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사람만이 줄 수 있는 ‘위로’
최근 챗GPT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는 건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이 챗GPT를 사용하는 방식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 등장했을 당시, 챗GPT는 주로 실용적인 용도로 쓰였다. “이 논문 요약해 줘.” “이 문장 자연스럽게 고쳐줘.” “○○가 뭐야?”와 같은 질문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챗GPT에 감정적인 대화를 시도하는 사용자가 많아졌다. “나 너무 힘들어.” “나는 왜 이렇게 외로울까?” “너는 날 이해해 줄 수 있어?”와 같은 질문들을 통해 사람들은 챗GPT에 감정을 털어놓고, 정서적으로 연결되려 하고 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과의 감정적인 교류는 불가능하다고 예측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흐름이다.
이런 현상을 지켜보다 떠오른 소설이 있다. 바로 윤이형 작가의 단편소설 ‘대니’다. ‘대니’는 손자를 도맡아 키우는 일에 지친 할머니와 육아 로봇 대니의 이야기다. 할머니는 외롭게 일만 해오면서 ‘기계 같은 삶’을 살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기계인 대니와 함께 지내면서 그동안 누구와도 나누지 못했던 감정적인 교류를 경험하게 된다. ‘대니’는 결국 인간으로 인해 잃어버렸던 인간성을 기계를 통해 회복하는 사회를 보여주고 있다. ‘대니’가 출간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이 소설은 다시 살아난 것만 같다. 이보다 앞서 개봉한 영화 ‘Her’(2013)도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남자 이야기다.
사람들이 위로를 받기 위해서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챗GPT를 찾고 있다는 사실은 어쩐지 쓸쓸하게 느껴진다. 왜 우리는 이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언젠가 사람이 다시 사람을 찾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소설 ‘대니’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할머니는, 견디고 있었어요. 저는 견디지 않아도 되거든요.” 인간이기에 무너질 수 있고 또 견딜 수 있다는 것. 그건 인간만의 경이로운 지점이다. 무너짐을 겪어본 이들만이 나눌 수 있는 특별한 마음이 있을 것이다. 그 서툴고도 소중한 마음의 힘을 믿는다.
/이수빈 2025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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