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동대문 거리 점유한 불법 노점, ‘가게 실명제’로 OUT
3년 새 기업형 무허가 시설 75% 감소…생계형은 유예기간
“저기 끝에서 여기까지 120m 구간 전체가 전부 불법건축물을 세워 만든 기업형 노점상이 있던 자리입니다.” 김재현 서울 동대문구 도시경관과 가로환경팀장이 지난 18일 용두동 ‘동의보감타워’ 앞 인도를 가리켰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기업형 불법 노점이 20년간 운영되고 있었다. 불법 노점이지만 사실상 고정시설처럼 운영돼 온 것이다. 동대문구는 지난 10일 새벽 이곳에 설치된 불법노점을 모두 철거하고, 추가설치 방지를 위해 해당구간 전체에 안전펜스를 설치했다. 안전펜스가 철거된 구역 맨 끝부분에는 현재 6개의 개별 노점만 운영 중이다. 이곳도 한시적으로 영업을 허용했기 때문에 올해 안에는 철거해야 한다.
용두동 동의보감타워 앞 인도는 철거 전까지는 도로의 기업형 노점과 건물 앞 사설 노점으로 걸어다닐 공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혼잡했었다. 노점을 철거해달라는 민원도 끊임없이 들어왔다.
동대문구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2년 서울에서 처음으로 ‘거리가게 실명제’를 도입했다. 노점 소유자와 운영자가 일치하는 노점에만 도로점용허가를 내주는 방식이다.
자치단체로서는 처음으로 ‘도로법 분야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도 받았다.
구 관계자는 “거리가게 실명제와 특사경 도입이 기업형 노점과 생계형 노점을 구분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노점상의 부동산과 금융자산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형을 차단하는 데 효과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구는 이 과정에서 노점단체와 지속적으로 만나 대화와 설득도 이어갔다. 구 관계자는 “기업형 점주들과 대화를 해보면 경기악화로 임차 노점상들로부터 월 5만원, 8만원 정도 받던 자릿세도 못 받는 경우가 많아진 데다 고령화로 계속 운영이 어려워 철거를 바라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2022년 7월1일 기준 572개에 달하던 노점은 6월 현재 236개(41.5%)가 줄어든 336개만 남은 상태다. 서울시가 허가한 시가판대(54개)와 동대문구 거리가게(138개)를 제외하면 무허가 노점은 3년 새 74.8%가 줄어든 144개만 남은 셈이다.
구는 다만 생계형으로 운영하는 노점은 최대한 정비 후순위에 두고 영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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