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이 자랑스럽다니…” 합천 찾은 광주시민들 개탄
일해공원·전두환 생가서 퍼포먼스
명칭 변경·기념사업 금지법 등 촉구
“세금 운영 안돼…정부의 역할 기대”

“독재자를 미화하는 공원의 이름을 하루빨리 바꾸고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림으로써 역사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지난 21일 오후 경남 합천군 일해공원 입구에선 ‘5·18 역사 왜곡 현장 탐방’에 참여한 광주시민 50여명이 “일해공원 폐지해서 역사 왜곡 바로잡자”는 구호를 외치며 ‘일해공원 폐지법안 지금 당장 발의하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비석에 씌우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5·18기념재단과 광주시민사회단체협의회, 생명의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가 공동 주최한 이번 탐방은 2004년 조성된 ‘새천년 생명의 숲’이 2007년 당시 합천군수에 의해 전두환의 아호를 딴 ‘일해(日海)공원’으로 명칭이 변경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마련됐다. 이들은 공원 이름과 관련 기념물의 철거, 기념사업 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퍼포먼스 후 일부 참가자들은 ‘일해공원’이라고 새겨진 대형 비석 뒤편에 ‘3·1독립운동기념탑’이 나란히 세워진 모습을 보고 “독립운동을 기리는 공간에 독재자를 찬양하는 조형물이 있다는 건 심각한 모순”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탐방에 동행한 나수민(16·광주 수완고)양은 “학교에서 전두환이 어떤 인물인지 배웠다. 그를 기념하는 공원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지금이라도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공원의 이름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미경 광주비상행동 공동대표는 “내란범을 찬양하는 기념물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헌법 질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며 “이 문제는 특정 지역만의 사안이 아닌 민주주의 수준을 판단하는 척도로 관련 법률 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후 참가자들은 군청으로 이동해 ‘전두환 대통령 기념식수’ 표지석 앞에 대법원 판결문 사본을 내려놓고 발로 밟는 상징적 행동을 통해 전두환의 범죄 사실을 환기시켰다. 해당 표지석에는 1980년 9월 전두환이 군청을 방문해 기념수를 식재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으며, 지난해 12월 한 차례 철거됐으나 최근 합천군이 복구했다.
5·18기념재단 측은 현장에서 합천군청 관계자에게 ‘12·12 군사반란, 5·18민주화운동 유혈진압, 반란수괴, 내란목적살인 전두환(대법원 96도3376), 1997.4.12 판결선고 유죄인정 무기징역 확정’ 등의 문구가 담긴 판결문을 전달하며 항의의 뜻을 전했다.
이후 마지막 일정으로 전두환 생가를 찾은 참가자들은 짚으로 지어진 생가 입구 안내판에 적힌 ‘전두환 대통령은 단임 약속을 실천해 1988년 2월 스스로 물러난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설명을 지적하고 해당 공간이 현재까지 국비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점 등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했다.
이들은 “전두환을 찬양하는 공원과 기념물은 모두 철거하고, 기념사업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탐방을 마무리했다.
고동의 생명의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 간사는 “광주시민들이 직접 나서줘서 감사하다”며 “국회가 입법으로 응답할 수 있도록 전국적으로 뜻을 모아야 한다”고 전했다.
최경훈 5·18기념재단 기록진실부 팀장은 “전두환 생가 등의 기념시설이 세금으로 운영돼서는 안 된다”며 “전국의 관련 기념시설을 조사하고 철거할 책임이 국가에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주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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