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란다] 마을 살리려면 주민 삶 먼저…개선 과제 0순위 ‘정주 여건’

이재효 기자 2025. 6. 23. 05: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새 정부에 바란다] (5)·끝 국토균형발전 첫걸음은 농촌 삶의 질 회복부터
대중교통 배차간격 1시간 훌쩍
이동권 보장할 맞춤형 대책을
식료품 매장 없는 지역 대부분
이동형 장터로 접근성 높여야
빈집, 지역활성화 자원으로 활용
공공의대 등 의료체계 구축 필수

‘지방소멸’이 국가적 의제로 떠오른 지 10여년이 지났다. 하지만 그동안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펼친 정책은 백약이 무효였다. 2019년을 기점으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을 넘어선 이후, 그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소멸위기에 놓인 농촌을 되살리기 위해선 교통·의료·문화·주거·복지 등 전반적인 삶의 질을 종합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전문가들은 사회서비스 제공 주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농촌을 위해 지난해부터 시행된 ‘농촌 지역 공동체 기반 경제·사회 서비스 활성화에 관한 법률(농촌경제사회서비스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법은 농촌 주민이 직접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지원하는 구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제도 활성화를 위해 4월 전북연구원을 교육훈련기관으로 지정했다. 황영모 전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도가 정착하려면 사회서비스 제공을 위해 설립된 법인·단체를 시장·군수가 적극적으로 ‘농촌서비스 지역 공동체’로 지정하는 등 행정적 관심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기관에서 내놓는 각종 통계는 도농간 삶의 질 격차가 심각하다고 증언한다. 농촌에 새로운 인구가 유입하기 위해선 인프라 개선이 급선무인 이유다. 먼저 교통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4 농어업인 등에 대한 복지실태조사’에 따르면 읍·면 지역의 대중교통 평균 배차 간격은 69.3분으로 읍지역은 47.2분, 면지역은 88.5분에 달했다.

열악한 교통 여건 속에서 농촌 주민 72.1%는 주요 이동 수단으로 자가용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최근 고령운전자 사고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농촌 현실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민우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연구관은 “무조건적인 면허 반납 정책 대신 농촌형 교통시스템과 수요응답형 대중교통 등을 확대해 농촌 주민의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식품사막’ 현상이 심각한 농촌의 도소매점 접근성도 높일 필요가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전국 3만7563개 행정리 가운데 73.5%인 2만7609곳은 행정구역 안에 식료품 소매점이 없었다. 이동형 장터를 통해 먹거리 접근성을 높이고, 농촌에서 필수품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맡는 농협 경제사업장에서 지역화폐를 통해 저렴하게 식품을 구매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도시민들이 농촌으로 이주하게끔 만들기 위해선 주거 환경 개선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농촌의 골칫거리가 된 빈집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한국지역개발학회가 19일 개최한 ‘새 정부에 바라는 도시재생 정책 토론회’에서 김일영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정책위원은 “인구감소와 지역 쇠퇴로 발생하는 빈집은 지역 활성화의 잠재력을 가진 자원이 될 수 있다”며 “철거 비용 지원을 확대해 빈집 정비를 활성화하고 인구감소지역 내 폐교를 지자체에 무상 양여하는 방식으로 농촌 공간을 재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정 갈등으로 촉발된 농촌 의료 체계 붕괴 위험을 해소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8일 발표한 ‘필수·공공의료의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국민의 71.2%가 지역간 의료서비스에 차이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당시 주요 공약으로 소개한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도입이 농촌 의료 체계 구축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배경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농촌 지자체는 앞서 언급된 각종 인프라를 구축할 예산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지자체가 비교적 자유롭게 재원을 사용할 수 있는 고향사랑기부제(고향기부제) 활성화도 절실하다. 권선필 목원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전체적인 고향기부제 활성화를 위해 법인 기부 허용과 세액공제 한도 확대가 필요하다”며 “지자체가 신속하고 유연하게 재원을 사용하려면 고향기부금을 세외수입으로 분류하도록 행정안전부 지침을 변경해야 한다”고 밝혔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