종 미술제와 아트페어 부스전을 통해 암각화의 예술적 가능성을 국내외에 알리고 있다.
고은정 기자 kowriter1@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