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은 하락, 배당은 급등… 구본준 LX家의 2세 승계 ‘시나리오’인가

이석 기자 2025. 6. 2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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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인터내셔널·하우시스 등 잇단 실적 부진에도 수천억대 고배당
지주사, 오너 일가 중심의 현금 흐름…2세 지배력 강화 의혹 증폭

(시사저널=이석 기자)

LX그룹은 2021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됐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회장이 현재 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매출이 16조원 규모인 LX인터내셔널(옛 LG상사)을 비롯해 LX세미콘(옛 실리콘웍스), LX하우시스(옛 LG하우시스), LX MMA(옛 LG MMA) 등이 주요 계열사다.

출범 초기인 2022년까지만 해도 이들 계열사는 고르게 성적을 냈다. 'LX 사형제'의 매출과 영업이익 평균은 분가 2년 만에 각각 54.0%, 234.3%나 증가했다. 지주회사인 LX홀딩스 역시 이들 계열사로부터 배당을 받아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왔다. 출범 첫해에만 지주회사가 실시한 배당액이 1030억원에 이른다. 이듬해 배당액(685억원)까지 더하면 오너 일가인 구본준 회장과 장남 구형모 사장, 장녀 구연제씨는 2년 만에 700억원 넘는 현금 배당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새문안로 LG광화문빌딩에 위치한 LX홀딩스 전경. 왼쪽 사진은 구본준 회장 ⓒ시사저널 박정훈

LG家와의 계열분리 그 후

외연 확장을 위한 굵직한 M&A(인수합병)에도 뛰어들었다. 구 회장은 2021년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와 손잡고 가구 업계 1위인 한샘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3000억원의 출자 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적극적인 공세에 밀리면서 고배를 마셨다. 이후 HMM(옛 현대상선)과 LX글라스(옛 한국유리공업), 포승그린파워, 매그나칩반도체 등의 인수전에 잇달아 나섰다.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게 구 회장의 최대 관심사였다. 결국 구 회장은 자동차용 판유리 업체인 LX글라스와 친환경 바이오매스 발전소인 포승그린파워를 품에 안았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포털에 따르면, 최근 3년간 LX그룹의 연결 기준 자산은 11조2730억원에서 12조6740억원으로 12.4% 증가했다. 재계 순위도 45위에서 43위로 두 계단 뛰어올랐다.

주목되는 사실은 2022년을 정점으로 핵심 계열사들의 실적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축자재와 인테리어 소재를 생산하는 LX하우시스가 대표적이다. 다른 계열사와 달리 LX하우시스는 2020년과 2022년 거액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때문에 2022년까지는 현금 배당이 30억원 안팎에 머물렀다. 하지만 2023년 배당액을 170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지난해에도 배당액은 100억원을 상회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관련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현금 배당액을 갑자기 5~8배나 높여잡으면서 뒷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LX하우시스 측은 "실적 호전에 따른 주주 환원 차원이었다. 지주회사에 배당한 금액은 전체의 30%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이후 회사 실적이 악화됐다. 배당마저 줄이면서 주주들의 원성이 적지 않았다"면서 "2023년 영업이익이 1000억원대를 돌파하면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배당을 늘린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여러 의문이 따른다. 나머지 3개 계열사 역시 실적 하락에도 고배당 기조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종합상사인 LX인터내셔널은 최근 계속된 고금리와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등이 크게 감소했다. 특히 2023년에는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각각 22.6%, 55.1%, 75.2%나 감소했다. 지난해 실적 반등에는 성공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최근 4년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경쟁사와 비교되고 있다. 그럼에도 LX인터내셔널은 최근 4년간 5500억원 가까운 현금을 주주에게 배당했다. 석유화학 계열사인 LX MMA의 경우 2023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동시에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100억원 이상을 배당하기도 했다. 이 배당금이 지주회사를 거쳐 구 회장 일가에게 넘어가는 구조여서 '오너 챙기기'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LX홀딩스는 2023년부터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도 매년 받고 있다. 실제로 최근 2년간 지주회사가 받은 상표권 사용료만 600억원을 상회한다. 이 기간 지주회사가 거둔 매출의 80%에 육박한다. 때문에 경제개혁연대는 부당한 상표권 사용료 수취를 조사하라는 취지의 요청서를 공정위에 접수하기도 했다. 경제개혁연대의 한 관계자는 "오너의 지분이 집중된 지주사에 수익을 집중시키면서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켰다"면서 "어떤 식으로든 공정위가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LX그룹의 고배당 정책을 2세 승계와 연관 지어 해석하는 분위기다. 최근 들어 LX그룹의 2세 승계 구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구형모 사장은 계열분리 첫해인 2021년 LG전자에서 LX홀딩스 경영기획담당 상무로 옮겼다. 이후 1년여 만에 전무를 거쳐 부사장까지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재는 그룹의 컨트롤타워 격인 LX MDI 대표를 맡고 있다.

지분 승계도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다. 구본준 회장은 2021년 12월부터 순차적으로 LX홀딩스 지분을 구형모 사장과 구연제씨에게 증여해 왔다. 그 탓에 40%를 웃돌던 구 회장의 지주회사 지분은 20.37%까지 줄어들었다. 대신 구 사장과 연제씨의 지분은 각각 12.15%와 8.78%로 증가했다. 비슷한 시기에 구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주)LG 지분 중 일부인 157만3000주(0.6%)도 장남에게 증여했다. 6월17일 종가(7만5000원) 기준으로 1180억원에 이른다.

구형모 LX홀딩스 사장

구형모 사장 지분 상당수가 국세청 담보로

구 사장이 향후 지분을 늘려 그룹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분을 추가 매입하거나 아버지가 보유한 지분을 물려받아야 한다. 하지만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을 매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현재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증여받은 LX홀딩스의 지분 상당 부분을 국세청에 담보로 제공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분 승계를 위한 대비 차원에서 LX그룹이 고배당 기조를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LG그룹의 경우 장자 승계 원칙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분은 오너 일가가 나눠 갖는 선단 경영을 펼치고 있다. 이런 특성을 감안할 때 구 사장이 (주)LG의 지분을 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향후 예상되는 지분 증여 과정에서 발생할 막대한 규모의 증여세를 마련하기 위해 LX홀딩스가 무리한 배당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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