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서울', 내 자리를 찾아 헤매는 이들을 위한 위로 [TD리뷰]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내 자리가 없는 것 같아. 서울엔”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극본 이강, 연출 박신우 남건)의 유미지(박보영)는 끊임없이 ‘자리’를 찾는다. 내가 소속될 수 있는 곳,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곳,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 나를 증명할 수 있는 곳 말이다.
이호수(박진영)는 그 '자리'를 찾는 미지에게 ‘네가 있는 곳이 네 자리야’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지만 사실 호수 역시 ‘자리’를 찾아 헤매는 자다. 청각 장애를 가진 호수는 대형 로펌 출신의 변호사다. 약자를 위하는 따스한 마음을 가진 그는 부조리한 의뢰인을 변호해야만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해 그 자리를 떠난다.
사람들은 그런 호수를 ‘장애를 가진 정의로운 변호사’라고 부르며, 그에 걸맞은 '자리'를 제안하지만 호수는 “제 자리가 아닌 것 같다”며 거절한다. 사실 호수가 대형 로펌에서 나온 이유는 약자에 대한 연민이 발동해서가 아니라 의뢰인을 신뢰하지 못한 이해 충돌 때문이다. 오히려 호수는 이 사건을 계기로 변호사라는 직업이 자신에게 맞는지 의문했고, 자신의 직업적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 지 고민한다.

'미지', ‘아직 알지 못하는’이라는 뜻의 사전적 정의를 가진 단어.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미지처럼, 호수처럼 진짜 자신이 누구인지, 어느 자리에 정착해야 할 지 몰라 방황한다. 이들은 미지, 무지의 세계 안에서 관계 속을 헤매며 매일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대체 어떤 자리에 있어야 나를 알 수 있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정답은 없고, 그리하여 존재는 혼란스럽다.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공단에 입사한 미지의 쌍둥이 자매 유미래(박보영)도 마찬가지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앉은 회사의 ‘자리’는 미래에게 가시방석처럼 아프다. 가시에서 벗어나려면 그 자리에서 일어나면 그만인데, 도무지 떠날 수 없다. '자리'가 나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미래는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그 자리를 묵묵히 견뎌낸다. 자신을 규정하는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불편하다 못해 아프다.
'아직 알지 못하는' 그 미지의 세계 속에서 혼란스러운 건 제법 세상을 살아 본 나이가 된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호수의 새엄마 염분홍(김선영)은 누구보다 훌륭하게 호수를 키워냈지만, 호수와 핏줄로 이어지지 않은 자신이 혹여 엄마로서 부족한 것이 아닌지 끊임없이 곱씹는다. 분홍은 어린 시절, 자신의 가족에게 존재로 각인되지 못한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이다. 가족은 분홍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미지와 미래의 엄마 김옥희(장영남)는 배 아파 낳은 쌍둥이 두 딸을 온전히 분간하지 못해 착잡한 마음이다. 서툴고 무뚝뚝한 엄마인 옥희는 ‘왜 미래 만큼 관심을 주지 않느냐’며 원망하는 딸 미지에게 “나는 뭐 엄마한테 눈길 받고 자랐니. 아니 보고 배운 게 이게 다인데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좋은 엄마 어떻게 어떻게 하면 되는건데? 너가 좀 알려줘라.”라고 답한다. 스스로가 답답하다.
미지가 늘 미래가 먼저였던 엄마 옥희의 사랑을 바랐던 건, 소속감을 원했기 때문일 것이다. 가족이라는 자리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안정적으로 자리 잡지 못한 건 옥희도 마찬가지다. 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했다는 콤플렉스를 안고 살아간다.
어쩌면 삶은 내 자리를 찾아 헤매는 시간의 연장일지도 모른다. 자리에 정착하지 못한 미지도, 자리에 정착한 것처럼 보이는 호수와 미래도 모두 '미지' 상태에 빠져있다. 이 아이러니는 결국 '자리'라는 것이 '나'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건 아니라서가 아닐까.
앞으로도 네 주인공, 미지와 호수 미래와 세진(류경수)은 진짜 나는 누구이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미지의 세계에서 살아갈 것이다. 다행히 이들은 혹독한 성장통 속에서 깨닫고 있다.
육상 선수의 꿈을 가진 내가 뛸 수 없는 발을 갖게 됐다고 해서 내가 아닌 것은 아니며, 나라는 사람이 '장애를 가진 변호사'와 같은 특정 타이틀로 대변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또 나의 자리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며, 애써 찾은 그 곳이 내가 원한 자리가 아니라도 나는 여전히 나라는 것을. 그리고 자리를 지키려 앞만 보며 달려 온 내가 뛰기를 멈춰도 그 자리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누군가의 인정과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자신이 소중하지 않은 건 아니다. '미지의 서울'은 말한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의 그러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나라는 존재는 무척 소중하다고.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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