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체험학습 갈 수 있을까…교사 면책 기준 여전히 모호
‘고의·중대 과실 없을 경우’
법조항 문구 해석 모호 지적
교원단체 "기준 불명확·분쟁 소지"
학부모 "책임주체 불분명 안전 우려"
시교육청, 안전보조인력 투입 지원

현장체험학습 시 안전의무를 다했을 경우 교사를 보호하는 법이 시행됐다.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체험학습 중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교사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않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울산 교육계는 체험학습 위축의 원인이던 책임 공포를 일부 덜어냈다며 반기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불명확한 안전책임 기준에 대해서는 걱정하고 있고, 학부모들은 "학생 안전을 누가 책임지느냐"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22일 교육부에 따르면 21일부터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학교안전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됐다.
이번 개정법은 2022년 학교 현장체험학습으로 강원도 속초에 갔다가 사고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교사가 형사처벌을 선고받으며 '체험학습 기피 현상'이 발생하자 마련된 개정안이다. 교사가 안전 의무를 다했다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울산의 한 중학교 교사는 이번 법 시행에 대해 "준비를 아무리 철저히 해도 무엇이든 교사 책임이라는 인식에 체험학습 자체를 피하게 됐는데 이번 법 시행으로 안심하고 교육적 활동을 논의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교육부도 "이번 법을 책임 회피를 위한 면제가 아니라 교사들이 정당한 교육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호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원 단체들은 법 조항 중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을 경우'라는 문구 해석이 모호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교총, 전교조 등 교원단체는 "교사의 안전의무 이행 기준이 불명확해 오히려 분쟁의 소지가 있다"며 "예방조치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울산교사노조는 "이번 법이 체험학습 활성화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법적 책임의 실질적 부담이 남아 있다"라고 밝혔다.
전교조 역시 "지침이 구체화되지 않으면 현장체험학습은 여전히 멈춰 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학부모들은 "안전 책임 주체가 불분명해지면 오히려 사전 안전조치가 느슨해질 수 있다"라며 "안전 조치와 책임을 학교, 교육청, 지자체 등이 어떻게 분담해서 할 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울산교육청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현장체험학습 안전보조인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안전, 보건 관련 대학생을 안전보조인력에 투입해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조치에도 논란은 있다.
그러나 보조인력의 전문성과 책임 소재 문제가 새로운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다. 위탁인력이 대부분인 탓에 훈련 부족, 응급 대응 능력 미비 등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울산 한 교사는 "사고가 나면 결국 교사나 학교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며 "법 시행 효과에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교육계는 이번 법 시행이 체험학습 정상화를 이끄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법적 보호와 체계적인 안전 매뉴얼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울산 교육계 관계자는 "교사가 안심하고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사고대응 매뉴얼, 보험 시스템 구축, 보조인력 전문 연수 등이 병행돼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며 "교사 보호와 안전 확보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실행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라고 밝혔다.
강은정 기자 kej@iusm.co.kr