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보험, 상반기 5000억 몰려… 대부분 10년 이상 상품

환율에 관심이 많은 A씨는 지난 4월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400원을 넘기자 달러 연금보험을 들었다. 향후 계속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나중에 보험금을 받을 때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달러 보험은 보험료도 달러로 내고 보험금도 달러로 받는 상품이다. 중도 해지 시 받는 해지 환급금도 역시 달러로 지급된다. 납입이나 수령 시점 환율에 따라 원화로 내는 보험료와 받는 보험금이 달라질 수 있다.

최근 환율이 1300원 후반대로 내려오자 A씨는 달러 보험을 유지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는 “막상 환율이 내려오니 나중에 받는 보험금이 줄어들지 않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달러 보험에 5000억원 몰렸다
올해 초 강(强)달러 기조 속 A씨처럼 달러 보험에 든 가입자가 많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올해 들어서만 5000억원 넘는 규모의 달러 보험을 판매했다. 올해 1~5월 5대 은행이 판매한 달러 보험은 5135억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2693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운 돈이 몰렸다.

달러 보험은 원화로 보험료를 내고 보험금을 받는 일반 보험처럼 종신보험이나 연금보험, 저축보험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상품의 기본 구조는 원화 상품과 같지만, 달러 예금보다는 이율이 높고 만기 시점에 달러 강세 시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10년 이상 유지 시 보험금을 받는 시점의 환차익에 대해서는 과세를 하지 않는 세제 혜택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보험 업계 전문가들은 달러 보험을 환율 재테크(환테크)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보험 상품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중에 판매 중인 달러 보험은 대부분 10년 이상의 장기 상품이기 때문에 중도 해지 시 원금 손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달러 보험을 들 때 어떤 점을 유의하면 좋을까.
◇1.5% 안팎 환전 수수료 고려해야
먼저 보험료를 내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달러 보험은 기본적으로 매월 정해진 달러로 보험료를 낸다.
하지만 달러를 보유하고 있지 않을 경우, 달러로 자동 환전해 납입하는 원화 납입도 선택할 수 있다. 이 경우 납입 시점의 원·달러 환율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진다. 이를 ‘원화로 내고 달러로 돌려받는다’고 오해하는 가입자도 있으나 가입자 편의를 위해 자동 환전하는 것일 뿐 보험료는 여전히 달러로 납입하는 것이다. 만약 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내는 보험료는 비싸진다.
달러 보험은 환전 과정에서 수수료가 붙는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보통 납입이나 해지 시 1.5% 내외의 환전 수수료가 붙는데 장기적으로 쌓이면 큰돈이 될 수 있다. 상품에 따라서는 1달러당 2원씩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매기기도 해, 수수료율을 꼼꼼히 비교해 보는 것이 좋다. 우대 수수료율이 높은 곳에서 직접 달러를 환전하거나, 환율이 낮을 때 사놓은 달러를 직접 납입하면 그나마 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
◇”환테크 목적의 상품 아냐”
지난 2월 금융감독원은 “달러를 비롯한 외화 보험은 환테크 목적의 금융 상품이 아니다”라며 “원화 환율 변동에 따라 환차손 위험도 있을 수 있다”며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달러 보험은 환율 변동성이 큰 영향을 끼친다. 환율이 올라가는 시기에는 앞으로도 달러가 강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가입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동안 납입해 오던 사람들은 보험료가 크게 올라 해지할 확률도 올라간다. 환율 상승 시 보험료는 오르는데 원화로 환산한 해지 환급금은 가치가 커지니 해지를 고려하게 되는 것이다.
달러 보험 역시 ‘달러’보다는 ‘보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정작 환율이 높을 때 해지한다 하더라도, 짧은 기간 내 중도 해지 시 그동안 낸 보험료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가입 후 1~2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의 장기 유지형 보험 환급률은 30%대 수준이다. 중간에 급전이 필요해 해지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환율을 따지기 이전에 보험을 얼마나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는지를 꼭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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