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욱 따따부따] ‘경험치’가 만들어 가는 사회

김시욱 국제시사분석실 객원 연구원 2025. 6. 2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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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욱 국제시사분석실 객원 연구원

우리는 모든 일이 동일한 결과로 일어날 것이라 착각한다. 경험치가 없는 사람은 더더욱 그렇다. 누군가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게 되면 '저쯤이야 나도'라는 생각이 지배한다. 타인의 노고와 그로 인한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습성 탓이다. 정신과 의사인 필 스터츠의 "평가는 인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무능력에서 비롯한다."라는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에 매몰되지 않고 '바로 지금'부터 인생을 바꾸라는 그의 목소리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40년간 교도소 수감자를 상담해 온 그의 이력은 경험치에서 온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내륙사람에게 바다는 경험하지 못한 동경의 대상이다. 바다로 향하는 그 순간부터 흥분과 희열을 만끽한다. 비릿한 바다 냄새와 일렁이는 파도는 기대치에 어긋나지 않는다. 막연했던 동경의 대상이 경험으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바닷가에서 처음으로 행하는 행위 중에 '물수제비 뜨기'는 빠지지 않는 행사다. 하지만 이내 절망감에 빠져든다. 바다의 환경은 내륙의 저수지와 다르다는 걸 예측하지 못한 결과다. 무경험이 불러오는 '인지적 오류'로 인한 판단의 결과다.

지난주 필자는 십수 년 만에 감포행 바다 여행을 경험했다. 고무보트에 올라 선상낚시를 할 수 있다는 기대 속에 부족한 잠은 큰 의미가 없었다. 동트기 직전의 바다는 바쁜 일상에 대한 보상이었다. 해안가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바다 위 낚시는 넣기 바쁘게 고기가 낚였다. 그러나 처음인 경험은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었다. 멀미로 인한 고통은 가까운 작은 여(바위섬) 위로 오르게 했다. 죽음 직전의 경험은 이때부터 진행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동료의 고무보트가 바위섬에 접근하면서 찢어진 탓인지 바다 한가운데서 가라앉기 시작했다. 내륙사람인 우리에게 바다가 두려움의 대상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방향과 장소마저 잊어버린 혼돈의 순간, 해양경찰은 생명의 구원자였다. 긴급전화로 구조를 부탁하면서도 위치를 알리지 못하는 두려움의 연속이었다. 두려움을 극복하게 한 사람들도 해양경찰이었다. 침착한 목소리와 격려는 죽음을 앞둔 우리에겐 구원의 희망이었다. 5분여 만에 도착한 그들에 의해 구조되면서 다시금 온기를 느낀 것은 담요가 아니라 안위를 걱정하는 그들의 따뜻한 배려였다.

흔히 우리는 '세금만 뺏어가지 국가가 무엇을 해주었는가?'라고 불만을 터뜨린다. 가시적이고 체득할 수 있는 결과에만 익숙한 까닭이다. 자기중심적 사고 속에서 환경적 산물은 그냥 얻어지는 결과로만 받아들인다. 그것은 곧 불특정 다수를 위한 국가 행위는 '나'라는 존재 밖의 정책으로 무의미할 수밖에 없다. 특히 현대 사회복지 국가가 마주하는 문제로 '세금저항'과 '무임승차'에 대한 강한 국민저항은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자본주의의 틀 속에서 소득재분배 정책을 통한 복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이다. 가난과 절망을 경험하지 못한 부유층에게 '부자세'는 국가의 사적 재산에 대한 '강탈'일 뿐이다. 사회복지의 근본적 이념을 망각한 그들의 시각이 안타깝다.

이재명 정부가 출발과 동시에 민생회복과 정치 복원을 화두로 두고 있다. 구체적 첫 정책으로 민생지원금 지원을 발표했다. 이에 대한 30조 추가경정예산을 위해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 개최를 촉구하고 있다. 소상공인을 비롯한 경제 주체들의 삶은 국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미국이 참전한 중동 사태는 원유가의 상승을 불러올 것이며 이로 인한 미국의 통상압박은 불을 보듯 분명하다. 사면초가의 경제 상황 속에서 새 정부의 내각 구성이 더없이 중요한 시점이다. 관례처럼 이어져 온 대선 후 '보은 인사'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경제적 사망'으로 진행되는 현 상황에서 진정한 구원자로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 경험치와 전문적 능력을 갖춘 사람이 우선적 순위로 입각해야 한다. 그들의 배려와 온기로 삶의 기쁨을 누리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