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 남해 금산 / 이성복

송태섭 기자 2025. 6. 23. 14:0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그의 예술은 반역이자 불온하다.

바닷물 속에 노를 담그고 그것을 귀에 대고, 바닷속 이야기를 들은 어떤 예술가를 연상시킨다.

"남해 금산은 실험적 언어가 보다 정제된 서정의 언어로 변화하는 기점에 놓인 시다."(정끝별) 이성복은 언어로 들어가지 않고 곧바로 '돌'로 치고 들어갔다.

"남해 금산속의 '돌'이 아직 이 바닷물 속에 잠겨 살고 있는가" 이별은 이룰 수 없을 때 가장 시니컬한 표정이 된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남해 금산 / 이성복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해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남해 금산』, (1986, 문학과지성사)

그의 예술은 반역이자 불온하다. 차갑고 불길한 그의 초기 시는, 병든 사회에 대한 강렬한 '사이렌siren'이다. 전시대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 '상투화되고 강요된 삶에 대한 근원적인 모반'을 꿈꾼다. 그는 체험과 꿈, 기억과 해체를 통해 상상력을 확장한다. 이성복(1951~, 경북 상주 출생)의 「남해 금산은」은, 이별의 슬픔을 아름답고 신비롭게 교직한다. 리듬의 변주와 어조의 감미로움은 행과 연의 음영(陰影)을 깊이 판다. 특히 종결형 '~네'의 반복은, "여자"인 몸과 "나"인 "돌"을 동일시한다. 그 불가사의한 고저와 장단은 전통 서정시의 율격에 닿는다. 그의 시법은 '환(幻)으로써 환(幻) 닦기' '환(幻)으로써 환(幻) 걷어내기'이다. 나는 문청 시절 이 시를 암송하고 다녔다. 내 심중을 크게 울린 것은, 돌 속에 묻힌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러, 시속 화자가 "돌 속에" 들어가는 은유였다. 릴케나 보들레르의 말을 빌리면, 누구나 절실해지면 영혼이 다른 영혼과 하나가 된다. 「남해 금산」속의 '돌 ․ 여자 ․ 나'는, 그리스 신화 속의 '퓌그말리온과 처녀 상'처럼 허구를 통해 실제가 된다. 돌 속에서 여자가 말하는 소리를 듣고 따라 들어간 장면은 판타스틱하다. 바닷물 속에 노를 담그고 그것을 귀에 대고, 바닷속 이야기를 들은 어떤 예술가를 연상시킨다. 이 시는 언어를 버리고 언어 이전의 불립문자의 세계다. 순간을 통해 영원을 인식한 자의 노래다. "「남해 금산」은 실험적 언어가 보다 정제된 서정의 언어로 변화하는 기점에 놓인 시다."(정끝별) 이성복은 언어로 들어가지 않고 곧바로 '돌'로 치고 들어갔다. 그녀가 그 돌 속에 살기 때문이다. 돌 속의 공간은 둘이 숨쉬기에 부족했나 보다. 돌을 떠나 세상 밖으로 그녀는 떠났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지상의 세계를 천상을 상징하는 "해(남자)와 달(여자)"로 은유한 연상은 절묘하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실존의 엄혹과 고독함이 행간에 사무친다. 결국 신령스런 시의 직관은 찰나에 일어난다. 2010년 남해 금산 바닷가에서, 나는 돌의 귀에 대고 물어본 적이 있다. "「남해 금산」속의 '돌'이 아직 이 바닷물 속에 잠겨 살고 있는가" 이별은 이룰 수 없을 때 가장 시니컬한 표정이 된다. 이성복은 '돌'을 파고 들어가 이별이라는 사랑의 본질을 꿰뚫었다. 이 경우 돌은 도(道)의 다른 이름이다.

김동원(시인·평론가)

Copyright © 대구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