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 원 받고 배제라니”.. 또 다시 불붙은 ‘상위 10%’ 낙인 논란

제주방송 김지훈 2025. 6. 23. 10:4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건보료로 부자 가려낸다지만.. 기준도, 신뢰도 여전히 안갯속


정부가 민생회복지원금을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하겠다고 밝히면서, 또다시 ‘상위 10%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부자’를 가려낸다는 방식은, 여전히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반발만 되풀이되는 상황입니다.

이번 지원금은 1차(전 국민 15만 원)와 2차(차등 최대 37만 원)로 나뉘며, 상위 10%로 분류된 국민은 추가 지원 없이 15만 원으로 끝납니다.

문제는 그 상위 10%를 어떻게 가려낼 것인가입니다.

기준은 건강보험료.
과거 재난지원금 때처럼,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만, 지역가입자는 자산과 금융소득까지 반영되는 방식은 동일합니다.

이로 인해 가구 간 형평성 논란이 또다시 반복되는 모양새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직장과 지역가입자의 기준이 달라 가구 단위로 일률 적용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정확한 선별에만 최소 2주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내가 왜 상위 10%냐”는 반발이 터져나오는 모습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 46만 건 쏟아졌던 이의 신청.. 올해도 ‘행정 혼선’ 불가피


2021년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정부에 접수된 이의신청은 46만 건을 넘어섰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한 선별 방식이었고, 이어 가족 구성 오류, 금융소득 반영 누락 등이 잇따랐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민생지원금 역시 유사한 행정적 혼선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합니다.

문제는 단지 혼란만이 아닙니다.
정부는 선별을 통해 재정 절감을 노리고 있지만, 정작 ‘누가 상위 10%인지’ 가려내는 데 드는 행정비용이 수천억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실제로 2018년 아동수당 지급 당시, 선별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적용하는 데만 약 1,000억 원의 행정비용이 소요됐고, 결국 정부는 전 국민 지급으로 방향을 선회한 전례가 있습니다.
당시에도 목표는 ‘예산 효율화’였지만, 결과는 행정비 과잉과 정책 신뢰 하락이었습니다.

이번에도 같은 구조적 문제가 반복될지 주목됩니다.

■ 대안으로 떠오른 ‘연말정산 환수’.. 수용성은 여전히 숙제

복지의 형평성과 효율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해법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연말정산을 통한 ‘사후 환수 방식’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연말정산 항목에 ‘공적이전지원금’ 항목을 신설해, 고소득층은 세율에 따라 일부를 환수하고, 면세점 이하 저소득층은 전액을 수령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구현 가능한 시스템이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습니다.

핵심은 심리적 저항감입니다.
‘줬다가 뺐는다’는 인식은 실제 금전적 부담보다 더 큰 반발을 낳을 수 있습니다.

제도가 아무리 합리적이라도, 국민이 ‘정당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정책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선별 방식의 기술적 개선을 넘어, 복지에 대한 납득 가능한 설계 철학 자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 소비 진작 효과 확인됐지만.. 지급 시차가 ‘효과 반감’ 우려


민생지원금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일부 존재합니다.
코로나19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재난지원금은 26.2~36.1%의 소비 유발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한 고려대·중앙대·명지대 교수 공동 연구에서는 최대 78.2%에 달하는 소비 효과가 확인된 바 있습니다.

당시에는 억눌렸던 소비 수요가 급속히 분출됐다는 점에서 높은 효과가 나타났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릅니다.
지원금이 2차례로 분할 지급되고, 상위 10% 선별 작업에만 2주 이상이 소요될 예정이어서 즉시성 있는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특히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태에서 타이밍을 놓치게 되면, 정책의 체감 효과는 급격히 반감될 수 있습니다.
“줄 거면 빨리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 반복되는 질문.. “나는 왜 상위 10%?”

민심이 흔들리는 지점은 ‘누가 얼마나 받느냐’보다, ‘왜 나는 제외됐느냐’는 감정에 있습니다.
실제 생활 속 소득 수준은 자녀 학비, 대출 상환, 부양가족 유무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달라지지만, 건강보험료만으로 이를 모두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결국 시민들 사이에서는 “내가 정말 고소득자인가?”라는 자조 섞인 물음이 되풀이되는 모습입니다.

전문가들은 복지 논의의 초점이 이제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가’에서 ‘누구를 낙인찍고 있는가’로 이동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정책 설계가 신뢰를 잃는 순간, 금액을 나누는 기술은 아무 의미도 없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어 “이제는 더 주느냐, 덜 주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왜 이 구조가 반복되는지를 먼저 물어야 할 때”라면서, “기준 논란을 멈추기 위해선 수치가 아니라 설계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Copyright © JI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