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강식 정글이 펼쳐졌다

권혁두 국장(영동주재) 2025. 6. 22.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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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미국이 결국 이란을 공격했다. 지난 21일  지하를 깊이 뚫고 들어가 폭발하는 '벙커버스터 '를 탑재한 미군의 스텔스 폭격기들이 이란의 핵시설 3곳을 타격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공격을 마친 후  "세계 어느 군대도 이런 일을 해낼 수 없다"며 "미국, 이스라엘, 그리고 세계를 위한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자찬한  '세계를 위한 역사적 순간'에 이르는 과정은 석연찮고 모호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정면 충돌은 지난 13일 새벽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선제 공격으로 시작됐다.  이날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등 군 최고위층과 핵 과학자 10여명이 사망했고 민간인 사상자도 수십명이 발생했다. 두 나라는 피의 보복전을 되풀이하며 민간 피해를 키워가고 있다.

미국은 지난 15일 이란과 5차 핵협상을 할 참이었다. 이스라엘은 협상이 열리기 불과 이틀전 이란 공습을 감행했다. 미국이 대화의 장을 엎어버린 이스라엘의 갱판을 비난했어야 마땅한 상황이었다. 트럼프는 한달 전만해도 "이란과의 핵협상에서 곧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었다. 하지만 트럼프의 분노를 산 쪽은 일방적 공격을 당한 이란이었다.

트럼프는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이 지난 19일  "2주내에 군사공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모든 핵처리 공정의 전면 폐기를 받아들이라"고 이란에 최후 통첩했다. 그는 2주 약속도 깨고 사흘만에  잠수함까지 동원한 대규모 공격을 단행했다. 국내 부정 여론을 무릎쓰고 스스로 성과를 예고했던 협상까지 깨가며 그가 군사 개입을 서두른 까닭은 무엇일까? 만일 이란이 위협에 맞서 총력전에 나설 경우 사태가 더 꼬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전문가들은 여러 정략적 이유를 내놓고 있으나 무엇보다 미국의 한 심리학자가 했다는 말이 생각났다. `트럼프는 승자나 강자와 함께 서길 좋아한다'. 약자와의 동행은 싫어하는 사람이란 말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가 지지층 결집에 사용하는 증오의 도마에 누구를 올리는지 보면 공감가는 말이다. 

천연가스 2위, 석유 4위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자원부국 이란은 오랫동안 국제사회에서 중동의 맹주로 꼽혀왔다. 하지만 가자 전쟁 이후 그 위상은 추락을 거듭했다. 군사적 전초기지 역할을 해온 가자의 하마스와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공격으로 궤멸되고 중동 유일의 동맹국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 전복되며 수족을 잃었다. 결정적으로 이번 이스라엘의 전면 공격에 무방비로 당하며 허술한 방공망과 정보망까지 폭로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스라엘의 상대가 되지않는 약국으로 전락했음을 목도한 트럼프는 이란을 협상이 아닌 무릎끓릴 대상으로 삼기로 한 것이다. 승자가 될 공산이 높아진 이스라엘 네타나휴 총리와 나란히 서고 싶었을 것이다. 

트럼프가 취임하면 하룻만에 종결하겠다고 호언한 러·우크라 전쟁은 교착상태가 깊어지고 있다. 종전을 말하며 북한까지 끌어들여 확전을 꾀하는 푸틴의 밀당에 놀아나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트럼프는 우크라이나를 다그쳐 광물협정을 체결하고 우크라이나 희토류 개발사업의 지분을 챙겼다. 엇그제 캐나다에서 열린 G7 회의에서 EU가 새로운 러시아 제재 방안을 내놨지만 미국은 외면했다. 희토류 지분까지 상납한 우쿠라이나로서는 뚜껑이 열릴 일이지만 심기를 거스를까 몰래 한숨만 쉴 뿐이다. 한 하늘 아래 함께 할 수 없을 것처럼 극언을 퍼부으며 고관세 공세를 밀어붙였던 중국과는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가 중국의 대미 희토류 수출통제에 손을 든 형국이다. 미국이 서두른 협상에서 중국은 희토류 수출통제를 `6개월만' 유예하고 미국은 중국인 유학생 비자 취소 방침을 철회했다.   

트럼프가 남의 나라를 무단 폭격하고서 한 말, '세계를 위한 역사적 순간'은 약육강식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선언으로 들린다. 내놓을 카드가 없거나 잃으면 강자의 밥이 되는 세상. 무도한 세상이지만, 대한민국엔 누리기 보다는 헤쳐나가야 할 시대가 온 것이다. 추경예산과 총리후보 전력 따위를 놓고 우격다짐을 벌이는 정치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시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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