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김민석 의혹에 “본인 해명 지켜봐야”
추경 등 쟁점, 野와 입장 ‘평행선’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2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오찬 회동을 가졌다. 이 대통령 취임 18일 만에 이뤄진 이번 회동은 이 대통령 초청으로 성사됐다.
이날 낮 12시부터 1시간 45분 가까이 진행된 오찬엔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송언석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강훈식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이 배석했다.
이날 회동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관련 논란, 2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 현안이 논의됐지만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선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과 송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 임명을 심사숙고해 달라”고, 추경에 대해서는 “물가 상승이 우려되고 부채 탕감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 논란에 대해 “청문회 과정에서 본인의 해명을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2차 추경안에 대해선 “조정할 수 있는 것은 조정하고, 가능하면 신속하게 어려운 상황을 함께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18일만에 野 만난 李, 김민석도 추경도 명확한 답 안해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22일 오찬 회동에서는 김민석 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 2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의 현안들이 테이블에 올라왔다. 이는 G7(7국) 정상 외교 무대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하고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는 이 대통령이 마주하고 있는 ‘과제’들이기도 하다.
김민석 후보자에게 국무위원 제청권을 행사하도록 한다는 이유로 내각 구성이 늦어지는 것은 현재 이 대통령으로선 적지 않은 부담이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 논란에 대해 야당에 밀릴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권도 이런 기류를 알고 ‘김민석 총력 방어’에 나선 상황이다.
이런 기류는 이날 오찬 회동에서도 드러났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7대 요구 사안’을 밝혔는데 특히 ‘김민석 논란’에 집중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김 후보자에 대해 “청문회와 인준 절차를 대놓고 무시하고 능멸하는 오만한 행태”라며 “이런 분이 앞으로 총리가 된다면 정부에서 국회를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 또 여야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지 대통령께서 심사숙고하실 것을 당부를 드린다”고 가세했다. 두 사람은 이어진 비공개 자리에서도 빠른 내각 구성을 위해 김 후보자 지명 철회가 필요하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이런 요구에 대해 명확하게 선(線)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 과정에서 본인의 해명을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한 것도 ‘김민석 카드 고수’로 해석됐다. 이 대통령은 “가족 신상까지 다 문제 삼는 분위기 때문에 능력 있는 분들이 입각을 꺼린다”는 취지로 고충을 설명하며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대화 중에 이 대통령은 김용태 위원장에게 “본인(김용태)은 털면 안 나올 것 같냐”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김 후보자는 가족에 대한 도덕성 검증이라기보다는, 본인의 자금 출처에 대한 소명이 명확히 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김 후보자 청문회는 24~25일 예정돼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 불참으로 국내에 있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김민석 청문회는 이재명 정부가 반드시 넘어야 할 장애물”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20조원 규모의 2차 추경안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김용태 위원장은 “이번 추경엔 소비 쿠폰, 지역 상품권, 부채 탕감이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며 “특히 빚 탕감 1조1000억원은 성실 채무 상환자에게는 박탈감을 줄 수 있고, 앞으로 채무 상환 기피 현상을 조장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조정할 수 있는 것은 조정하자”고 했지만 큰 틀에서의 기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으로선 어떻게든 경기 회복의 물꼬를 터야 한다”며 “국채 발행을 통한 재정 건전성 악화 문제도 있지만 야당도 추경 자체는 대놓고 반대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회동에서는 여야 상임위원장 재배분 문제도 제기됐다. 김용태 위원장은 “제2당(현재는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직을 맡는 관행을 복원해 달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국회에서 여야 간 잘 협상할 문제”라며 여당으로 넘겼다. 하지만 민주당이 국민의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한 상태라고 한다.
대통령실은 이날 점심 메뉴로 통합의 의미를 담아 5가지 색이 들어간 국수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오찬을 시작하기에 앞서 “가능하면 좀 많이, 빨리 뵙자는 입장이었다”며 “다른 야당들도 한꺼번에 보자는 요구들도 있었지만, 밀도 있게 말씀을 들어보려면 따로 뵙는 게 좋을 것 같아 서둘러 뵙자고 부탁을 드렸다”고 했다. 회동이 끝난 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간에 격의 없는 대화를 시작했다는 점에 서로 의미를 부여했다”며 “향후 이런 만남을 자주 갖기로 했다”고 브리핑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요구 사안에 대해) 대통령과 여당의 답을 명확히 듣지 못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김 위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대통령의 재임 전(부터) 진행 중인 재판의 진행 여부에 대해 사법부의 헌법 해석에 전적으로 맡긴다는 것, 만약 사법부가 재판을 연기한다면 임기가 끝나고 재판을 받겠다는 것을 약속해달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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