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 역사 장편소설 죽창 [제10장] 황룡촌 전투(171회)

손화중이 그동안의 상황을 살핀 결과를 설명했다.
"우리가 황토현전투 승리 이후 전주성(全州城)으로 진출하여 중앙군과 전라감영군과 맞서 싸우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오. 현실적으로 싸움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전주를 공격하는 대신 전라도 서남부 일대를 순회하면서 후방을 정리하고, 군사를 모으면서 자원(自願) 농민군을 모아 훈련을 시키고, 이렇게 해서 전력을 기른 것은 중요한 전략자산 확보책의 일환이었소이다. 동학군은 정읍, 고부, 삼례, 흥덕, 고창, 무장, 영광, 함평을 평정하면서 못된 부호와 수령들을 처단하고 군사 수를 대폭 확충하였소. 그중 부득이하게 지방 수령 몇 명을 처단한 것은 본보기를 보여주고, 관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일방, 백성들에게는 억울한 사정을 대신 앙갚음 해주었다는 마음의 위로를 해주었다 이 말이오. 나주에 일부 군사를 잔류시킨 것 또한 나주 수성군의 발을 묶어두기에 적절한 방책이었소."
주경로 접장이 받았다.
"지금까지의 전황은 운도 따르고, 민심을 산 결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였소이다. 다만 황룡강 일원에 홍계훈 중앙 군사가 300이 넘게 들어왔다고 하니 이들을 격퇴하는 문제를 집중 논의합시다. 그들의 숫자는 우리 동학농민군에 비해 열세이나 대신 막강한 화력을 가지고 있소이다."
"화력이 대체 얼마나 된다는 것이오?"
장공삼이 물었다. 현재의 동학농민군의 위세라면 바위도 뚫을 기세인데, 화력 타령을 한다는 것이 미심쩍었다.
"황토현 전투 때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화력이 막강하오. 장위영 대관(壯衛營 隊官)인 이학승과 원세록, 오건영의 지휘 아래 친군심영(親軍沁營) 병력 300명 모두 왜나라와 서방에서 들여온 모슬총(마우저 소총), 극로백(크루프 포), 회선포(개틀링 기관총), 회룡총(레밍턴 롤링블럭 소총)으로 무장하였다고 하는군요. 황토현 전투에서 상대한 전라감영군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요. 거기에 비해 우리 동학농민군은 금구, 정읍, 고창, 영광, 함평, 무안에서 무기를 긁어모았지만, 여전히 조총과 죽창, 화승총 따위 구식 무기요. 화력의 절대 열세란 말이오. 그러므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소."(위키백과 자료 인용)
"걱정할 것 없다니께요."
이화진이 자신감을 보였다.
"왜 걱정할 것 없다고 그렇소이까?"
"적의 무기로 적을 접수할 수 있으니께요."
고개를 저으며 장공삼이 물었다.
"어떻게 적의 무기로 적을 접수한다는 것이오?"
"일단 동학농민군 부대가 황룡촌 인근 삼봉으로 올라갑니다. 우리가 먼저 고지를 선점하고, 고지전을 치르면서 무기를 노획하면 되는 것이올시다."
"삼봉에 올라가면 다 이루어진다?"
"그렇습니다. 그에 앞서 준비할 것이 있습니다. 각 마을에서 대나무를 모조리 베어와야 합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담양에서부터 장성 일원, 영광, 함평 일원에서 대나무를 모조리 베어오고, 백성들을 징발하여 한 날 한 시 동시에 지고 오도록 합니다."
뜻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모두 이화진을 바라보았다. 주경로가 무슨 뜻인지 알고 받았다.
"우리 고장은 대나무가 특산 식물이오. 이것으로 죽창을 만들어 무기로 사용하고 있소. 그래서 다시 활용하자는 것이오. 모름지기 지역 특산물과 지리적 이점을 이용하는 군사가 적군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는 것은 당연한 이치요. 전투란 천시(天時), 지리(地利), 인화(人和)가 중요하오. 맹자가 말하기를 '천시불여지리(天時不如地利), 지리불여인화(地利不如人和)라고 했소이다. '하늘이 내린 시기(시의적절한 하늘의 도움과 변화)는 땅의 이로움만 못하고, 땅의 이로움은 사람들의 화합만 못하다'는 것이오. 지리적으로 유리한 점은 사람들의 마음이 융화된 장점을 살려나가면 어떤 싸움도 이긴다는 것이오. 우리의 단결력과 결사옹위 정신이 하늘을 찌르면 아무리 화력 좋은 경군(京軍)이라고 해도 한 줌의 재밖에 안되는 것이오. 천시, 지리, 인화가 우리의 무기이니 승리하지 않겠소?"
"맞습니다!"
배상옥이 무릎을 치며 호응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