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추리소설 대가 다카노 가즈아키 “내가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가장 중요한 건 재미”

김현경 2025. 6. 2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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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서 ‘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 최초 출간
아이디어 떠올라야 집필…떄·장소 안가려
“나이 들어도 재미있는 이야기 쓸 것”
다카노 가즈아키 작가가 20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죽은 자에게 입이 없다’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민음사]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단편과 장편은 길이만 차이가 있을 뿐 제가 느끼는 정신적 부담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작품을 집필할 때는 장편이든 단편이든 똑같이 일단 스토리가 재미있는지 생각합니다.”

일본 추리소설의 대가 다카노 가즈아키(高野和明·61) 작가가 단편집으로 한국에 찾아왔다. 지난 20여 년 동안 7편의 장편소설과 1편의 연작 소설집을 펴낸 그는 최근 사실상 첫 단편소설집인 ‘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황금가지)를 일본보다 앞서 한국에서 최초로 출간했다.

다카노 작가는 지난 20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죽은 자에게 입이 없다’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한국에서 내 소설(‘6시간 후 너는 죽는다’)이 영화로 제작돼서 방한했는데, 그때 한국 출판사의 편집자가 단편집 출간을 제안해 책을 내게 됐다”며 “‘일본에선 단편집이 잘 팔리지 않는다’고 했더니 편집자가 ‘그럼 한국에서 출간하자’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 돌아가 ‘한국에서 단편집을 내기로 했다’고 말했더니 일본 출판사들이 굉장히 당황하더라”면서 “한국 독자들이 내 작품을 사랑해 주는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한국 분들을 만나면 왠지 처음 만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뭔가 공통점이 있는 사이 같다”고 덧붙였다.

2001년 장편소설 ‘13계단’으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받으며 데뷔한 다카노 작가는 2011년 장편 ‘제노사이드’로 야마다 후타로상과 일본 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하며 일본 추리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에서도 ‘제노사이드’가 10만부 이상 팔리며 인기를 얻었다.

다카노 작가는 작품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으로 ‘재미’를 강조했다.

이번 단편집에는 지금까지 일본을 포함해 어느 지면에서도 공개된 적이 없는 미발표작 4편을 포함해 6편의 단편이 수록됐다. 그에게 이들 작품의 공통적인 주제 의식을 묻자 “그 스토리의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 그것뿐”이라고 명쾌하게 답했다.

그는 전쟁, 인종 차별, 우경화 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작품에 담아내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라는 평가를 받지만, 사실 이런 평가는 작가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고 단언한다. 그는 “스토리가 재미있는지를 가장 먼저 생각하지, 사회 문제를 다루려고 소설을 쓰지는 않는다”며 “스토리에 사회 문제가 자연스레 따라붙어 다뤄야겠다고 하면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단편집에 수록된 ‘아마기 산장’에서도 전쟁의 공포를 언급하지만 기본적으로 호러 작품으로서 즐거움을 노린 것이지, 깊은 사회적 주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다카노 가즈아키 작가. [민음사]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재미’에 대해 “내가 한 명의 미스터리 팬이라면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 ‘이 사람은 어떻게 될까’가 궁금해질 때 재미를 느낀다는 것”이라며 “글을 쓰는 사람이 된 후로는 첫 번째로 스토리의 재미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독자가 다음에 어떻게 될 것인가 궁금해하면서 페이지를 넘기고, 캐릭터에 공감하면서 읽도록 쓰려한다”고 밝혔다.

집필은 아이디어가 번쩍하고 떠올라야 시작된다. 아이디어가 언제, 어디서 떠오를지는 작가 본인도 아직 풀지 못한 수수께끼라고 한다.

그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적는 수첩이 있는데, (A6 사이즈 정도) 수첩 한 권을 다 채우기까지 10년이 걸린다. 20대부터 썼는데 지금 4권”이라며 “재미없는 아이디어는 그냥 버린다. 아이디어가 없으면 일도 안 받는다”고 말했다.

일단 아이디어가 정해지면 자연스럽게 장르가 정해지고, 문헌 자료들을 철저하게 조사한다. 장편을 쓸 때는 최소 20권 정도의 자료를 조사하며 가장 많았던 경우엔 7상자의 자료를 수집했다.

문헌 자료를 조사해도 잘 모르는 부분이 있을 때는 전문가를 찾아가 몇 시간씩 설명을 듣는다. 또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직접 해 보기도 한다. 그는 “‘6시간 후 너는 죽는다’에서 댄서에 대한 내용이 있는데 직접 춤추면서 댄서의 움직임에 대해서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재미를 중요하게 여기는 그는 최근 재미있게 본 작품으로 조예은 작가의 ‘칵테일, 러브, 좀비’를 꼽았다. 그는 “스토리 자체도 재미있었고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이야기 전개 방식도 좋았다”고 말했다.

다카노 작가는 “일본은 나이가 들면 도덕적이고 훌륭한 이야기로 전환하는 작가가 많은데 나는 그러지 않고 계속 재미를 추구하려 한다”며 “젊은 사람들이 보고 ‘이 늙은이는 어떻게 이렇게 바보 같은 이야기를 썼을까’ 하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앞으로도 쓰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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