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위임장에 속은 제작사, 거액 건넸다' 심은하 컴백 사기극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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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이제는 너무 오래된 얘기가 돼 버렸지만 한때 '심은하의 시절'이 있었다. 1993년에 MBC 22기 공채 탤런트가 된 심은하는 그해 일요일 아침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으로 데뷔했다. 대중이 심은하라는 존재를 주목하게 된 것은 그 이듬해인 1994년으로 MBC 미니시리즈 <마지막 승부>를 통해서였다.

사실 당시 <마지막 승부>는 도전적인 캐스팅이 눈길을 끈 드라마였다.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손지창과 이상아를 조연급으로 캐스팅한 도전적인 드라마였다. 조연은 당대 최고의 스타였지만, 주연은 신인인 MBC 21기 공채 탤런트 장동건과 22기 공채 심은하였다. MBC 입장에선 유망한 공채 신인 탤런트에게 기회를 주는 캐스팅이었는데, 사실 상당한 모험수이기도 했다.
그런데 <마지막 승부>는 단 1회 방송으로 엄청난 화제작이 됐고, 신인이던 장동건과 심은하는 바로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심은하는 90년대 연예계를 대표하는 배우로 성장한다. <M>, <숙희>, <1.5>. <아름다운 그녀>, <백야 3.98>, 그리고 <청춘의 덫> 등의 드라마에 출연해 큰 사랑을 받았고, <8월의 크리스마스>, <미술관 옆 동물원>, <텔 미 썸딩>, <인터뷰> 등의 영화를 통해 충무로에서도 가장 각광받는 배우가 됐다.
그런데 2001년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1993년에 데뷔해 1994년에 스타덤에 오른 심은하의 마지막 작품은 2000년에 개봉한 영화 <인터뷰>로, 활동 기간은 8년여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90년대 연예계 최고의 스타는 단연 심은하였다. 누가 뭐라 해도 90년대는 '심은하의 시절'이었다.
은퇴한 뒤에도 언론은 꾸준히 심은하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우선 활동을 중단한 심은하의 근황을 대중이 궁금해 했기 때문이었는데, 더 중요한 포인트는 은퇴를 번복하고 컴백할 가능성이었다.
은퇴 1년 뒤인 2002년부터 2005년 사이에 보도된 심은하 관련 기사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우선 '심은하 나올 때가 됐나?', '심은하 돌아오라' '심은하, 당신은 추억이 되지 않습니다' '심은하, 세월 가도 잊을 수 없는 여배우 1위' 등 심은하의 컴백을 바라는 내용의 기사나 칼럼이었다.
두 번째는 '배우 심은하 화가로 데뷔', '심은하 프랑스 유학 출국', '심은하, 조용히 서른 두 번째 생일 맞아', '심은하는 산책 중!-애견 데리고 등산', '그녀도 복귀 준비? 심은하 밀착취재' 등 심은하의 근황을 다룬 기사였다. 당시에는 심은하의 일상을 포착한 사진이 확보되면 바로 단독 기사가 됐을 정도였다.
세 번째는 컴백 관련 기사들이다. 당시 기사를 검색해보면 '심은하 외출 할까?', '2005년, 심은하 컴백할까 - 수영, 등산, 몸 만들기 징후' 등 근황과 컴백 가능성을 연계한 기사들이 보인다. "심은하도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유력 연예 관계자 코멘트가 화제되기도 했었다.
사실 당시에는 심은하가 어느 영화나 드라마로 컴백한다느니, 특정 영화 제작사와 미팅을 했다느니 하는 내용의 기사들도 많았다. 이런 소식이 특종으로 보도되며 엄청난 화제를 양산하곤 했지만 사실은 오보였고, 지금은 사라진 기사가 돼 검색조차 되지 않는다. 심은하가 평소 친분 때문에 잠시 연예 관계자를 만난 것일 뿐인데, 그 만남을 컴백과 관련된 것처럼 과장해서 보도한 기사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5년 10월, 심은하는 지상욱 전 의원과 결혼했다. 은퇴를 선언하고 이미 4년여가 지난 상황에서 들려온 결혼 소식, 그리고 2006년에 첫 딸을 낳고 2007년에 둘째 딸을 출산했다. 그렇게 컴백설도 잦아들었다.
