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순위 경쟁 벌이는 프로야구, 용병에 울고 웃다
롯데의 감보아 긴급 영입 성공에 너도나도 ‘용병 교체’ 타진
(시사저널=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99번째 던진 공의 스피드가 시속 156km. 상대 타자가 놀라고, 상대 감독이 놀란다. 롯데 자이언츠 새 외국인 투수 알렉 감보아가 그렇다. 감보아는 롯데가 KBO리그 4년 차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를 방출하고 긴급히 데려온 새 외국인 투수다. 6월14일 SSG 랜더스전까지 4경기에 선발 등판했는데 24⅓이닝을 던지면서 삼진을 26개나 잡아냈다. 피안타율은 0.198에 불과하다. 평균자책점은 2.59. 김태형 롯데 감독이 "강속구가 감보아의 최대 장점"이라고 했는데, 경기 후반까지 구속이 줄어들지 않는다.
감보아는 '폴더인사' 루틴 때문에 첫 등판 때 3중 도루를 허용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폴더인사'란 투구 전 마치 인사를 하듯 허리를 숙이는 자세를 꽤 오래 취하는 그의 독특한 루틴 탓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하지만 호된 신고식 이후 등판한 3경기에서는 이런 투구 패턴을 없앴고, 6이닝 이상을 책임지면서 과부하 걸린 롯데 불펜의 숨통을 터줬다. 이만하면 외국인 교체 카드를 빨리 쓴 게 신의 한 수다. 롯데뿐만 아니라 꼴찌인 키움 히어로즈 또한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면서 분위기 반등을 이뤘다.

삼성, 레예스 교체…한화·KT는 플로리얼·쿠에바스 두고 고민
키움은 공격형 야구를 추구하기 위해 외국인 타자 두 명(야시엘 푸이그, 루벤 카디네스)으로 올 시즌을 시작했다. 투수의 중요성 탓에 대다수 팀은 외국인 투수 2명을 쓰는 데 반해 키움이 파격적인 선택을 한 셈이다. 하지만 투고타저 시즌이 되면서 키움의 이런 실험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 2~5선발을 맡은 국내 투수들이 버티지 못했다. 결국 키움은 5월말 푸이그를 내보내고 두산 베어스에서 뛴 적이 있는 라울 알칸타라를 데려왔다. 알칸타라는 2020년 20승을 거둘 만큼 실력이 검증된 투수다. 지난 시즌 팔꿈치 통증 때문에 두산에서 방출되기는 했으나 '건강한 알칸타라'는 나이가 있어도 충분히 긁어볼 만한 복권이었다.
아직 몇 경기 뛰지 않았으나 알칸타라는 예전같이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6월14일 두산전까지 3차례 선발 등판해 2승1패 평균자책점 1.35(20이닝 3자책)의 성적을 내고 있다. 평균 투구이닝이 6⅔이닝에 이른다. 이로써 키움은 적어도 상대가 아주 꺼릴 만한 선발투수 한 명을 갖게 됐다. 키움은 왼쪽 고관절 부상을 당한 1선발 케니 로젠버그 대신 6주 대체 외국인 선수로 라클란 웰스도 영입한 상황이다. 팔꿈치를 다친 외국인 타자 루벤 카디네스 대신 스톤 개랫과도 계약했는데, 이로써 키움은 시즌 초 선보였던 3명의 용병이 현재 모두 교체되는 순간을 맞이했다.
상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도 최근 외국인 투수를 교체했다. 오른쪽 발등 미세 피로골절 부상을 당한 데니 레예스를 대신해 우완 파이어볼러 거슨 가라비토를 영입했다. 레예스의 경우 지난해 시즌 성적(11승4패 평균자책점 3.81)이 좋았고, 포스트시즌에서도 맹활약했기에 부상 회복까지 기다릴 수도 있었으나, 한국시리즈 우승이 목표인 삼성은 6주 대체 선수가 아닌 완전 영입을 택했다. 가라비토는 텍사스 레인저스 40인 로스터에도 포함돼 있던 현역 메이저리거다.
