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안거, 6월과 윤6월 사이[인문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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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면 신발 끈을 묶는 아침.
동아시아는 농사와 관련해 음력을 쓰니, 3년 주기로 윤달이 발생한다.
때문에 올해 음력 달력에는 '6월' 다음에 '윤6월'이 등장한다.
그럼 '하안거=3개월' 원칙을 어떻게 지켜야 할까? 내가 사는 오대산 월정사 등은 4월 15일부터 시작해 3개월간 하안거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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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면 신발 끈을 묶는 아침. 바쁨과 경쟁으로 다급해지는 마음을 성인들과 선현들의 따뜻하고 심오한 깨달음으로 달래본다.

인도는 아열대 기후에 속한다. 이곳에는 ‘겨울→우기→여름’의 세 계절이 순환한다. 이 중 우기는 무려 3개월이나 된다.
그런데 아열대의 우기는 우리 장마와는 또 다르다. 장마가 신라면 매운맛 정도라면, 아열대 우기는 혀끝을 마비시키는 불닭볶음면에 해당한다고나 할까. 임팩트 있는 스콜과 급격히 불어나는 물은 저지대를 침수시키고, 사람들의 발을 묶어버린다. 현대에는 이런 문제가 별것 아니지만, 고대 인도에서 우기는 지난한 기다림의 미학을 반복적으로 요청하는 일이었다.
우기에 비가 대지를 덮으면, 땅속에 사는 곤충과 동물이 물을 피해 앞다퉈 지면으로 나온다. 이때 수행자들이 걸어 다니면, 아무래도 살생을 범할 우려가 크다. 이런 이유로 인도의 수행 문화에는 우기에 한곳에 머물며 출입을 삼가고 정진하는 ‘우안거(雨安居)’가 생겼다.
불교가 동아시아로 전래한 후, 우안거는 ‘하안거(夏安居)’로 대체된다. 무더위로 외부 활동이 어려운 한여름에, 출입을 금하고 집중 수행을 하는 것이다. 여름방학을 활용한 고강도 특별 과외인 셈이다. 이 기간은 인도의 우안거 기간에 해당하는 음력 4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 3개월이다. 우안거와 하안거는 ‘폭우’와 ‘무더위’라는 원인은 다르지만, 집중 수행하겠다는 정신은 동일한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동아시아는 농사와 관련해 음력을 쓰니, 3년 주기로 윤달이 발생한다. 태음력의 1년은 354일로, 태양력의 365일보다 11일 짧다. 이 때문에 음력과 양력을 맞추기 위해 3년 주기로 윤달을 배치해, 음력을 13달로 만든다. 음력을 쓰던 과거에는 3년에 한 번씩 1년이 13달이 되었다는 말씀.
그리고 올해가 바로 그 윤달의 해로, 6월에 든다. 때문에 올해 음력 달력에는 ‘6월’ 다음에 ‘윤6월’이 등장한다. 이렇게 되면, 불교적으로는 본래 3개월인 하안거가 4개월이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4월 15일부터 7월 15일로 시작과 끝은 같지만, 윤6월 때문에 전체 수행 기간이 4개월로 늘어나는 것이다.
그럼 ‘하안거=3개월’ 원칙을 어떻게 지켜야 할까? 내가 사는 오대산 월정사 등은 4월 15일부터 시작해 3개월간 하안거를 진행한다. 해서 윤6월 15일에 마친다. 반면, 불국사 등은 5월 15일에 시작한다. 6월, 윤6월을 거쳐 7월 15일에 마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안거 3개월’을 두고 인도불교에는 없던 소소한 해프닝이 한국 불교에서 벌어지고 있다.

자현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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