그렇지만 완벽하게 사라지진 않았다. 어느 정도 바쁜 육아기가 지난 뒤인 2010년 이후 다시 컴백설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2002년에서 2005년 사이처럼 컴백설이 우후죽순 쏟아지진 않았지만 잊힐 만하면 한 번씩 컴백설이 불거졌다. 그만큼 대중이 레전드 심은하의 컴백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방송 활동을 잠시 재개하기도 했다. 2014년 기독교 선교 방송인 극동방송 라디오에서 '심은하와 차 한잔을'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 다만 3~5분 동안 기독교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짧은 칼럼 형식 프로그램이라 연예계 컴백과는 거리가 멀었다. 2016년 남편 지상욱 전 의원이 20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심은하는 국회의원 부인이 됐지만 외부 활동은 거의 없었다.
설은 설일 뿐, 업계에서는 심은하의 컴백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심은하는 연예계 은퇴 이후에도 2021년 세상을 떠난 고 이춘연 씨네2000 대표와 친분이 남달랐다. 고인은 심은하가 출연한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과 <인터뷰>를 제작했는데 <인터뷰>는 은퇴작이기도 하다. 2009년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고 이춘연 대표는 "아까운 배우라 가끔 다시 연기를 시작해보면 어떻겠느냐고 꾀어보기는 하는데 심은하가 안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2017년에는 심은하가 응급실에 실려 가는 일도 있었다. 당시 바른정당 당 대표 경선에 참여했던 지상욱 전 의원은 "가족의 건강에 이상이 생겨 곁을 지켜야 한다"며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응급실을 거쳐 병실에 입원한 뒤 심은하는 공식입장을 통해 "최근에 모르고 지냈던 과거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발견하게 되었다. 약물치료가 필요했지만 지금까지 저의 의지와 노력으로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스스로 극복해 왔다"라며 "그러다 최근에 약을 복용 하게 되면서 부득이하게 병원을 찾게 됐다. 지금은 괜찮고 곧 퇴원한다. 걱정을 끼쳐 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심은하가 공식적인 자리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 운동 기간이다. 그 전까지 심은하는 남편의 선거 운동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선거 당일 부부가 함께 투표소를 방문해 투표하는 모습 정도가 전부였다. 그렇지만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박빙으로 진행되면서 비로소 심은하가 직접 선거운동에 나섰다.
그렇게 심은하는 연예인이 아닌 정치인의 아내로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컴백설도 더 이상 제기되지 않았다. 그런데 2022년 3월 심은하가 바이포엠스튜디오가 제작하는 드라마를 통해 컴백한다는 기사가 보도돼 화제가 됐다. 연예관계자들의 전언이 아닌 제작사인 바이포엠스튜디오가 직접 밝힌 컴백설이라 당연히 팩트로 받아들여지면서 화제성이 엄청났다.
그렇지만 바로 심은하 측이 '사실무근'이라며 법적대응 검토 입장을 밝혔다. 숱한 컴백설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심은하가 처음으로 공식 반박을 했다. 이에 바이포엠스튜디오는 "심은하 업무를 대행한다고 밝힌 A 씨에게 계약금 15억 원을 줬다"며 "심은하 씨에게 폐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이 사안은 법원으로 갔다. 바이포엠스튜디오 측에 심은하 업무를 대행한다고 밝힌 A 씨는 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 사기, 사문서 위조, 위조사문서 행사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최근 관련 재판의 1심 선고가 나왔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1부(부장 김희수)는 A 씨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1심 선고 내용에 검찰과 A 씨 측이 모두 항소하지 않으면서 그대로 형이 확정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사건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2022년 1월 A 씨는 바이포엠스튜디오 직원을 만나 "나는 심은하 남편 지상욱 전 국회의원과 고등학교 동문으로 매우 친한 사이"라며 "심은하와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하고 복귀를 하려 하니 복귀 작품을 알아봐 달라"고 말했다.
바이포엠스튜디오가 심은하 캐스팅 의사를 보이자 그해 2월 A 씨는 바이포엠스튜디오와 계약을 체결했고 계약금으로 16억 5000만 원을 가져갔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위임자(심은하)의 모든 연예 활동에 관한 모든 행위(드라마 촬영 등)를 대행한다'는 내용과 함께 심은하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연락처 등이 적힌 위임장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계약금까지 지불한 뒤 바이포엠스튜디오는 3월에 심은하 컴백을 공식화했다.
재판 과정에 대해 A 씨 측은 "술자리에서 한 허언으로 인해 범행에 이르렀다"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심은하 대역까지 내세워 심은하가 연예계에 복귀할 것처럼 행세하도록 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다만 A 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16억 5000만 원을 모두 갚은 점, 동종의 전과 및 벌금형 초과 전과는 없는 점 등을 감안해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오랜 기간 컴백설이 난무했을 만큼 대중이 컴백을 기다린 레전드 스타의 특수한 상황을 악용한 사기 행각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글 신민섭 일요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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