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용 감독의 숙명, ‘맹수’ 돼 맞서는 제자들

김세훈 기자 2025. 6. 2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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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모재현(왼쪽), 김천 모재현. 프로축구연맹



측면 공격수 모재현(29)은 최근 경남FC에서 강원 FC로 이적한 뒤 두 경기 만에 골과 도움을 한개씩 기록했다. 같은 팀 김대원(28)도 어시스트를 올렸고, 미드필더 서민우(27) 역시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포항 박승욱(28), 서울 박수일(28), 대전 김봉수(26)도 소속팀에서 나란히 좋은 폼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모두 이달 초 김천 상무에서 전역해 원소속팀으로 복귀하거나 다른 팀으로 이적한 선수들이다. 군 복무를 마치고 곧바로 주전으로 활약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정정용 김천 감독의 마음은 어떨까. 정 감독은 지난 22일 안양과 홈 경기를 앞두고 “이들의 활약을 보면 뿌듯하면서도 무섭다”고 털어놨다. ‘무섭다’고 말하면서도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이들은 김천에서 약 1년 반 동안 뛰었다. 김천은 태생적으로 영원한 둥지가 아니라 ‘임시 거처’일 수밖에 없다. 정 감독은 “상무는 팀 성적보다는 개인의 성장에 상대적으로 더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며 “전역 후 다른 팀에서 곧바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장면을 보면 지도자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정용 김천 상무 감독. 프로축구연맹



김천은 현재 K리그1에서 3위에 올라 있다. 전북 현대와 대전 하나시티즌 뒤를 잇는 순위다. 외국인 선수 없이 국내 선수들만으로 구성된 팀이 리그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묘한 감정을 낳는다. 상무의 선전은 곧 한국 축구의 미래가 밝다는 방증이다. 젊은 국내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전 경기에서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상무가 잘할수록 다른 프로 구단들에게는 부담이 된다. 외국인 선수와 고액 연봉자를 총동원하고도 상무에 고전하는 팀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 감독은 “상무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복무를 마치고 소속팀으로 돌아가 맹활약하는 것은 결국 전체 리그 경쟁력과 구단 전력을 높이는 일”이라며 “우리보다는 다른 팀들이 더 큰 혜택을 보는 셈”이라고 말했다.

어제까지 함께 뛴 제자들이 이제는 적이 됐다. 그것도 단순한 적이 아닌, 김천 상무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맹수다. 정 감독은 “얼마 전까지 우리 팀 선수였던 이들과 맞붙게 되는 건 상무의 숙명”이라며 “무섭지만, 동시에 대견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활약은 때로 김천 성적에 직격탄이 되기도 한다. 김봉수는 전역 직후 대전 소속으로 김천과 맞붙었고, 경기는 0-0 무승부로 끝났다. 김봉수는 차분하고 안정된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처럼 김천은 앞으로도 전역한 선수들을 ‘상대’로 마주해야하는 운명이다. 정 감독은 “이제 우리에게 위협이 된 선수들이지만, 그 위협은 다른 팀에도 똑같이 작용할 것”이라며 “그들이 모든 팀을 상대로 좋은 활약을 이어간다면, 김천이 딱히 손해 볼 일은 없다”고 말했다.

김천 |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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