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시론┃종교] 도계 폐광 앞에서, 회향의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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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여름이 온 듯 한낮에는 마당이 뜨겁다.
지난 2022년 10월에 개통된 '운탄고도1330'은 영월, 정선, 태백, 삼척을 아우르는 폐광지역을 걷는 길인데, 영월 청령포에서 시작하여 삼척 바닷가 '소망의 탑'까지 이어진다.
폐광으로 버려진 땅은 이제 생태와 명상의 길로 회향할 수 있다.
도계는 이제 광산의 시대를 닫고, 회향의 길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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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여름이 온 듯 한낮에는 마당이 뜨겁다. 산그늘이 지는 오후, 정원을 둘러보고 있는데 가까운 도계읍에 사는 신도님이 오셨다. 누각에 앉아 차를 건네며 그 동안의 안부를 여쭈니 갑자기 한숨을 푹 쉬셨다. 6월말에 도계광업소가 문을 닫는데 가게를 하는 신도님은 물론이고 도계사람들 모두가 지역경제 침체를 우려하며 걱정이 대단하다고 하셨다. 지난 17일에는 도계역 광장에서 ‘생존권 보장 없는 폐광을 반대하는 삼척시민 총궐기대회’도 열렸다고 했다.
이곳은 한때 우리나라의 심장이라 불리며 석탄의 검은 땀방울로 국가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시절이 있었다. 탄가루에 젖은 노동과 생계, 그 고단했던 삶이 사라지는 현실 앞에서 지역민들의 상실감은 헤아릴 수 없이 크다. 고용도, 마을도, 마음도 무너지는 소리 없는 붕괴. 이는 단지 산업의 종료가 아니라, 공동체의 기억이 위태롭게 흔들리는 순간이다. 도계의 폐광은 단순한 산업종결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연기의 젖줄을 내어준 지역의 희생이 마침표를 찍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강원도와 삼척시는 폐광대책으로 중입자가속기 기반 삼척 의료클러스터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추진 중이라고 밝혔는데, 중앙정부는 지자체의 계획을 수동적으로 수렴할 뿐, 선제적이고 주체적인 대응은 보이지 않는다. 희생은 강요되었지만, 보상은 미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재명대통령은 대선공약에서 “강원도는 특별한 희생을 해온 만큼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그 말의 무게가 시험대에 올랐다.
그리고 정부가 발표한 폐광지역 특별법과 전환 산업 정책 속에, 문화기반 재생 모델도 포함되기를 바란다. 그 연결고리 중 하나가 바로 ‘운탄고도’이다. 지난 2022년 10월에 개통된 ‘운탄고도1330’은 영월, 정선, 태백, 삼척을 아우르는 폐광지역을 걷는 길인데, 영월 청령포에서 시작하여 삼척 바닷가 ‘소망의 탑’까지 이어진다. 또한 이미 폐광된 ‘흥전갱’에서 가까운 곳에 ‘흥전리사지’가 있는데, 몇 차례 발굴로 국보급 문화재가 쏟아져 나왔다. 이 운탄고도를 흥전리사지까지 확장하여 ‘탄광과 사지를 잇는 순례길’도 추가했으면 한다. 그리하여 광부들이 석탄을 실어 나르던 그 고단한 노동의 자취 위에 성찰의 길, 치유의 길을 만드는 것이다. 폐광으로 버려진 땅은 이제 생태와 명상의 길로 회향할 수 있다. 탄광의 갱도는 지하박물관과 문화전시관으로, 운탄고도는 ‘생명평화순례길’로, ‘흥전리사지’는 고요한 명상과 배움의 도량으로 새롭게 쓰일 수 있다.
산업은 사라져도 문화는 남고, 문화는 사람을 살린다.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마음의 붕괴를 막을 수 없다. 이제는 문화와 정신, 관계와 공동체를 회복하는 대안이 필요하다. 도계는 이제 광산의 시대를 닫고, 회향의 길 위에 서 있다. 사라짐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 되도록. 어둠의 땅에서 다시 희망을 캐어 올리는, 그 길에 우리가 함께 있기를 바란다.
#도민시론 #운탄고도 #흥전리사지 #공동체 #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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