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의 시대, 미·중의 ‘과잉 안보화’ [세계의 창]


왕신셴 | 대만 국립정치대학 국제관계연구센터 소장
지난달 12일 세계의 이목이 미-중 제네바 협상의 ‘공동성명’에 집중된 가운데, 중국 국무원은 ‘신시대의 중국 국가안보 백서’(이하 백서)를 발표했다. 중국공산당이 공식적으로 처음 ‘총체적 국가안보관’을 국가 통치의 핵심 원칙으로 제시한, ‘국가안보’에 대해 내놓은 가장 포괄적인 문서다. 백서는 여러차례 ‘대만 문제’도 언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견해를 제시한다.
우선, 백서는 “나라의 대사(大事)에서 안보가 최우선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현재 시점에서 중국이 “외부 환경 변화가 가져온 불리한 영향이 심화하고 내부 위험과 도전이 증가하는 복잡한 국면”인 ‘100년 미증유의 대변국’에 직면했고, 특히 “외부 안보 압력이 커졌다”고 명시했다. 또 “서방의 반중 세력”이 중국을 억압하고 견제하면서 중국의 변경, 접경, 주변 지역의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백서는 현재 중국의 안보 상황을 매우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내부에 복잡한 양상이 존재하지만, 가장 주요한 안보 위협은 여전히 서방의 반중 세력, 특히 미국으로부터 비롯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한다.
둘째로, 백서는 시진핑이 제기한 ‘총체적 국가안보관’을 특별히 강조한다. 이는 시진핑 시대에 각 분야 국정 운영의 ‘최상위 설계도’로, 중국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당장(당헌)에까지 명기했다. 시진핑 집권 뒤 제정된 국가안전법·반테러법 등 국가안보 관련 법률의 핵심 요소는 바로 ‘당의 영도와 사회주의 체제의 견지’이다. 여기에 비춰볼 때 중국의 국가안보에서 ‘공산당 통치와 영도의 보장’이야말로 ‘핵심 이익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백서는 제네바 미-중 경제·무역회담 공동성명 발표 시기에 나왔다. 여기에 주목할 만한 두가지가 있다. 첫째, 백서 발표는 일시적 충동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준비해온 결과다. 백서 공개가 공동성명 발표와 맞물린 것은 ‘발전과 안보의 통합 계획’이라는 선언과 일치한다. 즉, 경제 발전도 중요하지만, 국가안보가 더욱 핵심이라는 의미다. 둘째는 중국공산당의 협상 전략에 관한 것이다. ‘대화와 압박을 병행’하는 전략이다. 1940년대 국공 내전 시기, 중-영 홍콩 협상 시기, 그리고 현재의 미-중 갈등에 이르기까지 그래 왔다. 지난달 18일 중국 상무부는 미국, 유럽연합, 대만, 일본 등 원산지의 폴리옥시메틸렌(POM)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제품의 세율이 74.9%로 가장 높다. 이 역시 ‘대화와 압박 병행’ 전략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백서는 수차례 대만을 지목했다. ‘대만 독립 세력’과 외부 세력을 주요한 위험 요소로 명확히 규정했다. 통일을 위한 무력 사용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백서는 ‘일부 국가’가 중국 내정에 거칠게 개입하고 있고, ‘전면적’이라고 언급했다. 명백하게 미국을 지목한 것이다. 백서는 대만 문제를 ‘국가 영토 완정과 해양 권익 수호’라는 장에 포함시켰다. 대만 문제가 단순한 양안 관계 차원을 넘어서, ‘육·해 통합’ 및 ‘국가 주권, 안전, 발전 이익의 수호’라는 핵심 이익 문제임을 보여준다.
백서는 중국공산당이 2014년 처음 ‘총체적 국가안보관’을 제기한 이래 ‘국가안보’에 관한 입장과 각종 주장을 집대성한 것이다. ‘집대성’이기에 특별히 새로운 관점이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발표 시기와 목적에 주목하게 된다. 핵심은 바로 ‘트럼프 2.0’으로 시작된 ‘미-중 전략경쟁 2.0’에 있다. 시진핑 시대에 ‘국가안보’는 중국공산당 정책적 사고의 상위에 위치한다. ‘과잉 안보화’라는 문제마저 있다. 트럼프가 재집권하고 미국 역시 ‘과잉 안보화’ 경향을 보인다. 오늘날 세계는 지역 분쟁이 끊이지 않으며, 미·중 모두 광의의 ‘안보화’를 기본 상호작용의 논리로 삼고 있다. 이런 탓에 중장기적으로 협력보다는 대립이 국제 정세의 주축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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