LG 트윈스와 1·2위 다툼을 하고 있는 한화 이글스는 삼성과는 다른 선택지를 꺼냈다. 사구를 맞아 오른 새끼손가락을 다친 외국인 타자 에스테반 플로리얼을 교체하지 않고 6주간 재활자 명단에 올린 뒤 대체 선수인 루이스 리베라토를 데려왔다. 플로리얼을 대신해 중견수로 나서게 되는데, 한화는 리베라토의 리그 적응도를 살펴본 뒤 플로리얼 교체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플로리얼은 현재 미국으로 출산휴가를 갔고, 7월8일 입국할 예정이다.


폰세·와이스·앤더슨·화이트·레이예스 등 '효자 노릇' 톡톡히
뉴욕 양키스 유망주 출신의 플로리얼은 다치기 전까지 타율 0.271, 8홈런 29타점 13도루의 성적을 냈다. 빠른 발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장타력이 다소 아쉽다. 그나마 1번 타자로 나선 경기에서는 타율 0.314(70타수 22안타) 4홈런 8사사구의 준수한 성적을 냈다. 한화는 지난해 리카르도 산체스 대체 선수로 영입했던 라이언 와이스가 깜짝 성적을 내면서 산체스를 방출하고 와이스와 정식 계약을 한 바 있다. 지난해 잔여 시즌 동안 5승5패 평균자책점 3.73의 성적을 냈던 와이스는 올해 9승2패 평균자책점 2.83의 기록으로 코디 폰세와 함께 리그 최고의 원투 펀치를 구축하고 있다. 리베라토가 제2의 와이스가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강력한 선발진을 앞세워 중상위권 다툼을 하고 있는 KT 위즈는 윌리엄 쿠에바스에 대한 고민이 깊다. 올해로 7시즌째 마법사 군단과 함께하고 있는 쿠에바스는 현재 15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7패 평균자책점 5.64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 고영표, 소형준, 오원석으로 이뤄진 KT 선발진에서 무게감이 제일 떨어진다. 하지만 그동안 보여줬던 능력치가 있고 연봉(150만 달러) 또한 많은 탓에 교체를 쉽게 결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LG를 비롯해 가을야구 진출 마지노선인 5강 경쟁을 벌이는 팀들의 공통점은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다. 중심 타자인 최정이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는 SSG 랜더스는 드류 앤더슨-미치 화이트 원투 펀치가 건재하고 지난해 타격왕 길레르모 에레디아가 최근 부상을 털고 복귀해 팀에 보탬이 되고 있다. 선수들 줄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도 제임스 네일, 아담 올러가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주고 있고 패트릭 위즈덤이 필요할 때 '한 방'을 쳐주고 있다.
역시나 윤동희·나승엽·황성빈 등 주력 타자들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롯데는 2년 연속 200안타를 노리는 빅터 레이예스가 타선을 꿋꿋이 지키고 있다. 8위로 뒤처져 있는 NC 다이노스 또한 1선발 라일리 톰슨과 지난해 홈런왕 맷 데이비슨이 건재해 가을야구 진출 희망을 아직은 이어가고 있다. 반면 두산은 믿었던 콜 어빈이 기대만큼 성적(5승7패 평균자책점 4.86)을 내주지 못하면서 결국 이승엽 감독까지 자진 사퇴했다.
KBO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는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수비에서는 팀 1·2선발을, 공격에서는 3번 혹은 4번 타자를 담당한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몇 년간 하위권에 머물렀던 한화가 올 시즌 최상위권으로 발돋움할 수 있던 원동력도 외국인 투수들(폰세·와이스)에 있다. 외국인 선수의 활약은 미국 프로야구 성적과는 무관하게 국내 리그 환경 적응이 제일 중요해 '복불복'에 가깝지만, '잘 뽑은 외국인 선수 한 명이 10명의 국내 선수 부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외국인 선수와 함께 웃는 팀이 결국 시즌 끝까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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