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한 선율 매력적 음색···과감한 시도 위로 전하다
울산서 첫 공연 브람스 ‘독일 레퀴엠’
호국·보훈의 달 맞아 문예회관 제안
솔리스트 선정 · 친밀한 연주 해석 등
사샤 괴첼 감독 개성 담은 무대 탄생
세계적 소프라노 ‘에리카 바이코프’
바리톤 김정래 · 시립합창단 하모니
공연장 가득 메운 관객 숨죽여 감상
"울산시향 새로운 시도에 박수 보내"

죽은 자에 대한 진혼이 아닌 남은 자에 대한 위로에 초점을 둔 작품,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의 800여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1시간 넘는 시간 동안 독일어 미사 곡에 숨죽였다.
울산시립교향악단은 지난 20일 오후 7시 30분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제243회 정기연주회 '삶과 죽음의 성찰(Reflections of Life & Death)' 무대를 선보였다.
울산시립교향악단의 대규모 오케스트라 연주와 울산시립합창단의 합창, 세계적인 솔리스트가 어우러진 무대는 장중함 그 자체였다.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은 울산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무대였다.
'레퀴엠'은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직접 사샤 괴첼 감독에게 제안했다. 모차르트나 베르디의 '레퀴엠'은 호국·보훈의 달이면 다양한 무대에서 연주되는 곡이지만, 독일 낭만주의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무대는 국내에서는 흔치 않으며, 울산에서는 처음 사샤 괴첼 감독에 의해 시도됐다.
현대적인 오케스트라 편성과 대규모 합창단의 웅장하고도 오페라적인 표현보다는 곡 분위기상 어쩌면 섬세하면서도 친밀한 연주가 이 작품의 본래 성격이나 내용에 더 잘 어울릴 수도 있었지만 사샤 괴첼은 과감한 시도를 했다.
곡 분위기에 어울리는 솔리스트를 직접 '픽'했고, 연주에는 울산시립합창단과 울산에서 활동하는 18명의 전문 합창 객원도 함께했다.
첫 무대, 독일 낭만주의 마지막 세대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23대 현악기를 위한 현악 합주곡 '메타모르포젠(Metamorphosen)'. 처음부터 끝까지 전해져 오는 잔잔한 선율, 화성, 리듬이 깊은 감성을 자아냈다.
이어진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세계적인 소프라노 에리카 바이코프, 바리톤 김정래의 극적 표현력과 매력적인 음색은 시립교향악단의 오케스트라와 시립합창단의 안정된 연주와 어우러져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다만 세계적인 솔리스트가 모처럼 울산을 찾은 만큼 다양한 곡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접할 수 없다는 점에 관객들은 아쉬워 하기도 했다.
공연장을 찾은 김은정(52·울산 남구 문수로) 씨는 "이번 연주의 주제처럼 관람 내내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해 보는 시간이었다"라며 "오늘처럼 여느 정기연주회와 확연히 다른 울산시립교향악단의 새로운 시도에 박수를 보낸다"라고 말했다.
샤샤 괴첼 울산시향 예술감독은 "울산시립합창단과 교향악단의 조합이 좋았으며, 역량이 점점 발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라며 "브람스 '독일 레퀴엠'의 본질적인 방향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프로그램이었다"라고 공연 후 소감을 밝혔다.
울산시립예술단 관계자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마련한 특별한 무대인 데다. 지역성악인들이 객원으로 참여해 더 뜻깊은 무대가 됐다"라며 "궂은 날씨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연주 프로그램에도 많은 관객이 찾아주셔서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고은정 기자 kowriter1@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