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달리는 좀비’의 귀환

백수진 기자 2025. 6. 23. 00:5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8일 후’ 속편 ’28년 후' 10만 돌파… 거대 좀비·기어가는 좀비 등 진화
분노 바이러스 창궐 28년 후, 감염자들은 한층 더 강력하게 진화했다. 섬에 격리돼 살아가던 소년 스파이크(왼쪽·앨피 윌리엄스)는 생애 처음으로 본토에 발을 들인 뒤, 감염자들에게 쫓기며 사투를 벌인다./소니 픽쳐스

한국형 좀비물 ‘부산행’과 ‘킹덤’ 이전에 ‘28일 후’(2002)가 있었다. 분노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광기에 찬 감염자들이 질주하는 이 영화는 이후 좀비 장르의 판도를 뒤바꿔 놨다. 이전까지 좀비가 느릿하고 무기력한 존재였다면, ‘28일 후’에선 광폭한 감염자가 등장하며 마니악한 호러 장르였던 좀비 영화를 블록버스터에 걸맞은 장르로 바꿔 놓았다.

달리는 좀비의 시초, 대니 보일(69) 감독이 23년 만에 속편 ‘28년 후’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숨 쉴 틈조차 주지 않는 맹렬한 추격전, 감각적인 영상미로 원조의 품격을 보여준다. 19일 개봉한 영화는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인데도 이틀 만에 10만 관객을 돌파했다. 세계관을 공유하는 또 다른 후속작 ‘28주 후’도 덩달아 넷플릭스에서 역주행 중이다.

영화 '28년 후' /소니 픽쳐스

바이러스 창궐 28년 후, 영국 본토는 주변 국가들에 의해 봉쇄되며 버려진 땅이 됐다. 일부 생존자는 외부와 단절된 섬에 모여 살아가고 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섬 밖을 나간 적 없는 소년 스파이크(앨피 윌리엄스)가 생애 첫 사냥을 위해 아버지와 본토로 향하며 위험천만한 모험이 시작된다. 대니 보일 감독은 한국 언론과 한 화상 기자 간담회에서 “전 세계가 함께 살아남으려고 애썼던 팬데믹, 영국이 유럽과 정치적으로 단절되며 고립됐던 브렉시트(EU 탈퇴) 등 현실이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고 했다.

바이러스의 변이로 인해 감염자들은 충격적인 모습으로 진화했다. 땅을 기어다니며 벌레를 먹는 감염자, 스테로이드를 맞은 것처럼 거대해진 감염자 등 가지각색의 감염자로 본능적인 혐오와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보일 감독은 거칠고 날것 같은 질감의 영상을 통해 비현실적인 세상을 지독하게 현실적으로 그렸다. ‘28일 후’에서 캠코더로 촬영한 화면을 사용했다면, 이번엔 스마트폰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감염자의 몸에 스마트폰 20대를 달아 찍는 등 역동적이고 독창적인 장면들로 지루할 틈이 없다.

영화 '28년 후' /소니 픽쳐스

무엇보다 중세 사회로 퇴행한 듯한 공동체가 이 영화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현대 기술이 사라진 사회에서 남자들은 활을 쏴 사냥하며 전사처럼 키워진다. 과거 군사 훈련에 쓰인 시 낭송 음성, 영국 궁수들의 영상 등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관객을 심리적으로 압박한다.

‘28일 후’가 좀비보다 무서운 인간의 민낯을 드러내며 희망을 짓밟았다면, ‘28년 후’는 절망적인 세상에서도 사라지지 않은 인류애를 보여주며 관객의 예측을 비켜 갔다. 후반에는 소년의 성장 서사와 가족애가 담긴 뭉클한 이야기로 전환돼, 이 시리즈의 팬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28일 후’는 당시 신인이었던 킬리언 머피를 발굴해 이름을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20여 년 사이 세계적인 배우가 된 킬리언 머피는 제작자로 참여했다. 대니 보일 감독은 ‘28년 후’ 3부작을 기획 중이며 머피는 2편부터 출연 예정이다. 보일 감독은 “2편은 훨씬 위험하고 도발적인 영화로 악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