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32평도 100억 간다” 압구정현대에서 왕십리까지 번진 상승 베팅

2025. 6. 2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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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팔면 오늘이 신고가이고 내일 팔면 내일이 신고가예요. 요즘은 집주인들이 막판에 계좌번호를 안 주는 경우도 있어요."

6월 18일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의 한 공인중개사를 찾았다.

KB부동산에 따르면 6월 둘째 주 기준 성동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03.6으로 전월 대비 1.88포인트 상승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6월 11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성동구·마포구 등은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며 "시장이 비상 상황이면 토지거래허가제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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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뚫은 서울 아파트⑤]

성동구 하왕십리동의 공인중개사 / 사진= 고송희 인턴기자

“오늘 팔면 오늘이 신고가이고 내일 팔면 내일이 신고가예요. 요즘은 집주인들이 막판에 계좌번호를 안 주는 경우도 있어요.” 

6월 18일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의 한 공인중개사를 찾았다. 그는 최근 시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집값이 급등하면서 ‘며칠만 더 기다리면 더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거래 직전 갑자기 매도를 보류하는 집주인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강남에서 시작된 아파트 가격 상승이 서울의 인근 지역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분위기다. 

압구정 신현대9차 아파트 인근 중개업소 / 사진=고송희 인턴기자

이번 상승의 진원지인 압구정동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신현대9차 아파트 인근 중개업소를 찾았다. 6월 1일 이 단지 183㎡(61평형) 한 가구가 101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직전 거래보다 1억5000만원 오른 신고가를 경신했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재건축 기대감까지 반영돼 국민평형(84㎡)도 100억원 간다는 말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현재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실거주 목적 외 거래가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매물이 부족한 탓에 호가는 오르고 있다. 현장 중개업자들은 “매도자 중심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통계로도 나타난다. 6월 둘째 주 기준 KB국민은행의 매수우위지수는 83.0으로 전주 대비 9.7포인트 상승했다. 2021년 10월 셋째 주(86.1)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매수세가 매도세보다 훨씬 강하다는 뜻이다.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와 맞닿아 있는 지역의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KB부동산에 따르면 6월 둘째 주 기준 성동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03.6으로 전월 대비 1.88포인트 상승했다. KB부동산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22년 1월 기준(100)으로 해당 지역 아파트값의 전반적인 흐름을 보여준다.

성동은 강남(2.68%), 서초(2.72%), 송파(2.00%), 양천(2.41%)에 이어 서울 전체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강북 한강벨트인 마포(0.85%), 용산(1.53%)보다 상승폭이 크다. 성동구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강남에서 직접 넘어온 수요는 많지 않지만 ‘이제는 성동 차례’라는 기대가 매수를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동구 하왕십리동 센트란스 아파트 단지/ 사진=고송희 인턴기자

이 흐름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단지가 하왕십리동의 센트라스다. KB부동산의 ‘5월 성동구 선도단지 지수’에서 1위를 기록한 이 단지는 2529세대 규모의 대단지로 역세권 입지에 대형 상업시설, 학원, 헬스장 등 생활인프라를 갖춘 신축 아파트다.

센트라스 전용 84㎡는 2월까지만 해도 18억원 수준이었지만 6월 들어 19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강남 진입이 어려운 30·40대 화이트칼라들이 성동을 대안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 역시 매물이 잠기면서 거래가 줄었지만 호가는 오르고 있다. 센트라스의 월별 거래량은 3월(51건)을 정점으로 4월(24건)에 절반 넘게 줄었다가 5월(37건)에 반등한 뒤 6월 들어 다시 급감했다. 17일 기준 거래량은 단 5건에 그쳤다. 아직 거래신고 기한이 남았지만 지역 부동산에서는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아파트 단지 상가의 중개업자들은 “3월까지는 일부 매물이 있었지만 지금은 씨가 말랐다”고 입을 모았다. 

경계심리는 오히려 매수를 자극하는 측면도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6월 11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성동구·마포구 등은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며 “시장이 비상 상황이면 토지거래허가제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성동구의 한 중개업자는 “시장에서는 ‘성동도 곧 토허제에 지정될 수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사야 한다는 심리가 강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고송희 인턴기자 kosh112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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